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개혁 입법 골든타임-제2의 세월호 참사를 기다리는가
이덕희
| 2015-12-22 23:58:03
골든타임(golden time)이라는 용어가 요새 많이 쓰인다.
위키백과사전에 따르면 의학적으로는 심장 마비, 호흡 정지, 대량 출혈 등이 일어난 후에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시간을, 방송과 관련해서는 시·청취율이 높아서 광고비가 가장 비싼 방송시간대 즉, 황금시간대(黃金時間帶)로서 프라임타임(prime time) 또는 피크타임(peak time)이라고도 한다고 풀이되어 있다.
골든타임이라는 말을 우리가 무시로 쓰게 된 계기는 우리 모두를 충격과 비탄에 빠뜨렸던 세월호 참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당시 안산지역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사무실이 단원고에서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었고, 세월호 유가족들의 고용노동행정 관련 지원업무를 처리해 유가족들과 직접 마주하기도 했다.
또한, 직원 중에도 유가족이 한 명 있었기 때문에 유가족들의 고통이나, 지역사회의 정서, 분위기 등을 비교적 잘 알고 있다. 결론은 절대, 네버 다시는 그러한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내년이면 정년 60세 의무화가 시행된다. 향후 30만 명의 베이비부머는 노동시장에 잔류하고, 10만 명의 청년들이 노동시장에 신규로 진입하게 됨에 따라 이들은 고용절벽에 서게 된다. 노사정은 일찍이 이 문제를 인식, 연 내 처리를 목표로 작년 9월부터 논의를 착수하여 9월 15일에 대타협을 도출한 바 있다.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한 입법은 15만 명 이상의 청년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근로시간 단축(근로기준법), 70여 만 명의 기간제 근로자의 고용안정을 위한 비정규직 축소 및 정규직 전환촉진 조치(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파견확대로 일자리 기회 확대, 일자리 질 제공(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286만 명의 근로자와 그 가족들의 저녁이 있는 삶(근로기준법), 연간 125만 명의 실업급여 147만원 추가 수혜(고용보험법), 5년간 26만 명의 출·퇴근 재해 보상(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비정규직법안을 제외하고 다른 법안들만 통과될 경우 정규직 보호만 강화되어 노동시장 격차가 더 확대될 수 있다. 그러므로 임금, 근로시간 등 노동시장 주요 규범들의 공정성, 투명성, 예측가능성 제고와 비정규직 규제 합리화가 동시에 이뤄져야 정규직 고용이 늘면서 비정규직 규모축소 및 정규직 기회확대 등 처우개선과 격차해소도 가능하다. 따라서 반드시 5대 법안이 패키지로 처리되어야 한다.
현재 장기화되고 있는 청년실업문제는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고, 경직화된 노동구조 또한 한국경제의 암초로 작용하고 있다. 노동시장 구조개혁만이 이러한 위기를 타파하고 한국경제를 다시 움직이게 할 수 있다. 최근 발표된 OECD의 '더 나은 한국을 위한 정책 보고서'도 이러한 전망을 뒷받침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대기업 위주 수출정책과 이를 통한 낙수효과는 이제 한계에 도달했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생산성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OECD는 그 대책 또한 알려줬으니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 해소 등 노동시장 구조개혁이 그것이다.
2015년 12월 9일 한 청년단체는 국회 앞에 모여 노동개혁 법안을 입법화 하지 않는 국회는 ‘사망국회’라고 울부짖었다. 대한민국 국회가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입법의 골든타임을 놓쳐 역사의 죄인이 되지 않기를, 제2의 단원고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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