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前 야권發 신당? 턱도 없다!

고하승

| 2015-08-24 13:31:25

편집국장 고하승


국회의원들이 결코 양보하지 못하는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자신들의 생사와 직결된 공천에 관한 문제다. 소속 정당의 지지율과 민심, 여론 등은 그 이후에 생각할 문제다. 당에서 공천을 받기 전에는 그런 문제를 생각할 겨를조차 없는 것이다. 금배지를 달면 장기적인 안목은 사라지고, 대부분 그렇게 근시안적인 사고를 지니게 되는 것 같다.

필자가 이런 생각을 하는 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새정치연합 혁신위원회가 마침내 현역 의원에 대해 칼을 빼들었다. 의정활동 평가를 통해 하위 20%를 공천에서 원천 배제하기로 한 것이다. 여론조사와 의정 활동, 공약이행평가 등을 반영해 교체지수를 산출하는 방식이다.

물론 원천 배제 20%는 기본적인 배제비율이다. 그 이상을 배제시키겠다는 것으로 전체공천배제 비율은 무려 40%에 달할 것이란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실제 김상곤 혁신 위원장은 “저희는 이게(20%) 기본적인 배제비율이고, 그 다음에는 또 단계에 따라 배제될 부분들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마디로 대폭적인 물갈이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그 물갈이 대상은 누구인가.

혁신위에 합류한 조국 서울대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신당과 관련한 활동을 하는 이들도 공천을 주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을 나가 신당을 만드는 것은 자유지만 당에 있으면서 외부 신당파를 만나는 것은 정치 도의상 문제가 있으므로 공천에서 배제해야 한다”며 “이를 공식적으로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막말을 할 때마다 당 지지율이 5%씩 떨어진다. 윤리심판위의 징계 정도를 판단해 이들도 공천에서 탈락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교수의 말대로라면 신당 창당을 주장한 비노계의 김동철·조경태 의원이나 신당파와 접촉한 박주선 의원, 막말 파문을 일으킨 정청래 의원 등이 비록 의원 평가에서 상위 점수를 받더라도 공천 탈락을 시킬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새정치연합 내 비노계를 대폭 물갈이 하겠다는 게 최근에 발표한 8차 공천혁신안의 요지인 셈이다.

그러자 이상한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당내에서 봇물처럼 제기됐던 ‘신당론’이 주춤해진 것이다.

지난 8일만 해도 이종걸 원내대표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 등 당내 비노·호남 의원 15명 정도가 ‘광주 회동’을 갖고 “문재인 대표 체제로 내년 총선을 치르긴 어렵다”는 데 공감을 같이 하는 등 신당론에 불이 붙는 양상이었다.

신당론의 중심에 서 있는 무소속 천정배 의원도 최근 라디오 인터뷰 등을 통해 䄠월 말쯤 구체적인 계획을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아마도 새정치연합에서 탈당해 자신과 합류할 의원들이 상당수에 달할 것으로 보았던 모양이다.

그러나 지금은 천정배 의원을 필두로 한 신당파가 숨고르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 천 의원은 애초 8월말~9월초 신당과 관련한 구체적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최근에는 속도조절을 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심지어 천 의원 "아직 창당을 확정한 것은 아니다"라며 창당계획을 철회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어쩌면 탈당 가능성을 언급했거나 약속했던 의원들이 생각을 돌린 탓일지도 모른다. 새정치연합 탈당 가능성을 내비쳤던 박주선 의원도 아직은 '결행'하지 않은 상태이다.

어디 그뿐인가.

지난 4월 재보선 패배 이후 "문재인 대표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문 대표 사퇴를 요구해왔던 주승용 최고위원이 24일 최고위원직에 복귀 하는가하면, 문 대표와 2ㆍ8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박지원 의원도 당 한반도평화안보특위 위원장을 맡는 등 비노계 주요 인사들마저 문재인 대표의 품에 안기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실제 주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 회의후 기자들과 만나 “문 대표와 충분한 교감을 나눴다. 문 대표도 아직 패권주의가 청산 안 된 것을 공감하고 앞으로 공동으로 더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고, 박 전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저녁께 위원장직을 맡아달라는 문대표의 부탁을 받고, 이를 수락했다고 한다.
이들이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아니길 바라지만,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공천을 의식한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씁쓸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반성 없는 문재인 대표가 이끄는 정당의 공천이 당선을 보장해 줄지는 의문이다. 그나저나 총선 전 야권 신당창당은 아무래도 물 건너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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