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풀뿌리 당원’무시한 대가
고하승
| 2015-11-08 13:16:34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그동안 ‘풀뿌리 당원’들을 무시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친노가 장악한 제1야당은 이른바 ‘오픈프라이머리’경선을 실시, 당내 공직후보를 선출하거나 당 대표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당원들의 당연한 권리인 투표권을 박탈하거나 제약해 왔다.
꼬박고박 당비를 납부하며, 당을 위해 각종 선거 때마다 물밑에서 보이지 않게 선거운동을 해온 사람들이 바로 당원들이다.
그런데 ‘국민참여’라는 명분으로 그들의 투표권을 빼앗아 버리고 말았다. 그런 정당에 무슨 미련이 남겠는가.
실제 옛 민주당 시절부터 활동해온 당원들은 ‘오픈프라이머리’로 인해 더 이상 당에 대한 애착을 느끼지 못하게 됐으며, 이는 탈당행렬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제1야당 당원들 상당수가 호남출신으로 호남향우회마저 제1야당에 등을 돌리는 분위기까지 나타나고 있다.
구체적인 사례가 있다.
지난 10.28 재보궐선거 당시 서울시의원을 뽑는 영등포을 제3선거구(신길4,5동)에서 새누리당 후보가 새벙치연합 후보보다 무려 17%포인트차로 앞서 승리했다. 특히 투표소 26곳 가운데 단 한 곳(그것도 2표 차)을 제외하곤 모두 새누리당이 앞섰다.
투표율이 낮은 재·보궐 선거는 조직 대결이어서, 당원들이 얼마나 열심히 뛰어주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다.
신길동은 호남 출신 주민이 30%가 넘는 야당 텃밭으로 2010년 지방선거 이후 여당이 단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는 지역이다. 더구나 이 지역은 새정치연합 서울시당위원장인 신경민 의원의 지역구다.
그런데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
당원들이 등을 돌리고 야당의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해왔던 호남향우회가 외면한 탓이다.
이 지역에서 옛 민주당 시절부터 당원활동을 해온 김종구 전 서울시의원도 "이번 재·보선을 통해 수도권 호남 민심의 이탈을 눈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주에 영등포에서 당원 1000여명이 탈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어디 그뿐인가. 새정치연합 홍영표 의원 지역구인 인천 부평 시의원 선거에선 새정치연합 후보가 새누리당, 정의당에 이어 3위로 밀려나는 수모를 당했으며, 호남 출신 비율이 30~ 40%에 이르는 야당 강세지역인 경기 광명의 시의원 선거에서도 여당 후보가 58.09%를 얻어 승리했다.
상당수가 호남 출신인 풀뿌리 당원들의 이탈 현상이 패인(敗因)으로 작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풀뿌리 당원들의 본고장인 호남에서 문재인 대표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보다도 지지율이 낮게 나올 정도다.
실제로 중앙일보가 창간 50주년을 맞아 지난 8월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호남에서 문 대표의 지지율은 9.9%로, 오차범위 내긴 하지만 김 대표의 10.3%에 못 미쳤는가하면, 한국갤럽이 지난달 6~8일 실시한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도 호남에서 김 대표(9%)가 문 대표(8%)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야당 텃밭에서 제1야당의 대표가 여당 대표보다도 지지율이 낮게 나온 것이다. 그런 민심이 북상해 수도권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당원들로 하여금 투표현장에 나가지 못하도록 붙잡았을 것이다.
전국호남향우회총연합회 이석의 상임부회장이 “새정치연합은 호남이 야당에 표 찍어주는 자판기인 줄 아는데 착각”이라며 “새정치연합은 당원들을 무시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새정치연합은 이런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사실 오픈프라이머리라는 경선 방식을 당내에 최초로 도입한 정당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주도적으로 창당한 ‘열린우리당’이다. 사실상 급조된 정당이다 보니 과거 정통 야당처럼 뿌리 깊은 당원들을 거느리지 못했고, 따라서 당원 중심의 경선은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다보니 당원이 아닌 일반 유권자들을 선거인단으로 구성하는 변칙적인 묘책을 생각해내게 됐고, 그것이 바로 ‘오픈프라이머리’다.
그 당시에는 일시적으로 효과를 보기도 했으나 그 효과는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열성 있는 당원들의 부재로 당은 작은 외풍에도 심하게 흔들렸다. 급기야 열린우리당 지지율은 집권당임에도 10%대로 추락하는 수모를 당하기에 이르렀다. 총선과 대선에서도 큰 차이로 패했다. 지금 새정치연합의 모습이 당시의 열린우리당 모습을 닮아가고 있는 것이다.
당원들이 없는 정당, 당원들을 외면하는 정당이 뿌리를 내리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텐데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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