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제2의 김문수’되나

고하승

| 2016-01-18 12:58:06

편집국장 고하승


안대희 전 대법관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험지출마’권유를 수용한 반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김 대표의 권유를 뿌리치고 자신의 고집대로 종로출마를 강행했다.

안 전 대법관이 ‘선당후사(先黨後私)’를 앞세운 반면 오 전 시장은 오로지 ‘대권야욕’이라는 개인이익을 우선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사실 오 전시장이 이런 이기적인 모습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서울시장직을 걸고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강행해 서울시장자리를 야당에게 빼앗기게 만들었고, 그로인해 지난 6.4 지방선거에선 무수히 많은 서울 구청장후보와 서울시의원 후보들이 낙선의 아픔을 겪어야 했다. 물론 지금의 박원순 시장에게 서울시장직을 넘겨준 장본인이기도 하다.

당의 입장, 당의 지방선거 후보들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직 자신의 입장만 생각한 참담한 결과다.

더구나 오 전 시장이 종로를 선택할만한 특별한 이유가 눈에 뜨지 않는다. 이 지역구에 어떤 연고가 있는 것도 아니고, 특별히 종로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종로를 선택했다면, 그것은 단순히 ‘정치 1번지’라는 상징성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의 ‘대권가도’를 위해 종로라는 지역구를 이용하는 것일 뿐이다.

오죽하면 박진 전 의원이 “오 전 시장이 갑자기 종로 출마를 선언한 것은 명분도 없고 실리도 없다. 오히려 당의 총선 승리에 역행하는 행위”라며 “오 전 시장이 종로에 연고도 기여도 없는데 본인의 정치적 입지만을 위해 출마를 강행하는 것은 새누리당과 종로 주민에게 큰 부담과 혼란만 줄 뿐”이라고 비판했겠는가.

박진 전 의원은 스스로를 ‘종로의 아들’이라고 자처할 만큼 종로와는 깊은 인연을 지니고 있다.

실제 그가 태어난 곳은 종로구 명륜동이고 부친은 동네 병원 의사였다. 그리고 그는 그 지역에서 내리 3번이나 당선됐다. 그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그는 2004년 재선 도전에서는 노무현 탄핵역풍을 당당히 극복하면서 2선에 성공했으며, 2008년 3선 도전에서는 민주당의 대권주자 손학규 후보를 거뜬히 물리치는 저력을 보이기도 했다.

아마 지난 19대 총선에서 그가 홍사덕 전 의원에게 양보하지 않고, 출마를 강행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박 전 의원은 새누리당에서 경쟁력 있는 후보다.

종로에 공을 들여왔고, 지역기반을 다지는 데 상당한 공로가 있는 셈이다. 그런데 그런 지역구에 오 전 시장이 지금 무임승차하려고 하는 것이다. 남이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으려는 것과 다를 바 없는 행위다.

그 모습이 마치 7.30 재보궐선거 당시 서울 동작을 출마권유를 뿌리치고 대구로 내려간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닮아 씁쓸하기 그지없다.

김 전 지사는 7.30서울 동작을 보궐선거 당시, 당 지도부가 '삼고초려'가 아닌 '십고초려'를 해서라도 그를 선거에 내세우려고 했으나, 승리에 대한 자신감이 없는 때문인지 그는 당의 간곡한 출마요청을 끝내 외면하고 말았다. 그리곤 대구행을 선택했다.

물론 김 전 지사가 대구 수성갑 출마 결심을 굳힌 데에는 나름의 사정이 있을 것이다.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지역 기반 확보’가 절실했을 것이고, 그러자면 자신이 ‘TK 맹주’가 되어야 한다는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웠을 것이다. 오 전 시장이 ‘정치1번지 당선’을 통해 대권주자 반열에 올라가고 싶다는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것과 흡사하다.

그 때에 필자는 김 전 지사를 향해 “김 전지사의 대구행이 과연 바람직한 선택인지 의문”이라며 “서울 ‘동작을’은 출마해서는 안 되고, 대구 ‘수성갑’은 반드시 출마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이 대의(大義) 때문인가, 아니면 사욕(私慾) 때문인가”하고 질문을 던진 바 있다.

그러면서 “여당 지지층에선 그를 향해 ‘개인의 안위보다 당이 우선’이라는 뜻의 선당후사(先黨後私) 정신이 없다는 비판이 봇물처럼 쏟아질 것이고, 그게 결국 김 전지사의 앞길을 가로막는 장애 요인이 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각종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그는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당보다 자신을 우선하는 그가 너무 얄미운 탓에 새누리당 지지층마저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오 전 시장에게도 그와 유사한 현상이 나타날지도 모른다. 즉 그가 ‘제2의 김문수’가 될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오 전 시장이나 김 전 지사처럼 무게감 있는 정치인이 선당후사를 앞세우지 못하는 건 정말 실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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