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23일부터 골목길투어 '을지유람' 운영

여영준 기자

yyj@siminilbo.co.kr | 2016-04-21 15:16:20

▲ 을지로 공구거리에서 상인이 공구를 손질하고 있다.
▲ 최창식 구청장(가운데)과 관계자들이 구민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을지유람 탐방코스를 살펴보고 있다.
▲ 을지유람 코스 을지 5호인 '이현지 을지로 기록관'. 특화거리 둘러보고 골목의 숨겨진 이야기 들어보고!

[시민일보=여영준 기자]서울 중구(구청장 최창식)는 을지로 골목에 숨은 볼거리와 가치, 특색있는 이야기를 체험하는 골목길 투어인 '을지유람'을 오는 23일부터 운영한다.

매달 둘째·넷째 토요일 오후 3시부터 진행하는 을지유람은 중구민들로 구성된 구민해설사들의 안내로 타일·도기거리, 송림수제화(서울미래유산), 노가리골목(서울미래유산), 공구거리, 조각거리, 조명거리 등을 둘러보는 코스로 돼 있다.

아울러 을지로 골목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년 디자인·예술가들의 작업장도 찾아 공방 등의 체험 프로그램도 경험하게 된다.

을지유람 코스를 일주하는 데는 약 90분이 소요되며, 회당 인원은 10명 이내로 한다. 구 홈페이지의 을지유람 메뉴에서 투어 신청을 하면 되고, 무료로 진행되며 체험 프로그램은 별도의 재료비를 내야 한다.

이에 <시민일보>는 을지유람을 통해 경험하게 될 을지로 골목길에 대해 자세히 살펴봤다.

■ 다양한 도심산업이 밀집돼 있는 을지로

을지로는 서울시청에서 을지로3가를 경유해 을지로7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이르는 폭 30m, 길이 2740m의 6차선 도로다. 조선시대에는 구리빛이 나는 고개라 해서 '동현(銅峴)' 혹은 '구리개'로 불렸으며, 일제강점기에는 '황금정(黃金町)'으로 칭했다.

을지로에는 공구, 조명, 미싱, 타일도기, 조각, 가구, 인쇄, 기계 등 다양한 도심산업이 밀집돼 있다. 6.25 전쟁 이후 무너진 도시의 재건을 위해 집수리에 관련된 모든 것 목재, 가구, 철물, 페인트, 도배, 공구 등이 서로 유기적인 맞물림 속에 자리잡으며 급속도로 발전했다.

전쟁 때는 청계천 공구상가에서 군수품, 섬유류가 호황일 때는 을지로 미싱상가, 6.25 이후의 도시 재건을 위해서는 을지로 조명과 타일도기, 가구가 호황을 누렸다.

■ 을지로 타일위생도기 특화거리

을지로에는 현재 140여개의 타일도기 상점이 모여 있는 타일위생도기 특화거리가 있다.

6.25 전쟁 당시 3개였던 타일가게는 이후 도시의 재건을 위해 집수리와 관련된 것들이 한데 자리잡게 되면서 급속도로 확산됐다. 특히 1961년 일부 수입하던 타일을 수입 금지시키는 당국의 정책에 힘입어 타일제조업의 기반을 마련했다.

이후 한국요업이 1966년 현대화된 소성공장을 만들어 68년부터 국내타일을 생산하면서 국산타일 대리점이 생기게 됐다. 건축이 현대화되고 욕실문화의 발달로 위생도기, 수전까지 같이 자리하게 되면서 오늘날 타일·도기의 메카로 자리잡게 됐다.

■ 을지로 공구거리

청계천 수표교~관수교 남단 350m에는 전국 나아가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권 일대를 거래 상대로 하는 530여개의 공구상점이 촘촘히 들어서 있다. 한때 설계도만 주면 탱크도 만든다는 '공구의 종가'다. 적은 양으로 필요한 모든 것들이 부근에서 손쉽게 조달돼 도면 하나만 들고 가면 그 자리에서 부품을 깎아다가 물건을 만들어준다.

6.25 직후 청계천변에 터를 잡기 시작한 공구상가는 61년 청계천이 복개되면서 본격적으로 자리잡았다. 월남전은 이 일대에 특수를 불러 일으켰고, 이곳에서 큰 상인들은 경기도 시흥이나 서울 남서쪽 구로 등으로 분가해 또다른 공구거리를 만들어냈다.

