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비례공천, 왜 이러나

고하승

| 2016-03-20 14:32:41

편집국장 고하승


더불어민주당의 비례대표 공천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른바 ‘김종인 셀프공천’에 ‘논문표절 공천’에 이르기까지 유권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황당한 공천이 이뤄진 탓이다.

실제 20일 발표한 4.13총선 당 비례대표 후보 명단에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와 박경미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 등 적절치 못한 후보들이 포함됐다.

그것도 김 대표는 남성 몫 1번인 2번에, 박 교수는 남성과 여성 후보들은 통틀어 전체 1번에 배치됐다.

한마디로 이들이 더민주 비례대표의 남성 후보와 여성 후보의 간판인 셈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물론 김종인 대표는 3명을 공천할 수 있는 카드가 있다. 그 카드 가운데 두 개는 1번에 배치된 박 교수와 6번에 배치된 최운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를 위해 썼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의 카드로 자신을 공천 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김 대표는 스스로 남성 후보의 최상위 순번인 비례대표 2번을 부여하는 '셀프 전략공천'을 한 셈이다. 과연 이것이 합당한 일인가.

비례대표제 본래의 취지는 소수파의 사표를 방지하고 지역구 의원이 가지는 비전문성과 지역 이기주의를 극복하자는 데 있다. 즉 비례대표는 정치를 잘 모르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의 정계진출을 위한 통로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과연 김종인 대표의 셀프공천이 ‘전문성’을 고려한 것인지 의문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이날 오전 서울 마포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대표의 비례 2번 공천에 대해 “그럴 줄 알았다”며 “(비례대표) 취지와 어긋난다”고 지적한 것은 이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박경미 교수가 김종인 대표의 추천을 받아 비례대표 1번에 배치됐다는 사실이다.

박 교수는 2004년 11월에 발간된 한국수학교육학회지 43권 4호에 <한국, 중국, 일본의 학교 수학 용어 비교 연구>라는 논문을 기고했다.

그런데 이 논문은 앞서 2014년 6월 같은 대학 교육대학원 수학교육 전공과정 정모씨의 석사학위 논문 <한국·중국·일본의 학교수학 용어 비교·분석 연구>와 구성순서는 물론이고 내용도 같은 것으로 밝혀졌다.

한겨레신문 보도에 따르면 ‘여집합은 중국의 방식을 따른 예인데, 일본에서는 보집합이라고 표현한다’는 등 상당 부분은 문장까지도 아예 똑같다고 한다.

그런데도 박 교수는 참고문헌에 정씨의 학위 논문을 참고했다는 사실을 전혀 밝히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박 교수는 자신이 가르친 제자 정씨의 허락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그의 논문을 베껴 자심의 이름으로 학술지에 게재한 셈이다.

박 교수는 당시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학술지에 일단 투고를 한 뒤 이름을 같이 올리려고 생각하고 있었고, 정씨에게도 그 사실을 말하려 했으나 시기를 놓쳤다”고 해명했다.

바로 그런 사람, 즉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을 김 대표가 비례1번으로 배치한 것이다.

박 교수 이외에도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상당수 비례대표에 포함됐다는 소리가 들린다.

반면 비례대표 취지에 부합하는 사람들은 별로 눈에 뜨지 않는다. 특히 야당이 그동안 당선 가능권에 배치했던 장애인이나 청년 등 사회 취약계층을 대표하는 인물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도 문제다.

걱정되는 것은 이런 문제가 더불어민주당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이 비례대표 공천 명단을 발표하지 않았으나, 아직까지 이들 정당에서 국민에게 감동을 줄만한 인재를 비례대표 후보로 영입했다는 소식은 들은 바 없다.

약자를 대변하겠다는 정당, 서민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겠다는 정당은 많은 데 정작 모든 정당이 약자나 서민을 비례대표 후보로 내세우는 데엔 인색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대체 왜 그럴까?

혹시 그들, 그러니까 정치를 하는 정치귀족들 마음속에서는 ‘아무런 힘도 없고, 백도 없는 약자와 서민이 무시 받는 건 당연하다’는 그릇된 인식이 자리 잡고 있는 건 아닐까?

모쪼록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은 더민주의 잘못된 공천을 거울삼아 제대로 된 비례대표 공천이 이뤄졌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특히 현재 선대위에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을 추천하는 식의 어리석은 공천은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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