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손’, 孫이냐 文이냐
고하승
| 2016-03-16 13:14:27
요즘 더불어민주당 안팎에선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한 논란이 한창이다.
4.13 총선을 앞두고 범친노 정청래 의원과 친노 핵심 이해찬 의원 등이 공천에서 배제된 것에 불만을 품고 친노 성향의 인사들이 일제히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고 있다며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향해 포문을 열었다.
이에 대해 김종인 대표는 “정치인으로서 상식 이하의 발언”이라며 ‘펄쩍’뛰었다.
실제 그는 16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리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는 친노 인사들의 지적에 “불만 있는 사람들이 이것저것 편견을 위해 떠들고 있는 것”이라며 이같이 잘라 말했다.
앞서 '문재인의 복심'으로 통하는 최재성 의원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김종인 대표의 눈과 귀를 가리는 세력' 운운하면서 "최근 공천과정을 놓고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한다는 이야기가 들린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김종인 비대위의 공천심사가 소수의 의견에 좌우되는 ‘밀실심사’로 이뤄지고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대체, '김종인 대표의 눈과 귀를 가리는 보이지 않는 손’이란 누구를 지칭하는 것일까?
친노 핵심 정봉주 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김헌태 정세분석본부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그를 ‘보이지 않는 손’으로 지목했다.
정 전 의원은 "추정컨대 김헌태 공관위원이 정청래 찍어내리기 자료와 근거를 만든 것은 아닌가 싶다"며 "정청래 의원 지역구 주민들의 말에 따르면 컷오프 발표가 나기 얼마 전 그 지역에 김기식 의원에 관한 지지를 묻는 여론조사가 돌려졌다. 김헌태씨와 김기식 의원은 경성고 동문"이라고 주장했다.
정 전 의원이 ‘보이지 않는 손’으로 지목한 김 본부장은 손학규 전 대표의 사람으로 분류되고 있다.
실제 김 본부장은 손 전 대표가 당 대표로 있을 때 전략기획위원장으로 여러 선거를 도운 바 있다.
그는 대표적인 손학규계인 정장선 총선기획단장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정 단장 역시 ‘보이지 않는 손’으로 지목되고 있다.
최재성 의원은 “실무자 혹은 중간관리자, 의사결정 라인에 있는 분들이 잘못 핸들링하고 가공하고 디자인했을 때 그건 눈과 귀를 가리는 게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의사결정 라인에 있는 분'은 당 비대위원으로 지도부에 참여하고 있는 박영선 의원을 지칭하는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박 의원은 전남강진에 칩거 중인 손 전 대표를 만난 몇 명 되지 않는 정치인 가운데 한 사람이다. 손 전 대표와 그만큼 가까운 사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친노 인사들이 이해찬 의원들이 공천에서 배제한 것을 두고 ‘보이지 않는 손’이라며 공세를 펼치는 것은 사실상 손학규 전 대표를 겨냥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손 전 대표와 이해찬 의원은 함께하기 어려운 사이다.
실제 이 의원은 2008년에 제1야당에 ‘손학규 대표 체제’가 출범하자 “한나라당 출신이 대표를 맡은 현실이 안타깝다”며 당을 떠났을 정도로 손 전 대표를 싫어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보이지 않는 손’의 실제로 손학규계를 지목하는 것은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는 안목이 부족하거나 의도된 ‘꼼수’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진짜 보이지 않는 손은 손 전 대표 측이 아니라 바로 문재인 전 대표이기 때문이다.
실제 김종인 대표는 이해찬 의원 등의 공천탈락에 대해 “내가 (당에) 오기 전에 이미 결론 났던 사안”이라고 분명하게 말했다. 그가 오기 전이라면 문재인 전 대표가 대표직을 사퇴하기 전으로 결국 문 대표가 이해찬 공천배제 결정을 내렸다는 뜻이다.
뿐만 아니라 더민주 공천재심위원회는 전병헌 의원 등 거의 대부분의 공천탈락자 재심신청을 기각하면서도 유독 “컷오프에 승복할 수 없다”며 재심을 요청한 윤후덕 의원의 재심은 받아들였다. 윤 의원은 젊은 친노 핵심 인사다.
그러자 ‘김종인-문재인 역할분담론’이 공공연하게 흘러나오고 있다.
김 대표가 컷오프를 통해 이 의원 등 ‘올드 친노’들을 대거 쳐 내는 대신 전해철 의원 등 문 전 대표와 가까운 ‘젊은 친노’들은 대거 살려 내도록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사실이 드러날까 봐 시선을 다른 방향으로 돌리기 위해 젊은 친노들이 의도적으로 손 전 대표 측을 향해 ‘보이지 않는 손’이라며 공격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는 역설적으로 문재인 전 대표의 대권 가도에 가장 위협적인 존재가 손 전 대표라는 뜻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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