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추락엔 이유 있다

고하승

| 2016-01-29 13:23:02

편집국장 고하승


안철수 의원이 인재영입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민의당 지지율은 날이 갈수록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그것도 아주 뚜렷한 하락세다.

실제 한국갤럽이 29일 공개한 1월 넷째주 여론조사(26~28일, 1003명, 신뢰수준 95%에서 표본오차 ۭ.1%포인트, 응답률 18%)에 따르면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정당지지도는 전주대비 1%포인트 올라 각각 39%, 20%를 기록했다.

반면 국민의당은 전주대비 1%포인트 하락한 13%로 조사됐다.

특히 ‘야당 텃밭’인 광주·전라 지역에서도 국민의당 지지율이 큰 폭으로 하락해 더민주(29%)가 국민의당(25%)을 4%포인트 앞섰다.

다른 여론조사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리얼미터가 전날 공개한 1월 넷째주 여론조사(25~27일, 1524명, 신뢰수준 95%에서 표본오차 ۬.5%, 응답률은 5.7%)에 따르면, 새누리당 42.6%, 더불어민주당 24.3%, 국민의당 13.2%로 나타났다. 새누리당 지지율은 전주 대비 3.4%p 급등한 반면, 국민의당은 무려 3.9%p나 폭락한 것이다.

국민의당 지지율이 폭락하면서 새누리당 증가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즉 국민의당 지지층에서 이탈한 유권자들이 새누리당 쪽으로 가고 있다는 뜻이다.

대체, 그 이유가 무엇일까?

거기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으나,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국민회의 창당을 추진했던 천정배 의원과 손을 잡았기 때문이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실제로 안 의원과 천정배 의원이 통합을 선언한 25일 결과는 지난주 주간 집계 대비 2.0%포인트 하락한 12.6%로 뚝 떨어졌었다. 천 의원과의 합당이 국민의당에게는 플러스가 아니라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뜻이다.

한국갤럽과 리얼미터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하면 된다.

왜 당밖에 있는 사람이 새로 들어 왔는데 지지율이 오르기는커녕 되레 떨어졌을까?

필자는 이미 지난 19일 <천정배 의원의 본질은 ‘친노’>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국민의당이 그와 손을 잡아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왜냐하면 천 의원은 노무현정부 당시 친노 정당인 열린우리당 창당을 주도했던 ‘천신정(천정배, 신기남 정동영)' 3인방 가운 데 한 사람으로, 그에겐 ‘탈레반’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이 따라붙었었기 때문이다.

국민들 눈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나 천정배 의원,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등이 서로 다르지 않게 비춰지는 상황에서 천 의원이 국민의당에 합류했으니 중도성향 지지층이 등을 돌리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 것이다.

사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우리나라 국민 가운데 자신을 ‘친노’로 생각하는 사람이 과연 몇%나 되겠는가.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자신을 보수층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대략 30%대이고, 중도층은 40% 안팎이다. 반면 진보층은 20%대에 불과하다. 그 20%대 가운데에 일부가 친노인 것이다.

물론 친노가 차지하는 비율은 높지 않지만 그들이 대단한 결집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 결집력이 오히려 다른 세력들을 밀어내는 부정적 역할을 한다는 점이 문제다. 즉 친노의 배타적 성향이 다른 성향의 지지자들로 하여금 등을 돌리게 만든다는 것이다.

더구나 천 의원이 안철수 의원과 손을 잡았다고 해서 친노 성향의 유권자들이 문재인 의원이 버티고 있는 더민주를 버리고 국민의당을 지지할리 만무하다.

결과적으로 친노 성향 유권자의 지지도 얻지 못하면서 합리적 보수성향의 유권자들만 밀어낸 셈이다.

앞으로도 이런 사례가 되풀이 될까 걱정이다.

실제 총선을 앞두고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야권연대’를 모색할 경우, 양당은 불가피하게 선명선 경쟁을 벌이게 될 것이고, 그러면 국민의당 지지층의 한축을 이루고 있는 합리적 보수층이 떠날 수밖에 없다.

거듭 말하지만 국민의당은 정체성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보수정당인지, 진보정당인지, 아니면 중도 정당인지 그 방향을 확실하게 해야 한다는 말이다.

아마도 최근 한상진 공동위원장이 ‘이승만 국부’발언을 한 것을 보면 그 방향을 중도로 잡은 것 같다. 그런데 그 발언은 대단히 잘못된 발언이다. 왜냐하면 중도층은 물론 보수층 유권자들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냥 ‘초대 대통령’이라는 표현 정도면 좋았을 것이란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앞으로도 이런 점에 유의해야 한다. 항상 진보 편에만 서 있던 사람들은 보수층이나 중도층의 생각을 잘 모른다. 그러다보니 실수가 많은 것 같다. 국민의당에 김성식 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의원의 참여가 절실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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