공구상가의 가게들은 도매상이자 소매상이다. 작은 못과 전선, 드라이버 같은 생활공구, 못 한 봉지, 펜치와 니퍼, 가위 등 소품도 판다.

■ 송림수제화, 노가리골목 등 서울미래유산 선정

을지로3가역 인근에 위치한 '송림수제화'는 1936년 '송림화점'으로 개업, 4대에 걸쳐 수제화를 만드는 가게다. 현존하는 우리나라 수제화 업체 중 가장 오래된 집으로 석고로 발모양 본을 떠서 맞춤제작을 한다. 6.25 전쟁 직후 영국군 군화를 개조해 한국 최초의 등산화를 만들면서 유명해진 곳이다. 지난해 12월23일 서울시의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됐다.

또한 직장인들이 퇴근 후 노가리를 씹으며 하루 노고를 털어내는 '노가리골목'도 서울미래유산이다. 호프집에서 야외에 꺼내둔 테이블에 앉으면 바로 인원수대로 노가리와 생맥주가 나온다.

60년대 말에 본격적으로 형성된 '을지로 골뱅이골목'도 밤이면 직장인들로 가득하다. 처음에는 구멍가게에서 골뱅이 통조림에 쥐포를 찢어 넣고 양념을 해서 안주로 내놓던 것이 발전해 골뱅이무침 식당이 됐다.

■ 을지로 조명거리

을지로3가부터 4가에 걸쳐 있는 조명거리는 을지로의 건축자재 관련 업종중 뒤늦게 자리잡았다. 현재 210여개의 조명상가가 위치해 있으며, 70~80년대를 을지로 조명상가의 전성기로 꼽는다.

전국의 실내장식, 건축관련 업자들이 허리에 현금을 차고 와서 조명을 사갈 정도로 한국의 조명중심지였다. 지금도 다양한 디자인과 저렴한 가격으로 경쟁력을 갖고 있다.

■ 을지로 조각특화구역

을지로3가역과 중구청 사이인 창경궁로 일대에는 360여개의 조각금형 점포가 집중돼 있다.

을지로 조각(금형)은 유통 중심인 을지로의 다른 산업과 달리 제조 중심으로 자체생산이 81.5%를 차지한다. 전성기였던 60~70년대는 수작업으로 금형을 만들어 제품을 찍어내 수출했고, 1mm도 안되는 활자를 징과 망치로 만들어낸 고도의 수출역군 숙련가들이 아직까지 활동하는 곳이 바로 을지로다.

2000년대 들어 컴퓨터의 보급으로 컴퓨터 가공업체가 늘어나면서 예전의 기술력은 퇴화하고 인력이 감소됐으나, 지금은 3D 프린팅을 활용한 금형설계 등을 도입해 거듭나고자 노력 중이다.

■ 빈점포 임대해 청년들의 창작공간으로 제공

아울러 구는 을지로내 산림동의 빈점포를 임대해 청년들에게 창작공간으로 제공하는 '을지로 디자인예술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6곳에 8팀이 예술활동을 펼치고 있다. 코스에 포함된 을지4호인 '써클활동'은 폐자전거로 각종 인테리어 소품을 만드는 작업실이다. 1층에 전시장을 운영하고 있으니 둘러봐도 좋다. 인터넷 소품 쇼핑몰 '텐바이텐'에서 판매할 정도로 아기자기한 제품이 많다. 전시장에서 직접 살 수도 있다.

을지 유람코스 을지 1호인 'Public Show'는 도자기를 만드는 예술팀이다. 최근 인근의 조명상가랑 연계해 조명작품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으며, 가게를 둘러보고 포토존에서 사진촬영도 할 수 있다.

을지 5호인 '이현지 을지로 기록관'은 언제 바뀔지 모를 을지로의 일을 기록하고 전시하는 곳으로 현재는 붓글씨 간판들을 사진에 담아 사진전을 준비 중이다.

최창식 구청장은 "을지로는 과거 우리나라 근대화의 역사를 바꾼 산업역군들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는 곳이다. 을지유람을 통해 을지로의 참멋을 느껴보고 도심 재창조라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을지로 일대 도심산업이 유지·발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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