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향식 공천=기득권 지키기’입증

고하승

| 2016-03-15 15:54:41

편집국장 고하승


“안철수 공동대표가 무(無)공천을 고집할 당시 새누리당은 그에 대응하기 위해 ‘상향식 공천’을 제시했다. 하지만 안 대표의 ‘무공천’이 ‘새정치’가 아니듯이 새누리당의 ‘상향식 공천’도 ‘개혁공천’은 아니다.”

이는 지난 2014년 4월 30일에 쓴 필자의 칼럼 중 일부분이다.

그해 6월에 실시되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 대표는 새정치민주연합(현재의 더불어민주당) 공동대표로서 기초선거에서의 ‘무공천’을 주장했었고, 그에 맞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상향식 공천’이라는 맞불을 놓았었다.

하지만 ‘무공천’이나 ‘상향식 공천’은 모두 옳은 해법이 아니다.

공천제도는 장애인이나 여성, 정치신인 등 약자들의 정계진출 통로를 열어주기 위한 제도로 반드시 필요하지만, 상향식 공천은 기득권을 지닌 현역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결국 당시 야당은 ‘무공천’방침을 철회했지만,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상향식 공천에 대한 미련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데 ‘현역 기득권 지키기’라는 필자의 우려가 사실로 입증됐다.

여론조사를 기반으로 하는 ‘상향식 공천’이 정치 신인이나 원외 인사들의 국회 입성을 막을 수 있는 부작용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말이다.

실제 15일 현재까지 새누리당내 예비후보 간 경선이 완료ㆍ발표된 지역에서 현역 의원의 승률은 무려 76%에 달했다.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가 발표한 경선결과에 따르면 37곳의 지역구에서 현역 의원 21명이 도전, 16명이 이겨 사실상 공천을 확정했다. 경선에서 탈락 한 의원들은 박성호,윤명희, 안홍준, 정문헌, 이에리사 의원 등 5명에 불과하다. 더구나 이 가운데 19대 국회에서 지역구가 없었던 비례대표 초선의원은 2명(윤명희, 이에리사)을 빼면 현역 지역구 의원의 승률은 80%가 넘는다. 현역 의원 10명 중 8명 이상이 경선에서 승리한 셈이다.

한마디로 여론 조사를 통한 경선이 현역 의원들의 기득권을 강화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는 필자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사실 지난 2014년 6.4 지방선거 당시에도 이런 현상이 나타났었다.

새누리당의 텃밭인 TK(대구.경북)의 경우 총 29곳(대구 8곳, 경북 21곳) 가운데 현역 시장·군수·구청장이 출마한 곳은 22곳(경북 16곳, 대구 6곳)이었다. 그런데 영주시 1곳만 빼고 21곳에서 현역 단체장이 승리한 것이다.

새누리당의 또 다른 텃밭인 부산의 경우도 다를 바 없었다.

새누리당 부산 지역의 16개 기초단체 가운데 현역 단체장이 아닌 후보가 선출된 곳은 동구의 박삼석, 강서구의 노기태, 동래구의 전광우 등 3명에 불과했었다. 사실상 정치신인이 경선에서 현역을 이길 확률이 거의 없는 셈이다.

상향식 경선을 할 경우 인지도면에서 앞선 현역 의원이나 단체장들이 상당한 이득을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줄기차게 ‘상향식 공천은 기득권 지키기’라고 비판했던 것이다.

김무성 대표의 말대로 100% 상향식 공천을 실시한다면, 공천제도의 가장 중요한 역할인 장애인이나 여성, 정치신인 등 정치적 약자들의 정계진출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정당공천의 폐해 중 가장 심각한 문제인 금권타락 선거를 부채질하는 게 바로 상향식 공천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아직은 경선 초기 시점이라 4.13 총선과 관련해 금권선거 사례가 적발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얼마나 많은 후보들이 범법자가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아마도 지난 6.4 지방선거 당시 무수히 많은 금권타락 선거사례가 적발된 사실에 비추어 볼 때, 그럴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려울 것이다.

실제 당시 경선에 앞서 1차 컷오프 여론조사에서는 선거 사상 최초로 전화착신을 통한 여론조사 조작으로 모 후보가 후보직을 사퇴하고 검찰조사를 받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는가하면, 경선을 하루 앞두고 모 후보 측 선거운동원이 대의원 20여명을 상대로 20~200만원씩 1000여만원의 금품을 뿌린 사건이 발생해 경찰의 조사를 받는 등 유권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타락선거 사례가 무수히 많았다.

결국 상향식 공천은 ‘기득권 지키기’이자, ‘금권타락 선거의 온상’이라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다.

따라서 김무성 대표는 앞으로 상향식 공천제를 고집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다. 거듭 말하지만 어떤 면에서 상향식 공천은 무공천제보다 더 나쁜 제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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