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김종인 vs. ‘노련한’안철수

고하승

| 2016-02-12 11:31:57

편집국장 고하승


산전수전(山戰水戰) 다 겪은 70대 노정객(老政客)을 ‘서툴다’말하고, 이제 50대에 불과한 정치초년생을 ‘노련하다’고 표현하면, 독자들 가운데 일부는 필자의 ‘실수’로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

더불어민주당의 비상대책위원장 겸 선거대책위원장이라는 큰 감투를 두 개나 쓰고 있는 77세의 김종인 위원장의 행보가 어딘지 모르게 서툴러 보인다. 반면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55세의 안철수 대표는 초선 의원임에도 상당히 노련해 보인다.

최근 김 위원장과 안 공동대표가 뼈 있는 설전을 벌인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공격은 먼저 김종인 위원장이 시작했다.

그는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가진 오찬 기자간담회에서 안 대표의 '공정성장론'에 대해 “의사하다가 백신 하나 개발했는데 경제를 잘 알겠느냐. 적당히 이야기하는 거지"라고 깎아내렸다.

공격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안 대표를 ‘그 사람’으로 호칭하면서 "그 사람(안 대표)은 경제를 몰라서 누가 용어를 가르쳐 주니 '공정성장'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혹평했다.

심지어 김 위원장은 안 대표를 “시장적 정의와 사회적 정의를 구분 지을 줄 모르는 사람”이라고 폄하하기도 했다.

어디 그 뿐인가. 김 위원장은 "내가 그 사람(안철수)하고 많이 이야기를 해봐서 그 사람이 어느 정도 수준이라는 걸 잘 안다"며 “어떤 때에는 자신이 (미국 대선 주자인) 버니 샌더스라고 했다가 어떤 때에는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라고 했다가 왔다 갔다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안철수는)정직하지 않다"고 단정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의 말을 종합하면, 안철수 대표는 남이 알려준 ‘공정성장’이라는 용어를 앵무새처럼 되풀이할 뿐, 경제를 모르는 ‘무능한 사람’, 사회적 정의와 시장적 정의를 구분 못하는 ‘무지한 사람’, 상황에 따라 ‘오락가락 하는 사람’, ‘정직하지 못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정치가 아무리 비정한 것이라고는 하나 한 때 ‘안철수 멘토’라 불렸던 사람의 발언치고는 너무 지나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설령 그의 발언이 100% 사실이라고 해도 한 당을 대표하는 사람이 직접 할 말은 아닌 것 같다. 더구나 ‘오락가락 하는 사람’, ‘정직하지 못한 사람’이라면 오히려 김 위원장이 더 심한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김 위원장은 전두환 정권시절에는 국보위에 참여했으며, 이후 새천년민주당에 들어가 비례대표 의원을 지냈고, 박근혜 비대위원장 체제에는 비대위원으로 활약으로 하는 등 여야를 넘나드는 ‘오락가락’행보를 보이지 않았던가.

그리고 자신의 국보위 참여 경력에 대해 ‘부끄럽지 않다’고 했다가 뒤늦게 ‘사과 한다’며 고개 숙이는 정직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가.

장병완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기(김종인 비대위원장)는 박쥐처럼 왔다갔다 해놓고 아무 책임도 안 지고 있다"며 4번의 비례대표 이력을 문제 삼았고, "그 사람(김종인 비대위원장)은 구멍가게라도 해봤나, 직원들에게 월급 한 번 줘봤느냐"고 말한 것은 이 때문이다.

반면 김 위원장의 공세에 맞선 안 공동대표는 직설적이지 않으면서도 하고 싶은 말은 다하는 노련미를 보였다.

실제 안 대표는 11일 서울 종로에서 열린 귀금속 업계 소상공인 간담회 직후 ‘김 위원장의 비판에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크게 웃으며 “오히려 저희가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구나 하는 확신을 줬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같은 날 트위터에 "백신 만들 때처럼 창의적인 생각으로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며 "정치 바이러스를 잡는 백신이 되겠다"라는 글을 올렸다.

김 위원장의 공세에 직접 대응하지 않고, 우회적으로 비난한 셈이다. 정치 초년생답지 않게 노련한 모습이 엿보인다. 오히려 그런 안 대표를 인신공격한 김 위원장의 처신이 옹색해 보일 뿐이다.

그나저나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이처럼 치열하게 감정싸움을 불사하며 야권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상황인데, 아직도 ‘야권연대’니 ‘후보단일화’니 하는 용어를 입에 올리는 사람들은 과연 제 정신인지 모르겠다.

그러면 그동안 자신들이 내세웠던 탈당 명분은 모두 거짓이었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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