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학봉 사건, 성폭행이냐 무고죄냐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15-08-05 15:33:24

편집국장 고하승


경찰이 '성폭행 의혹' 논란으로 새누리당을 탈당한 심학봉 의원에 대해 '혐의 없음'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도 심 의원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며 대구 중부경찰서에 신고한 48세 보험설계사 A씨는 무고죄로 처벌받게 될 것 같지도 않다.

참 이상한 사건이다. 성폭행을 당했으면 심 의원이 처벌을 받는 게 맞고, 그게 아니라면 거짓말로 죄 없는 사람을 무고한 A씨가 처벌을 받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경찰은 심의원에 대해 성폭행 혐의가 없다고 결론내고서도 성폭행 사실을 신고한 여성에 대해 무고죄를 적용하지도 않았다.

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A씨는 지난달 24일 대구 중부경찰서에 심 의원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신고했다. 이후 그는 모처에서 심 의원을 따로 만난 뒤 이뤄진 27일 2차 조사에서는 “강제로 이뤄진 성관계가 아니다”라며 “처벌을 원하지도 않는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결국 경찰은 지난 3일 밤 심 의원을 상대로 극비리 조사를 거쳐 '성폭행 진술이 번복되었고 회유나 협박사실이 없는데다 여성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혐의 없음'으로 결론을 내리고 말았다.

그러면 당연히 경찰은 무고죄를 적용했어야 옳았다. 무고죄는 친고죄나 반의사 불벌죄가 아니기 때문에 피해자의 고소나 처벌 불원의 의사표시와 관계없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무고죄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사실을 신고하는 죄고 이때의 '신고'는 구두나, 서면, 고소, 고발의 형식을 불문하며 무고죄 성립요건에 따라서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는 결코 가볍지 않은 죄다.

해당 여성이 24일 '성폭행을 당했다'고 경찰에 신고했고, 27일 '강제로 성관계를 하지는 않았다'고 진술을 번복했다면 이미 무고죄 성립요건을 갖춘 것으로 보는 게 상식일 것이다.

그런데도 경찰은 결과적으로 ‘심학봉 사건’에 대해 성폭행도 아니고 무고죄도 아니라는 이상한 상황을 만들고 말았다.

그렇다면 혹시 신고 여성이 진술을 번복한 배경에 심 의원의 회유나 금전거래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날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A씨의 지인이 "A씨로부터 '심 의원이 무릎 꿇고 빌었고, (제3자를 통해) 합의금으로 3000만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는 말도 들었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물론 실제 돈이 건너가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러니까 A씨가 경찰조사를 받은 이틀 뒤인 지난 달 26일, A씨는 심 의원과 대구의 한 음식점에서 다시 만났고, 그 자리에서 심 의원은 두 무릎을 꿇은 채 "죽을 죄를 지었다"며 용서를 구했으며, A씨는 "이러면 내가 너무 미안해지지 않느냐"며 진술 번복을 약속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A씨의 2차 조사가 예정된 이튿날(7월 27일) 심 의원에게 A씨를 소개한 B씨가 A씨 집 앞에 찾아와 대구경찰청까지 직접 데려다줬고, 그 과정에서 B씨는 "심 의원이 요즘 형편이 어려우니 하루빨리 대출을 받아 3000만원 정도를 마련해 주겠다"며 합의금을 제안했다고 한다.

만일 이게 사실이라면 심 의원은 성폭행범일뿐만 아니라 피해자를 회유한 아주 파렴치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성 의원이 정말 당당하다면 수사기관에 A씨를 무고죄로 처벌해 달라는 요청을 하는 게 맞을 것이다. 비록 무고죄가 친고죄는 아니지만 피해자가 강력 처벌을 원할 경우 형벌이 가중될 것이고, A씨가 정말 성폭행을 당한 것이라면 그런 처벌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진실을 밝힐 것 아니겠는가.

국민은 이번 사건을 단순한 흥밋거리로 여기고 있지 않다. 진실이 권력이나 돈의 힘에 묻히는 것을 더 이상 침묵으로 지켜보지는 않을 것이다.

그나마 검찰이 ‘심학봉 의원에 대해 재수사할 방침이라고 하니 여간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제 대구지검은 경찰에서 사건이 송치되는 대로 공무원 범죄 전담 수사부인 형사1부에 배당하고 베테랑 검사들을 투입해 철저한 수사를 할 방침이라고 재수사 의지를 전했다. 검찰의 철저한 수사로 부디 진실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지기를 바란다. 6일부터 시작되는 신문사의 휴가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 이 사건도 말끔하게 정리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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