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비인상 몰랐다? 국회의원이 바보냐?
고하승
| 2015-11-26 13:32:53
국회의 입법 기능 마비에 대한 비판여론이 일고 있는 가운데서도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의 내년도 봉급 인상을 추진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26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국회 운영위원회는 지난 17일 내년도 국회의원직에 대한 일반수당을 3% 인상하는 내용이 포함된 2016년도 국회 예산안을 의결해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넘겼다.
의원이 받는 세비는 크게 일반수당과 입법활동비로 나뉘는데, 이 중 일반 직장인의 기본급여에 해당하는 일반수당을 인상한다는 것이다.
현재 일반수당은 월 646만원이지만 운영위가 넘긴 예산안이 예결특위와 본회의를 통과하면 월 665만원이 된다. 이에 따라 1년 세비도 1억4737만원에서 1억5000만원(전체 세비 기준으로는 2% 인상)으로 껑충 뛰게 되는 것이다.
물론 국회의원 세비는 2010년 1억1303만원, 2011년 1억1968만원, 2012년~2015년 1억3796만원이었다. 4년간 동결해 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일반 직장인 평균임금(국세청 2014년 연말정산자 대상 기준, 3172만원)의 5배에 육박한다.
더구나 여야는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세비 삭감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심지어 세비 30% 삭감 주장까지 나왔었다. 하지만 이후 삭감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고, 되레 슬며시 2%를 인상한다니 국민의 공분을 사게 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인터넷상에선 난리가 났다.
각 언론도 이날 부정적인 제목의 기사들을 일제히 쏟아 냈다.
<중앙일보>는 ‘할 일은 안하고 세비 올리는 의원들’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고, <YTN TV>는 ‘말 따로 행동 따로‘라는 제목의 방송을 하기도 했다.
이 같은 국민비난 여론에 화들짝 놀란 여야가 결국 무릎을 꿇고 말았다.
국회 예결위 여야 간사인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과 안민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이날 공동 기자회견문을 통해 “세비 인상분을 반납하기로 (여야가) 동의했다”며 백지화방침을 밝힌 것이다.
뒤늦게나마 세비인상을 백지화하기로 한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그 과정을 보면 석연치 않은 구석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앞서 예결특위 야당 간사인 새정치연합 안민석 의원은 이날 오전 정책조정회의에서 "오늘 김영삼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있는 날인데 국회의원들이 욕먹는 이야기로 볼썽사나운 모습이 일어나선 안된다"며 "예산 심의과정에서 3% 인상안은 전액 삭감하겠다는 야당의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도 “의원 세비는 3년연속 동결해왔고, 우리당은 그 취지에 십분 공감하며 올해 역시 동결하는 것이 맞다”고 가세했다.
그러면서 “운영위 예산심사과정에서 우리는 이와 관련해 어떠한 설명도 듣지 못하고, 세부사항 보고도 없이 총액만 표결했기에 결국 정부가 판단한 원안대로 예결위에 넘어간 상태”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정말로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세비인상 사실을 전혀 몰랐을까?
당시 운영위에선 여야 가리지 않고 다수 의원이 국회 인턴직원과 무기계약직 처우개선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 모두 공무원 일반수당 3% 인상이라는 기본전제도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그런 사실을 몰랐다니, 혹시 비난 여론에 직면하자 뒤늦게 발뺌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이다.
사실 국회의원들이 그런 사실을 전혀 알지도 못하면서 표결했다면, 그것은 더욱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 네티즌은 “쥐뿔도 알지 못하면서 무슨 표결을 했느냐”며 “국회의원들 모두가 바보냐”고 쏘아 붙였다.
그러고 보니 정말 걱정이다. 만에 하나라도 이런 일, 즉 국회의원들이 법안의 세세한 부분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표결하는 일이 일상적으로 벌어졌거나 관례적으로 있어왔다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 그런 국회의원들을 믿고 뽑아준 유권자들만 바보가 되는 것 아니겠는가.
다시 말하거니와 국민의 혈세로 세비를 받는 국회의원의 본연의 업무는 입법이다. 따라서 입법에 관한한 국회의원들은 모든 부분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걸 몰랐다면 그것은 결코 핑계가 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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