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국민의당, ‘손학규 마케팅’

고하승

| 2016-03-14 20:28:03

편집국장 고하승


“야권 주도권 경쟁을 벌이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승패는 ‘손학규 마케팅’에 달렸다. 어느 당이 손학규 전 민주통합당 대표의 이름을 전략적으로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이는 국민의당이 공식 창당 깃발을 올리기 직전인 지난 1월 말 경, “어느 정당이 제1야당이 될 것 같으냐”는 지인의 질문에 대한 필자의 답변이다.

사실 국민의당이 창당 깃발을 올리기 직전까지만 해도 국민들은 비록 손 전 대표가 직접 신당에 참여하지는 않지만, ‘안심손심(安心孫心, 안철수 마음이 손학규 마음)’일 것으로 생각하고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었다. 안 대표가 줄곧 중도정치를 표방해 왔고, 그것이 다산 정약용 선생의 실사구시(實事求是)를 정치이상향으로 생각하는 손 전 대표와 맥을 같이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동아일보와 채널A가 실시한 신년 여론조사에서 신당의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보다도 높게 나왔었다.

하지만 정작 국민의당이 출범하고 보니 거기에 ‘손학규’는 없었다.

실제 안 대표는 열린우리당 창당을 주도했던 강경파 천정배 의원과 손을 잡으면서 그에게 공동대표라는 큼직한 자리를 내어주고 말았다. ‘중도’라는 국민의당 입지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그 때부터였다.

이렇게 흔들리는 국민의당을 바로 잡아줄 사람은 손학규 전 대표가 경기도지사 재임시절 정무부지사를 지낸 김성식 전 의원이나 현대 자동차 CEO 출신의 이계안 전 의원과 같은 ‘중도인사’들이다. 하지만 김 전 의원은 비록 당 지도부의 일원이 됐다고는 하지만 선거 국면에선 한계가 있는 최고위원직에 선임됐고, 이 전 의원은 아직 특별한 역할조차 부여되지 않은 상태다.

안철수 대표가 지난 달 맏사위 상을 당한 손 전 대표의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하는 등 ‘손학규 마케팅’을 펼치려 했으나 반응이 싸늘한 것은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그러면 더불어민주당은 어떤가. 곳곳에서 ‘손학규’의 흔적이 발견되고 있다.

우선 김종인 비상대책원회 대표는 총선기획단장에 정장선 전의원을 임명했다.

그는 손학규 대표가 지난 1월 러시아를 방문할 때 동행한 바 있다. 손 전 대표의 측근 중 측근인 것이다. 그런 정 전의원이 김 대표를 도와 공천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정 전 의원은 '김종인호'에서 총선기획단장과 선대위원·공천관리위원 등 3개 직을 맡았다.

어디 그뿐인가.

정세분석본부장에 임명된 김헌태 정치컨설턴트 역시 손 전 대표가 당을 이끌 때 당 전략기획위원장을 맡았던 손학규계 인사다. 그도 정 전 의원과 함께 공천위원을 겸하고 있다.

공천에서도 손학규계는 우대를 받고 있는 느낌이다.

더민주 비대위는 이날 이해찬 의원의 세종시와 이미경 의원의 서울 은평갑, 정호준 의원의 서울 중구성동을을 전략 지역으로 지정키로 했다. 이에 따라 이 지역 현역의원인 3사람은 자동으로 공천에서 배제된다. 이로서 컷오프 대상은 모두 21명으로 늘어난 것이다. 그런데 이들 컷오프 대상 가운데 손학규계 인사는 단 한명도 없다. 일부 언론에서 전정희 의원을 손학규계로 분류하기는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광진갑에선 손학규계로 분류되는 전혜숙 전 의원이 이날 단수후보로 선정되는 등 손학규계가 되레 대우를 받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더민주는 손 전 대표의 의중과 관계없이 그런 식으로 ‘손학규 마케팅’을 펼치고 있으며, 그런 전략이 국민들에게 먹혀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실제 최근 더민주의 지지율은 국민의당 지지율보다 두배 가량 높게 나타나고 있다.

한편 양당 후보들 가운데 상당수가 손학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적극인 후보가 더민주 경기 성남 분당을 김병욱 후보다. 김 후보는 “‘제2의 손학규, 제2의 분당대첩’을 이루겠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또 같은 당 예비후보로 광주 북구을에서 출사표를 던진 이남재 동아시아미래재단 전략기획본부장이 ‘손학규 마케팅’을 선거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

실제 그는 지난 2월 '저녁이 있는 삶을 꿈꾸며 이남재, 손학규를 만나다' 출판기념회를 열어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기도 했었다.

이들 외에도 곳곳에서 양당 후보들이 손학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손학규 전 대표의 가치가 입증되고 있는 것이다.

그나저나 당 차원에서 보자면 ‘손학규 마케팅’에 있어서 아직은 더민주가 국민의당보다는 한 수 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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