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왜 하필 지금인가

고하승

| 2015-08-17 15:21:11

편집국장 고하승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5.24조치’해제, 남북간 선(先) 경제통일을 제안했다.

5.24조치란, 2010년 3월 26일 북한의 천안함 폭침도발 이후 5월 24일 이명박 정부가 남북의 교류협력과 관련한 인적 물적 교류를 잠정적으로 중단한 대북조치다.

문재인 대표는 이 조치를 즉각 해제하고, 경제 영역을 북한과 대륙으로 확장하자는 것이다.

실제 문 대표는 지난 16일 광복 70주년 기자회견에서 "북한을 고립시켜서는 대륙과의 연결이 불가능하다"며 "분단으로 갇혀 있는 우리 경제의 영역을 북한으로, 대륙으로 확장하는 것이야말로 광복 100년을 맞는 대한민국의 첫 번째 꿈"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동북아시아 역내 경제권이 형성되면 3%대로 떨어진 잠재성장률을 5%대로 올릴 수 있다"며 "남북 간의 경제통합만 이뤄져도 2050년까지 경제가 연 평균 0.8% 정도 추가 성장할 것이고, 이는 매년 5만개가량 일자리가 신규 창출되는 효과를 가져 온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남북 경제공동체 형성을 통해 한국이 미국·독일·일본에 이어 '3080클럽(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인구 8000만명)'에 가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의 바람대로만 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전문가들은 문 대표의 이 같은 구상에 대해 “거창하지만 현실 가능성이 낮다”며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문재인 대표 역시 바보가 아닌 이상 이런 점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그러면 왜 현실 가능성이 희박한 ‘구상’을 하필이면 이 시점에 발표한 것일까?

그것도 천안함 폭침 이후 연평도 포격과 비무장지대(DMZ) 지뢰 도발 등 북한의 도발이 이어지는 상황 아닌가. 이런 상황에서 '5.24조치’해제와 선(先) 경제통일 제안은 다소 뜬금없어 보인다.

오죽하면 야당 내에서도 기자회견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많이 나왔겠는가.

실제 북한의 DMZ 지뢰 도발 때문에 대북 인식이 악화된 상황에서 남북 경제통일을 주장하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사실 '5.24조치’는 언젠가는 해제해야 한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다만 거기에는 전제조건이 있다.

먼저 천안함 폭침으로 사망한 46명의 장병들에 대해 북한이 머리 숙여 사죄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해야 한다. 그런데 북한은 사죄는커녕 지금도 목함 지뢰도발을 일으키는 등 군사적 도발을 지속적으로 자행하고 있지 않는가. 과연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사과도 받지 않고 5.24조치를 무조건 해제하자는 제안이 시기적으로 적절한 것인지 의문이다.

특히 북한의 지뢰도발 사건이 며칠 지나지 않은 시점에 제1야당의 대표가 5.24조치를 해제하자고 강력히 주장하는 것은 상식을 지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해하기 힘들다.

5.24 조치의 해제는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 전제 조건이 없으면 결코 이 조치를 먼저 해제해서는 안 된다. 그것이 여론조사에 나타난 국민의 생각이기도 하다.

따라서 새누리당이 문재인 대표의 제안을 단칼에 잘라 버린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런데도 문 대표는 17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새누리당이 진지한 검토도 없이 거부한 것은 참으로 유감”이라며 “새누리당은 (경색된 남북관계를) 그냥 이대로 계속 가자는 것이냐”고 발끈했다.

이어 "지금 한국경제의 활로는 한반도 경제통일 밖에 없다. 경제를 위해 우리가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무조건 5.24 조치를 해제하고 선 경제통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필자 역시 문 대표의 구상이 과히 나쁜 것은 아니라는데 동의하지만 지금은 5.24조치를 해제할 시점이 아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문 대표의 기자회견을 언급하면서 “당장 우리 국회가 먼저 해야 할 일부터 실천하는 게 우선순위”라고 말한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즉 문 대표가 주장한 경제활동 영역을 북한과 대륙으로 확장하는 안(案)과 같은 거대담론보다 현실의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대표가 지적했듯이 지금 국회가 해야 할 일은 3년 넘게 계류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관광진흥법, 국제의료사업지원법 등 남은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다. 모쪼록 이번 8월 임시국회는 ‘빈손국회’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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