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철수’, ‘강철수’로 거듭나라

고하승

| 2015-12-02 14:58:35

편집국장 고하승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이 달라졌다. 그동안 직설 화법을 자제했던 모습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실제 안철수 의원은 '혁신 전당대회'를 수용하라며 문재인 대표를 연일 압박하고 있다.

심지어 "이번 주까지 답을 달라"며 시한까지 못 박는 등 예전과는 달리 강한 모습을 보였다.

벌써 사흘째 '혁신전대' 카드로 문재인 대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문재인 대표와의 정면승부를 피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사실 안철수 의원에게는 그동안 ‘또철수’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이 따라다녔었다.

심지어 어느 종편에서는 <철수 철수 또 철수…안철수 정치생명 치명타?>라는 제목으로 안 의원의 잇단 ‘철수(撤收)정치 ’행태를 꼬집기도 했었다.

한 신문은 <맥빠진 안철수, '또 철수?'>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었다.

안 의원이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2012년 대선에서 출마의사를 접은데 이어, 독자신당 창당과 기초선거에서의 무공천 방침 철회 등 정치적 고비마다 입장을 바꾼 것을 비꼬는 것이다.

그러면 이번엔 어떨까?

안 의원이 ‘혁신전대’를 제안할 당시만 해도 문대표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냥 예전처럼 ‘또 철수’하고 말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문대표도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문 대표가 안 의원의 ‘혁신전대’제안을 일축하면서 "혁신위의 혁신안조차 거부하면서 혁신을 말하는 것은 진정성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면박을 주는가하면, "이번 주까지 답을 달라"는 안 의원의 요구에 대해서도 “재촉할 일 아니다”라며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행보를 취했다.

그렇게 해도 안 의원이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주장을 ‘철수’하고 따라오게 될 것이란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기에 가능한 태도다.

하지만 아무래도 그건 문대표의 착각인 것 같다. 안 의원이 달라졌다는 말이다.

실제 광주를 방문 중인 안 의원은 지난 1일 "제가 제안한 혁신전당대회가 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더 좋은 안이 무엇인지 내놓아야 한다"며 거듭 문재인 대표를 압박했다.

특히 그는 "광주에서 '강철수(강한 철수)'라는 별명 하나를 얻어간다"며 "앞으로 계속 소신 있게 관철해 나가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또철수’에서 ‘강철수’로 거듭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물론 아직은 미지수다. ‘혁신전대’에 대한 답변시기를 ‘이번 주’라고 분명하게 못 박았음에도 문대표가 이를 무시하고 아무런 답을 내놓지 않거나, ‘문안박(문재인 안철수 박원순) 연대’의 재추진 혹은 ‘문안박연대 변형안’을 제시하는 등 형식적인 답변을 취할 경우 안 의원이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만일 ‘혁신전대’제안을 없던 일로 하고, 그냥 흐지부지해도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별다른 저항 없이 ‘철수행보’를 보인다면, 안 의원은 ‘또철수’라는 비웃음을 들을 수밖에 없다.

반대로 탈당결행이나 신당합류 등 강경한 행보를 취할 경우, ‘강철수’라는 새로운 별명을 얻게 될 것이다.

문제는 안 의원이 어떤 선택을 하든지 결국 욕을 먹게 될 것이란 점이다.

혁신전대가 거부당했음에도 그냥 새정치연합에 남아있을 경우 각 언론으로부터 ‘또철수’라는 비아냥거림이 쏟아질 것이고, 탈당했다가는 ‘야권분열’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뒤집어쓰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처음부터 민주당과 통합하지 않았더라면, 독자적으로 신당을 창당했더라면, 기초선거에서의 무공천 방침은 철회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고, 그로인해 ‘또철수’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도 붙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지금처럼 ‘혁신전대’여부를 놓고 문재인 대표와 신경전을 벌이는 일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안 의원은 상당한 아쉬움이 남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이번에야말로 ‘또철수’라는 별명을 버리고 ‘강철수’라는 새로운 별칭을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어쩌면 이번이 안 의원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인지도 모른다.

각종 여론조사 기관의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조사에서 그의 지지율은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이른바 ‘안철수 현상’이라며 정국을 강타했던 때와 비교하면 너무나 초라한 성적이 아닐 수 없다. 이를 타개하기위해서라도 안 의원은 보다 강해질 필요가 있다. 즉 ‘또철수’에서 ‘강철수’로 거듭나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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