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손학규, 김부겸, 이정현 나와야

고하승

| 2015-12-23 12:22:47

편집국장 고하승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이 23일 당내 유력인사들의 호남 행을 촉구했다.

목포가 지역구인 새정치민주연합 호남 거물 박지원 의원 지역구에는 새누리당이 유력인사를 자객으로 내려 보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실제 이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이미 순천에는 이정현 의원이 있으니까 목포나 이런데도 과감하게 새누리당이 후보를 내면 한국 정치사에 새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며 "새누리당이 한국 정치판을 새롭게 만들려고 한다면 과감하게 정치적 명성을 갖고 있는 분들의 호남 출마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야당 텃밭인 호남 행을 선택한 ‘제2의 이정현’, ‘제3의 이정현’이 나와야 한다는 말이다.

이 의원의 이 같은 발언에 필자는 100% 공감한다.

사실 이 의원의 지적처럼 새누리당의 영남편중 현상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특정 지역에서 특정 정당의 의석이 3분의 1은 돼야 국민 정당이라고 할 수 있고 집권당이라고 할 수 있는데 새누리당이 호남에서 얻은 의석은 이정현 의원의 지역구인 순천.곡성 단 한 석 뿐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조경태 의원이 여당 텃밭인 부산에서 내리 3선을 한 것과 비교할 때 초라한 성적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내년 총선에선 부산의 김영춘, 대구의 김부겸 전 의원이 선전할 것이란 관측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손학규 전 새정치연합 상임고문도 새누리당 후보에게 있어서 ‘천당보다 좋은 분당’이라는 지역에 출마해 이른바 ‘분당대첩’의 기적을 일궈낸 바 있으며, 지난 7.30 재보선 당시에는 20여년간 단 한번도 야권 후보가 이겨본 적이 없는 여당 강세 지역에 출마했다가 낙선하기도 했었다.

제1야당 유력인사들이 이처럼 적지에 뛰어드는 살신성인의 모습을 보이는데 반해 새누리당에선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심지어 오세훈 전 서울시장 같은 경우는 호남 행을 선택하라는 것도 아니고 단지 ‘험지(險地)출마’를 해달라는 김무성 대표의 간곡한 권유를 외면하기도 했었다.

야권의 ‘손학규’나 ‘김부겸’, 여권의 ‘이정현’처럼 당을 위해 자기희생을 하겠다는 의지나 결단이 엿보이지 않는 것이다.

물론 이런 희생이 정치계산이 빠른 정치인들에게는 어리석은 일로 비쳐질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 손 전 고문은 재보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정계은퇴를 선언한 후 지금은 전남 강진의 토굴에서 은둔생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 패배인가.

아니다. 야권 분열 상황 속에서 문재인 대표 측은 물론 안철수 측에서도 그를 향해 구애의 손짓을 보내고 있다. 호남지역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선 차기 대권 주자 1위로 꼽히기도 했다. 김부겸 전 의원 역시 대구에서 잇단 패배로 금배지조차 달지 못했지만, 그를 패자로 보는 사람은 별로 없다. 실제 그는 야권의 유력 차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은 호남지역에서 승리해 단숨에 당의 지명직 최고위원이 됐다.

자기희생의 결과가 얼핏 그 순간은 손해를 보는 것 같지만 국민들이 그런 가치를 인정해 주는 한 결과적으로 이득을 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오세훈 전 시장은 당의 ‘험지출마’요구보다 한발 더 나아가 호남출마의 결단을 내려 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재오 의원의 발언 중에 공감하기 어려운 것이 하나 있다.

이 의원이 "지역공약을 하고 지역 주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아 국회의원이 된 사람들에 대해 느닷없이 지역구 옮기라고 하기는 어렵다"면서 "그러나 정치를 처음하거나 또 권력의 자리에 있으면서 정치적 명성을 얻었거나 지역구를 새로 선택하려고 하는 이런 분들에게 저는 과감하게 호남에서 출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국회의원은 자신의 지역구를 챙기는 역할을 하는 게 아니다. 그런 일은 서울시의원이나 구의원들이 하는 것이고, 국회의원은 국정 전반을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역구 의원들 가운데 4선 이상의 다선 의원들은 그동안 당이 공천해 준 데 대한 보답차원에서라도 호남행의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

기왕이면, 명망가들의 호남 행을 촉구한 이재오 의원이 먼저 ‘당의 뜻에 따라 기꺼이 호남지역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야권이 새정치연합과 안철수신당으로 분열된 상황이기 때문에 이재오 의원 정도면 호남에서도 한 번해 볼만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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