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국민후보’가능성은?
고하승
| 2016-04-24 11:50:33
4.13 총선에서 손학규 전 민주통합당 대표의 선택은 절묘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양측으로 러브콜을 받은 그는 어느 한 쪽을 선택하지 않고 양당 후보들 가운데 어려운 싸움을 벌이는 후보들을 선택, 지지메시지를 보내는 방식으로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당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여당 텃밭에서 야당후보가 승리하는 기적을 일구어 내기도 했다. 실제 손 대표는 선거사무소 개소식 때 격려 메시지를 보내거나 최측근인 송태호 동아시아미래재단 이사장을 유세현장에 보내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지원 의사를 전달하는 등 측면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렇게 손 전 대표가 송 이사장을 통해 지원한 후보는 모두 19명이다. 그 중에 16명이 당선됐다. 특히 더민주의 양승조 조정식 우원식 이찬열 김민기 유은혜 이개호 전현희 전혜숙 강훈식 고용진 김병욱 박찬대 어기구 임종성 후보는 15명이 모두 당선됐다. 국민의당에선 김성식 후보가 당선됐다. 고배를 마신 이는 국민의당 소속 최원식 김종희 임정엽 후보 등 고작 3명에 불과했다.
특히 ‘천당 아래 분당’이라는 여당 초강세지역인 경기 성남 분당을의 김병욱 후보와 여당 전통텃밭인 강남을의 전현희 후보 당선은 ‘기적 중의 기적’으로 꼽히는 일대 사건이다. 또 국민의당이 ‘싹쓸이’하다시피 한 광주와 전남에서 유일하게 더민주 후보로 살아남은 이개호 당선자도 ‘기적의 후보’이고, 수도권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제외하고 국민의당 후보로 유일하게 승리한 김성식 당선자 역시 ‘기적의 후보’로 꼽힌다.
손 전 대표야말로 이번 선거에서 ‘여소야대’를 만든 일등공신인 셈이다.
그런데 더민주 친노 세력은 손 전 대표를 향해 이번 총선에서 한 일이 없다고 평가절하하고 있다. 보수성향의 종편 출연진들이 “이번 총선에서 손 전 대표가 더민주를 지원하지 않음으로 기회를 잃었다”고 말하는 것과 똑 같은 논리를 펴고 있다.
정작 문재인 전 대표 때문에 호남에서 더민주 후보들이 궤멸당한 것에 대해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만일 손 전 대표의 지지로 호남에서 더민주 후보들이 몇 석이라도 더 건졌더라면, 문재인 대표는 날개를 달았을 것이다. 호남에서 패배할 경우 정계은퇴는 물론 대선출마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음에도 이를 번복하고 대권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그다. 결코 그 공을 일부라도 손 전 대표에게 돌릴 사람들이 아니라는 말이다.
실제 국민의당이 중도층을 빠르게 흡수하면서 창당 후 처음으로 더민주보다 높은 지지율을 나타냈다. 창당 후 최고치도 깼다.
여론조사 기관 〈한국갤럽〉이 22일 발표한 4월 3주차 여론조사(응답률은 20%,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p)결과 국민의당은 25% 지지율이 4주 연속 급등했다. 특히 지난주 17%에서 무려 8%p나 지지율이 급등하면서 창당 이후 최고치를 3주 연속 갱신했다. 더불어민주당은 24%로 국민의당보다 1%포인트 뒤졌다.
국민들 사이에선 ‘반 친노’, ‘반 문재인’정서가 여전히 작동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선이 여야 일대일 구도로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총선의 경우 다자구도로 진행되더라도 얼마든지 ‘여소야대’를 만들 수 있지만, 대선은 다르다.
그러나 이번 총선과정에서 더민주의 유력후보인 문재인 전 대표와 국민의당 유력 후보인 안철수 공동대표 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말았다. 설사 어느 한 쪽으로 단일후보가 이뤄지더라도 지지표가 결집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제3의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가 되어야 하는 데 바로 그 적임자가 손학규 전 대표라는 것이다.
손 전 대표가 더민주 내에서 친노 세력을 꺾고 대선 후보가 된다면, 안철수 대표와의 후보단일화에서도 충분히 승산 있다. 문제는 과연 친노 세력이 득세하고 있는 더민주에서 그가 당의 후보가 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어쩌면 손 전 대표는 부득이 ‘국민후보’라는 제 3의 길을 선택할지도 모른다.
즉 ‘국민후보’손학규와 더민주 문재인, 국민의당 안철수 등 세 사람이 야권후보 단일화를 놓고 자웅을 겨루게 될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