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왕좌왕 與野, ‘잡탕정당’시인하나
고하승
| 2016-02-26 23:58:04
20대 총선을 앞두고 여야 각 정당은 통일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같은 정당임에도 동일 사안에 대해 소속의원들마다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그런 모습이 마치 스스로 ‘잡탕정당’임을 입증하는 것 같아 안쓰러울 정도다.
먼저 새누리당을 보자.
김무성 대표와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사사건건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앞서 지난 16일 이 위원장이 우선추천제 확대를 통한 무경선 전략공천 가능성을 시사하며 한 차례 충돌했다. 그런데 이번에 연락처 등이 적힌 당원명부에 기초한 ‘안심번호명부’의 정확성을 두고 다시 맞붙은 것이다.
새누리당이 공천 신청자들에게 제공한 명부 중 일반당원 상당수가 당원이 아니거나 해당 지역에 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당원명부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한 반면 김 대표는 “전략공천을 하기 위해 친박계가 여론조사 경선을 흠집 내려 한다”고 의구심을 보였다.
한마디로 4.13 총선을 앞두고 적전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어떤가. 사실상 ‘현역 살생부’에 해당하는 ‘하위 20% 컷오프’문제를 놓고 중구난방이다.
정장선 총선기획단장은 ‘컷오프’(공천배제)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홍의락 의원이 탈당을 선언한 것과 관련해 “홍의락 의원이 이의신청을 하면 (구제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 단장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대구 상황이 어렵기 때문에 백 번이라도 홍 의원 컷오프 번복을 생각하고 있고, 홍 의원은 전략적으로 뒀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하지만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생각은 다르다.
물론 김 대표도 홍 의원의 ‘컷오프’에 대해 “대안도 없이 자르면 어떻게 하느냐”고 격노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전날 '김부겸 전 의원이 지도부가 홍의락 의원 탈당을 철회하지 않으면 본인도 중대 결심하겠다'고 한 데 대해 "어제(24일) 발표한 20% 컷오프 취소는 있을 수 없다"고 일축한 바 있다.
즉 홍 의원의 컷오프 결정은 전략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지만, 당이 정한 규정과 시스템에 따라 이뤄진 만큼 어쩔 수 없다는 대표로서의 고뇌를 밝힌 것이다.
사실 누군가를 구제하면 다른 사람을 공천배제 하도록 규정돼있어 대표가 전략적 판단을 할 여지가 봉쇄돼 있는 게 현실이다.
강기정 의원의 전략공천을 놓고도 당내에서 딴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 단장은 “전략공천위원회에 (광주 북구갑을) 전략지역으로 요청하기로 이미 결정했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재고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호남은 전통적인 야당 텃밭임에도 강 의원의 인지도가 20%대까지 추락한데다가 특히 경쟁자인 국민의당 예비후보에 비해 지지율이 떨어진다는 여론조사가 나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당내 범친노로 분류되는 정세균계의 이원욱 의원 주도로 연판장을 돌리는 구명운동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당도 갈팡질팡하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더민주 컷오프 대상자 영입문제를 놓고 각기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국민의당 문병호 의원은 더민주 대상에 포함된 송호창·전정희 의원에 대해 "같이할 수 있다"며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냈다.
특히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는 송호창 의원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그는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송호창 의원이 전화기를 꺼둔 채 전화를 안 받고 있지만 연락하려고 한다"며 "지금 심경에 대해 물어보고 함께 의논하고 싶다"고 말했다. 송 의원의 입당 가능성에 대해서도 "함께 의논해보겠다"고 적극성을 보였다.
하지만 당내 일각에선 경쟁자인 더민주의 부적격 인사에 대한 무분별한 인재영입은 독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천정배 대표는 안 대표의 이 같은 발언 직후 기자들에게 "그 당(더민주)에서 말하는 취지대로 국회의원 되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분들이기 때문에 모실 이유가 전혀 없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도 이미 더민주 컷오프 대상자의 영입에 대해 “도움이 되겠느냐”며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한 상황이다.
여야 각 정당 내부의 이런 갈등을 바라보는 유권자들은 과연 이게 한 지붕 아래서 한솥밥을 먹는 사람들인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내부적으론 치열하게 논쟁하더라도 당 밖에서만큼은 일치된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게 맞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 정당이건 ‘잡탕정당’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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