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노동개혁’지지하면 “대박”

고하승

| 2015-12-15 15:04:11

편집국장 고하승


안철수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했다. 다시 1년 9개월 전으로 돌아간 셈이다.

하지만 분위기가 그때와는 사뭇 다르다. 안 의원은 신당창당을 추진했던 예전 그 자리로 돌아 왔으나, 그를 지지하던 국민들은 여전히 그가 미덥지 않은 지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탈당은 안 의원에게 있어서 마지막 기회이자 최대의 위기일지도 모른다. 안 의원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차기 대권의 ‘기대주’로 급부상할 수도 있고, ‘호남수장’으로 전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실 안 의원에게는 그동안 많은 기회가 주어졌다.

지난해 민주당과 통합하기 이전의 ‘안철수 신당’지지율은 창당도 하지 않았는데 당시 제1야당인 민주당보다도 지지율이 높게 나타났었다. 실제 한국갤럽의 작년 2월 정기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15%였고, 안철수 신당 지지율은 18%였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상황이 역전됐다.

JTBC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14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응답률 25.4%,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5%p)를 실시한 결과, ‘내일 총선 투표를 한다면 어느 당에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 새누리당 30.2%, 새정치연합 23%, ‘안철수 신당’18.6%로 나타났다. 비록 오차범위 내이긴 하지만 ‘안철수 신당’이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의 벽을 뛰어 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야당의 텃밭’이라고 하는 호남의 경우, ‘안철수 신당’지지율이 30.4%로 새정치연합 27%보다 높기는 했으나 그 격차는 극히 미미했다.

불과 1년 9개월 만에 안철수의 존재감이 이렇게까지 추락한 이유가 무엇일까?

아마도 잇따른 ‘철수(撤收, 물러선다는 의미) 정치’에 신물 난 중도층이 “새 정치의 이미지가 퇴색됐다”며 등을 돌렸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 그는 대통령 선거와 독자신당 추진 등 중대한 결단을 내려야할 시기 때마다 지레 겁먹고 한발 빼는 모습을 보여 지지자들을 실망시킨 사례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안철수 신당 정당지지율이 제1야당과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는 것 만해도 기적에 가까운 일일 것이다.

대체 거듭된 안철수 의원의 실망스런 행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지를 거두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와 친노 측에 대한 불만 때문이다.

실제 ‘새정치연합의 분열에 가장 큰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는 질문에 문재인 대표 43.5%, 친노·주류 의원들 15.1%, 안철수 의원 11.7%, 비노·비주류 의원 9.8% 순으로 응답했다.

즉 문 대표와 친노 측의 책임이라는 응답자가 10명 중 무려 6명이나 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각종 선거에서 패배하고도 책임을 지지 않는 문 대표와 친노계의 뻔뻔한 태도에 분노한 민심이 안 의원을 지원하게 만들었을 것이란 뜻이다.

그러나 이런 식의 지지는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내년 총선에서 안철수 신당 후보를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에 새정치연합 지지자의 절반이 넘는 55.7%가 “지지하지 않겠다”고 답한 반면 “지지한다”는 응답은 36.8%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는 문 대표와 친노 세력의 행태에 대해선 분노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안철수 신당을 지지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그러면 안 의원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일까?

만일 새정치연합 지지자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 선명성 경쟁을 벌인다면, 즉 제1야당과 ‘진보경쟁’을 벌인다면, 그것으로 끝이다.

안 의원의 경쟁력은 누가 뭐래도 ‘중도’를 표방할 때 나온다. 지난 대선 당시 ‘안철수 현상’이 나타났던 것도 그가 신뢰를 상실한 양당체제를 뛰어 넘는 새로운 ‘제3의 정당’을 창당할 것이란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안 의원은 자꾸 야당지지자들만 바라보는데 그래선 안 된다. 그런 전략은 필패전략이다. 현재 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 무당층이 30%를 넘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현재 지지할만한 중도성향의 정당이 없기 때문이다. 바로 그들의 눈높이에 맞는 정치를 해야 한다. 그러면 야당 지지자들은 물론 여당 지지자들까지도 일부 흡수가 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안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의 노동개혁에 전폭적인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어떨까?

그것은 대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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