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야권통합’은 신의 한수? 꼼수?

고하승

| 2016-03-02 15:13:53

편집국장 고하승


“정말 절묘한 타이밍에 절묘한 신의 한 수를 두었다.”

이는 4.13 총선을 불과 40여일 앞둔 상태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사실상 불가능한 '야권통합'을 전격 제안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실제 김종인 대표는 2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국민의당과 정의당을 향해 "통합에 동참하자고 제의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기심에 집착하지 말고 대의를 위해, 민주정치의 발전을 위해, 이번 총선에서 야권승리를 가져오고 내년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 단합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김 대표의 이 같은 제안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다. 국민의당이나 정의당 모두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제안을 한 당사자 역시 그런 사실을 모를 리 없다.

아니나 다를까,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는 "지금 이 시점에 그런, 제안을 하는 의도가 의심스럽다"며 "먼저 당내 정리부터 하시기 바란다"고 일축했다. 누구라도 예상할 수 있는 반응이다.

한 차례 창당을 접고 더민주와 합당했다가 다시 탈당해 2차 창당을 한 안철수 대표로서는 또다시 '야권통합'을 하는 것은 ‘또 철수’라는 비난을 자초하는 것으로 안 대표의 정계은퇴를 촉구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그러면, 왜 김종인 대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빤히 알면서도 그런 제안을 한 것일까?

첫째, 자신을 향한 비난의 화살을 다른 방향으로 돌리기 위한 의도일 가능성이 높다.

더민주는 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종료를 예고한 전날, 하루 종일 긴박하게 돌아갔다. ‘비상대권’을 틀어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직접 의총에 나와 “이념에서 경제로 국면을 전환해 총선에서 이기는 데 진력해야 한다”며 필리버스터 중단을 설득했지만 당내 반발이 상당했다.

김용익 의원은 “빵점짜리 출구전략”이라며 “필리버스터로 얻은 지지, 감동, 점수 다 까먹는다. 제발 정치 제대로 하라”고 성토했다. 은수미 의원도 “시작은 우리가 했으나 필리버스터는 야당만의 것이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의원들은 의총에서 그렇게 무려 4시간30분가량 격론을 벌였다. 물론 이종걸 원내대표가 마지막 토론자로 나서 대국민호소를 하고 필리버스터를 중단키로 결론을 내렸지만 김 대표의 독단적 결정에 대한 내부 불만이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바로 이런 시점에 뜬금없이 ‘야권통합’을 제안 한 것이다.

둘째, 자신이 분열된 야권을 하나로 통합하기위해 노력했다는 이미지를 갖게 된다는 점을 노렸을 것이다.

사실 김종인 대표는 원래 보수 정치인이다. 전두환 시절 국보위에 참여했을 뿐만 아니라, 민정당 소속으로 금배지를 달았으며, 노태우 정권에서는 장관과 경제수석을 지내기도 했다. 박근혜정부 탄생에도 일익을 담당했었다. 따라서 그는 어떻게든 기존의 이미지를 바꿀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고, 그게 바로 야권통합 제안으로 나타난 것이다.

더구나 '야권통합'론은 언제나 제1야당에 유리한 카드다. 설사 실패한다고 해도 군소 야당의 힘을 뺄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손해 볼 게 없다.

잘만하면 경쟁 야당을 내부 분열시킬 수도 있다.

김 대표가 이날 야권통합을 제안하며 "이기심에 집착하지 말라"며 사실상 안철수 대표를 타깃으로 삼았다. 즉 야권통합 제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그것은 안 대표의 이기심 때문이라고 미리 쐐기를 박은 것이다.

이는 국민의당 내부 다른 사람들을 흔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실제 안 대표가 즉각적으로 거부한 것과 달리 천정배 공동대표와 김한길 선대위원장은 묘한 여운을 남기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고 보면 김 대표의 야권통합 제안은 절묘한 신의 한 수임이 분명하다.

그로인해 당 운영 방식과 필리버스터 중단 결정 과정에서 제기된 '독단' 논란을 일시에 해소하고, 야권통합을 위해 노력하는 정치인이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심어주고, 경쟁야당을 내부 분열시킬 수 있으니 하는 말이다. 어쩌면 정치란 ‘진정성’보다도 이런 ‘꼼수’가 더욱 돋보이는 별난 영역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꼼수정치’가 결국 정치 불신을 가속화시킨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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