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은 김종인의 ‘짱가’?

고하승

| 2016-04-21 14:24:05

편집국장 고하승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짜짜짜짜짜짱가 엄청난 기운이 틀림없이 틀림없이 생겨난다~ 지구는 작은 세계 우주를 누벼라~ 씩씩하게 잘도 나른다~ 짱가 짱가 우리들의 짱가~ 당당하게 지구를 지킨다~ 짱가 짱가 우리들의 짱가~”

이는 만화영화 ‘짱가’주제곡의 일부분이다.

‘짱가’는 지금은 사라진 TBC방송국에서 1978년에 첫 방송을 탔고, 이후 대부분의 아이들 입에서 이런 노랫말이 흘러 나왔다, 아마도 40대 중년이라면 남녀 가릴 것 없이 모두 이 노랫말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 더불어민주당 내부 일각에서 “문재인은 김종인의 ‘짱가’같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흘러나오고 있다.

더민주에서 김종인 대표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엄청난 기운을 가진 문재인 대표가 ‘짱가’처럼 나타나 당당하게(?) ‘김종인’을 지킨다는 것이다.

어째서 이런 소리가 나오는 것일까?

더민주 김종인 대표는 4.13 총선에서 비례대표 2번으로 당선됐다. 1981년 11대를 시작으로 12대, 14대, 17대에 이어 비례대표로만 5번 국회의원 배지를 다는 진기록을 세운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특히 이번에 2번 비례대표를 달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셀프공천’이라는 비아냥거림이 당 내부에서 나오기도 했다.

실제 김 대표는 20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고 2번에 배치했다가 당 안팎의 친노 세력으로부터 몰매를 맞았다. 심지어 “미치려면 곱게 미치든가…”라는 막말까지 터져 나왔다.

대표적 친노 인사인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은 “망하려면 곱게 망하라는 오래된 교훈이 있다. 미치려면 곱게 미치든가…”라며 “마음으론 이미 탈당했다”고 김종인 대표 체제의 더민주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광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떻게 자신이 셀프 2번을 전략비례로 공천할 수 있을까”라며 “내가 옳다고 믿는 정치와 그가 옳다고 믿는 정치가 다른 거냐”고 김 대표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고, 정청래 의원도 지지자들과의 산행에서 “김 대표의 ‘셀프공천’은 한마디로 말하면 말도 안되는 공천”이라며 “비례대표를 본인 스스로 맨 앞 순위로 배치하는 몰상식이 또 벌어졌다”고 맹비난했다.

코너에 몰린 김 대표는 ‘당무거부’라는 배수진을 칠 수밖에 없었다.

그 때 만화영화의 주인공 ‘짱가’처럼 나타나 김종인 대표를 지켜준 게 바로 문재인 전 대표다.

당시 문재인 전 대표는 일부 비대위원에게 전화를 걸어 “김 대표를 설득해 상황을 수습해야 한다”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그것이 신호탄이라도 된 듯 친노세력의 공세도 ‘뚝’그쳤다.

심지어 “후안무치도 유분수”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던 문성근 국민의명령 상임위원장은 하루 만에 입장을 바꿔 "김 대표의 비례 2번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김 대표를 측면 지원하는 황당한 일까지 벌어졌다.

그런데 이번엔 ‘셀프 대표’논란에 휩싸였다.

당내 일각에서 7월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앞두고 김 대표를 새 대표로 합의 추대하자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김종인 대표도 당의 총의가 모아져서 자신을 합의추대 하면 그때 가서 생각해 볼 문제라며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 그때 가서 생각해보겠다는 것은 합의 추대하면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이야기이고 실제 그걸 바라고 있는 눈치다.

그러자 친노 정청래 의원은 "'셀프 합의추대'는 북한 노동당 전대에서는 가능한 일이다", "총선 승리는 김 대표가 아니었어도 가능했을 것"이라고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신지어 그는 "비리 혐의로 돈 먹고 감옥 간 사람은 당 대표 자격 기준에서 원천 배제해야 한다"면서 김 대표를 자극하는 말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엔 문 전 대표가 모르쇠하고 있다. 이종걸 원내대표가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음에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셀프공천’논란이 불거질 때 즉각적으로 ‘김 대표를 지원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그러자 친노 측은 물론 비노 측에서도 김 대표를 향한 비판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합의추대는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전 대표가 다시 한 번 김종인 전 대표를 지키는 ‘짱가’가 되어 줄지, 아니면 이제 더 이상 필요 없는 그를 외면하는 것으로 ‘토사구팽’할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짱가’의 등장은 둘 사이에 ‘대권-당권’을 놓고 서로 간 밀약이 있었을 때에나 가능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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