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 김민석 박준영 정동영의 ‘통합신당’
고하승
| 2015-09-20 14:54:40
천정배 무소속 의원이 20일 '개혁적 국민정당' 창당을 공식 선언했다.
이미 지난 15일에는 박준영 전 전남도지사가 가칭 '신민당' 창당을 선언을 한 바 있으며, 그 보다 앞서 작년 9월에 창당된 원외 민주당도 최근 김민석 전 의원을 전면에 내세우고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북의 맹주로 통하는 정동영 전 의원 역시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호남신당 창당에 힘을 보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마당이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면 마치 ‘천정배 신당’, ‘박준영 신민당’, ‘김민석 민주당’, ‘정동영 호남신당’이 각기 다른 길을 걷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 신당에서의 기득권을 차지위한 ‘꼼수’일 뿐, 결국 그들은 ‘통합 호남신당’을 만들 게 될 것이다.
그들 역시 그 가능성에 대해선 굳이 부인하지 않고 있다.
일단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해선 이들 신당세력 모두가 비판적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천정배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가 최근 천 의원을 포함, 야권이 하나의 당으로 내년 총선을 치러야 한다고 제안한 것에 대해선 "미안하지만 새정치연합에는 미래가 없다. 뭐랄까, '너나 잘해라'라는, 이런 말이 생각난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정치연합은 야당다운 패기와 기상을 잃었다. 정부여당의 온갖 실정을 앞에 두고도 야당 다운 비판을 못하고 대안을 제시하지도 못한다"고 일갈했다.
원외정당인 민주당(대표 강신성)의 '새로운 시작위원회' 의장을 맡은 김민석 전 의원도 최근 마포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새정치민주연합은 당원을 무시하는 관념적 진보인 열린우리당으로 돌아갔다"면서 "야당이 국민에게 도리를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지난 10년의 야당 역사는 열린우리당의 과오를 벗어나기 위한 역사"라면서 "민주당의 역사에서 보면 열린우리당은 자신을 배출한 민주당을 깼던 정당"이라고 맹비난했다.
박준영 전 전남지사 역시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미 국민에 의해 사망선고를 받았다”며 탈당을 선언하고 신민당 창당을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이 신당창당의 꿈을 접고 다시 새정치연합으로 복귀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문제는 이들이 이미 창당을 했거나 창당추진을 공식화 했음에도 아직까지는 그 어느 쪽에도 전폭적인 힘이 실리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나마 천 의원 쪽에 조금 무게가 실리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그에게 ‘현역 국회의원’이라는 프리미엄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점을 제외하면 모든 신당은 사실상 ‘도토리 키 재기’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이들이 가자도생의 길로 나아간다면 ‘신당’은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조금이라도 힘을 받으려면 ‘통합신당’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될 것 같다.
실제 천정배 의원은 신민당, 민주당과의 연대 문제에 대해 "가치와 비전, 용기를 갖춘 분들과 열어놓고 서로 논의하겠다"며 가능성을 열어 놓았으며, 정동영 전 의원과의 연대 문제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에서 그만한 정치인도 없다. 경우에 따라선 얼마든지 함께 할 수 있는 지도자"라며 긍정적으로 언급했다.
민주당의 김민석 전 의원도 "야권재창조라는 관점에서 천정배 의원과 한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며 연대 가능성을 시사했고, 신민당 창당을 선언한 박준영 전 전남지사에 대해서도 “훌륭한 분”이라며 "열린우리당 노선으로 돌아가자는 분이 아니면 모두 대화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이어 그는 "정치는 통합이고 덧셈이라고 배웠고 야권 재창조의 대원칙에 동의하면 최대한 많은 사람과 함께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신민당 창당을 추진 중인 박준영 전 전남지사도 "국민 명령은 새정치연합을 대체하라는 것이니, 신당파는 전부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신당파들 가운데 누구 한 사람도 ‘마이 웨이’를 고집하는 사람은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왜 이들은 애초에 손을 잡고 ‘통합 신당’창당을 선언하지 않은 것일까?
그것은 신당에 대한 기득권 싸움과 무관치 않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즉 새정치연합의 문재인 대표 등 친노 세력의 기득권을 비판하는 신당파들이 신당에서의 기득권을 차지하기 위해 각자 신당창당을 선언하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런 ‘꼼수’가 통하는 시절은 이미 지났다. 따라서 천정배, 박준영, 김민석, 정동영, 나아가 탈당여부를 고심하고 있는 박주선 의원 등이 함께하는 ‘통합신당’이라는 원탁회의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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