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뽕정당’ 꿈꾸는 천정배가 신당 중심?

고하승

| 2015-08-04 14:46:02

편집국장 고하승


한동안 떠들썩했던 야권 내 신당(新黨) 창당 움직임이 어느새 잠잠해졌다.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도 “이제 신당은 물 건너 간 것”이라며 “늦어도 10월까지는 모두 정리 될 것”이라고 느긋한 표정을 짓고 있다.

아마도 새정치연합과 신당파의 첫 경쟁 무대로 여겨졌던 10월 재·보선 규모가 대폭 줄어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만일 호남 신당이 10월 재·보선에서 새정치연합 후보와 맞붙어 실제로 파괴력을 보여줄 경우 '태풍의 눈'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재·보선을 1년에 두 번 치르던 것을 한 번(4월)으로 줄인 법안이 최근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호남 지역은 10월에 있을 것으로 예상됐던 3~4곳의 단체장 선거가 하나도 없게 된 것이다.

이로써 새정치연합 탈당과 동시에 창당추진을 선언한 박준영 전 전남지사와 심각하게 탈당여부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박주선 의원의 경우 당장 신당을 꾸려야할 이유가 사라진 셈이다.

그러나 ‘신당 동력 약화설’의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다른데 있다. 그것은 신당을 이끌만한 구심점이 아직까지도 확실하게 떠오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신당을 추진 중인 무소속 천정배 의원은 신당 동력 약화설에 대해 "그렇게 보고 싶은 쪽(새정치연합)에서 주장하는 얘기"라며 "특별한 어려움 없이 준비해 나가고 있다"고 신당창당에 자신감을 보였다.

실제로 천 의원은 4일 전북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신당을 만들 수 있는 조건을 만들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면서 "신당은 전국적인 개혁신당이 돼야한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전국 정당 창당 작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새정치민주연합에는 성찰과 소통·반성·책임 등 4가지가 없다"며 "새정치연합은 당 혁신도 불가하다.

이대로 가다가는 내년 총선에서 대참사가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새정치민주연합은 천정배가 뭘 하든 안하든 내년 총선에서 패배할 것은 분명하다"며 "현재의 새정치연합은 기득권 정당, 무능한 정당"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세력(강한 신당)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천 의원 측은 새정치연합 혁신위의 공천안이 발표되는 8월 말을 기점으로 신당론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왜냐하면 당 안팎에서는 혁신위가 제도개선위원회로 전락하고 말았으며, 당헌당규를 개선하는 수준으로 총선과 대선 승리를 바라는 야권 지지층의 요구 및 기대를 충족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내 비노 인사들은 선출직 평가위원회 구성 권한을 당대표에게 주고 최고위원제를 폐지하자는 것은 결국 대표에게 더 많은 권한을 집중하겠다는 의도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젊은 당직자들 사이에서는 ‘김상곤 혁신위가 실패해 문재인 대표 체제가 흔들리면 결국 분당 수순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 천 의원이 '8월 말’을 기점으로 삼고, 신당 창당에 자신감을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천정배 의원은 물론 최근 탈당한 박준영 전 지사 등 모든 호남발(發) 신당 창당 움직임에 대해 새정연치연합 내부에서조차 회의적 시각이 많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호남 대표성만 가지고는 안 된다는 것이다. 수도권은 물론, 영남과 충청 등 취약지역에서도 득표율을 올려줄 수 있는 지도력이 있어야 하는데 천 의원이나 박준영 전 지사가 과연 그런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더구나 천정배 의원이 추진하는 정당은 현재의 새정치연합과 정체성에 있어서 별반 다를 바 없다는 게 문제다.

실제 야권 신당파들은 '중도' 신당을 지향하고 있는데, 천 의원은 진보 진영과도 함께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것이다. 천 의원 측 내부에서도 이 문제를 놓고 의견이 엇갈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천 의원은 "정당 (이념적) 스펙트럼을 넓히자"는 입장인 반면, 창당준비팀에서는 "중도 신당을 목표로 창당에 속도를 내자"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천 의원이 생각하고 있는 신당은 ‘중도’가 아니라 새정치연합처럼 좌우 가릴 것 없이 모두 모아 놓은 ‘짬뽕 정당’을 밑그림으로 하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따라서 새정치연합 혁신위의 공천안이 발표되고, 그로 인해 새정치연합이 크게 흔들리더라도 천 의원이 신당의 중심이 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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