왜, 반기문-손학규가 뜰까?
고하승
| 2015-08-03 14:29:13
최근 차기 대통령선거와 관련해 흥미 있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달아 발표됐다.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를 묻는 조사에서 자신을 빼달라는 간곡한 요청에도 이른바 '반기문 대망론'과 ‘손학규 대안론’이 여전히 꿈틀거리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주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된 것이다.
여권의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야권의 유력대권주자로 꼽히는 손학규 전 통합민주당 대표는 자신의 대권출마설에 대해 손사래를 치고 있다는 점에서 묘하게 닮았다.
특히 두 사람 모두 대선과 관련한 여론조사 때 자신의 이름을 빼달라며 각 여론조사기관과 언론사에 신신당부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실제 반 총장은 지난 5월 19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세계교육포럼 기자회견에서 차기 대선 출마여부를 묻는 질문에 “저는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직무 수행에 최선을 다해 왔다. 사무총장이 된 이후 지난 8년 반 동안 한국 국내 정치에 관심을 가진 적이 없다. 그럴 여력도 없고 겨를도 없었다”면서 “저의 향후 정치적 행보에 대해 여론조사를 하는 것을 자제해주시길 부탁한다. 아예 다음부터 여론조사 기관들에서 저를 차기 대권 주자로 포함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전남 강진에서 칩거 중인 손 전 대표 역시 지난 6월 같은 취지의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손 전 대표는 그의 주변 인사들에게 “나는 이미 은퇴한 사람으로 여론조사에 포함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고, 이에 그의 측근들은 여론조사 기관들을 직접 접촉하고 “향후 여론조사 시 손 전 대표를 넣지 말아 달라”라고 강력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두 사람의 지지율은 지금쯤 ‘바닥’을 기는 수준에 머물러 있어야 맞다. 본인이 직.간접적으로 출마의지가 없다고 피력한 상황인 만큼 지지자들도 굳이 그를 지지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론조사 결과를 보니 그게 아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여야 유력 정치인을 모두 제치고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1위를 차지했다. 실제 서울경제신문이 창간 55주년을 맞아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및 정당 지지도' 설문조사에서 반 총장은 18.3%의 지지를 받아 선두에 올랐다.
이는 여권의 또 다른 유력주자인 김무성 대표의 13.1%보다도 5.2%포인트나 높은 것이다.
이 설문조사는 지난달 17~18일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8,461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 방식의 유무선 전화 병행 임의전화걸기(RDD) 방법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11.8%(무선 694명, 유선 306명)였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야권의 손 전 대표는 이른바 ‘빅3’라고 불리는 박원순 서울시장,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등 유력 주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여론조사 업체 ‘서던포스트’의 제4차 정기조사 결과에 따르면, 야권의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손 전 대표의 지지율은 14.7%로 박원순 시장(17.1%), 문재인 대표(14.2%)와 오차범위 내에서 팽팽한 접전을 벌였다. 비록 박 시장에게는 밀렸지만 당의 간판인 문 대표보다는 앞서고 있는 것이다.
특히 얼굴 한번 내비치지 않고도 안철수 새정치연합 전 공동대표(10.6%), 안희정 충남도지사 (10.0%), 이재명 성남시장(8.0%), 심상정 정의당 대표(2.2%)등 지금도 정치현장에서 부지런히 뛰고 있는 다른 주자들보다도 월등히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 조사는 지난달 30~31일 이틀간 전국 만 19세 이상 유권자 1046명(집전화 314명, 휴대전화 732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RDD(무작위 임의걸기) 방식에 의한 무작위추출의 전화자동응답조사 방식으로 실시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0%p이고, 응답률은 3.8%다.
대체, 자신의 이름을 빼달라고 하는데도 반 총장과 손 전 대표의 지지율이 이처럼 높게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현재 여야 유력대권자로 거론되는 인사들에 대한 국민의 불신, 영호남 지역 패권주의에 대한 국민의 염증, 더 나아가 기존 거대양당체제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제3의 대통령 후보’를 찾도록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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