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전략공천이 필요하냐고?
고하승
| 2016-02-17 13:37:48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취재진이 없는 비공개로 회의가 전환되자마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책상을 간간히 내리치며 10분여 넘게 격분을 토했다고 한다.
이는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자신의 뜻과 달리 '우선추천지역 선정 방침'을 거론한 것에 대한 분노의 표시이다.
이 위원장은 전날 여의도 당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襴대 총선 후보 경선 방안’을 발표했다.
그 가운데서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은 지역구 후보 공천에서도 소수자 배려 차원에서 광역 시도별로 최소 1개에서 최대 3개까지 지역구를 선별해 당헌·당규상 보장된 우선추천제도를 적용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또 단수추천지역에서 적격심사를 벌인 결과 부적격자가 발생한 경우도 우선추천지역으로 전환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한마디로 당헌·당규상 보장된 우선추천제도라는 이름의 전략공천을 하겠다는 뜻이다.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한 말 같은데 김무성 대표는 왜 이처럼 분을 삭이지 못하고 "선거를 안 하는 한이 있더라도 (이한구 결정대로는) 안된다"고 격노하는 것일까?
실제 김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면서 "정당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내 정치인생을 바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또 인재영입 필요성을 지적한 정갑윤 국회부의장에게는 "왜 이러십니까"라며 면전에서 직격하기도 했다.
아마도 이번 사안을 과거 오픈프라이머리 때처럼 자신의 정치생명이 걸린 문제로 규정한 것 같다.
그런데 참 어리석다. 공천이라는 게 무엇인가.
우리나라는 정당 정치를 하고 있다. 지역 국회의원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각 지역 선거구별로 정당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 그 정당 추천이 바로 ‘공천’이다.
그러면 각 정당이 공천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정당이 공천을 하는 이유는 자금과 조직 면에서 우세한 지방토호세력들이 득세하거나 현역 정치인이 기득권을 활용해 온존할 위험성을 차단하기 위함이다.
특히 공천은 여성과 장애인은 물론 정치신인들의 정계 진출을 돕는 방안이 될 뿐만 아니라,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정치권으로 끌어들이는 좋은 인재영입방안이기도 하다.
따라서 정당의 공천은 그런 방향으로 흘러가는 게 맞다.
그런데 김무성 대표는 지방토호세력이나 현역 의원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공천을 실시해야 한다는 황당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
바로 ‘상향식 공천’이라는 이름으로 전략공천을 원천봉쇄하려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물론 전략공천은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정성 시비 등으로 인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문제로 인해 전략공천 자체를 없애 버리는 것이 과연 합당한 것인지 의문이다.
그런 문제라면 엄격한 절차와 심의 등을 통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천이 무엇이고, 공천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생각한다면 김 대표의 상향식 공천은 되레 문제가 더 많은 것이다.
사실 김 대표가 이한구 위원장의 구상을 저지하기 위해 "의총을 소집하겠다"고 밝힌 것은 현역의원들 90% 이상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향식 공천’을 지지한 때문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라도 알만한 일일 것이다.
그런 것을 모른다면 집권당 대표로서의 자격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고, 만일 알면서도 대권욕 때문에 100% 상향식 공천을 고집하는 것이라면 김 대표는 훗날 역사의 심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인재를 영입해 새로운 인사들을 정치권에 편입시키고, 사회적 약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토호세력의 발호를 막아내고, 마르고 닳도록 의원직을 유지하려는 현역 의원들의 욕심을 끊어내기 위해서라도 전략공천은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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