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소년’문재인은 귀를 막았나?
고하승
| 2016-04-25 12:26:17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가 지난 22일 만찬 회동 내용을 두고 서로 엇갈린 주장을 하고 있다. 분명 둘 중 한 사람은 거짓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 거짓말로 인해 4.13 총선 이전까지는 찰떡공조를 이루던 김종인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 사이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급기야 발끈한 김종인 대표가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려는 것을 구해놨더니 이제 와서 엉뚱한 생각들을 한다"며 문재인 전 대표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기에 이르렀다.
대체 그간 둘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지난 22일 총선 후 처음으로 두 사람이 만찬회동을 가졌다. 그런데 회동 이후 두 사람 사이에 오간 대화의 내용을 놓고 서로 다른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문 전 대표가 김 대표에게 전당대회에 출마하면 상처를 받게 될 것이라는 말을 했다고 알려졌으나 김 대표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발끈했다.
그러면서 “문 전 대표가 ‘경선에서 나서시면 어떻겠느냐’고 해서 관심이 없다고 했고, 당이 정비를 하려면 현 비대위 체제를 조금 더 가지고 가는 게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문 전 대표가 (회동 후 기자들에게) ‘당에 수권비전위원회를 만들 테니 김 대표에게 맡아달라는 말을 했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그런 얘기를 만찬에서 한 적이 없다”며 “대선 후보 가능성은 있다지만 확정된 것도 아닌데 어떻게 나에게 그런 얘기를 했겠느냐”고 반박했다.
누구의 말이 맞는지 그 현장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그런데 문재인 전 대표에게는 ‘양치기 소년’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이 따라 다닌다.
‘툭’하면 ‘정계은퇴 카드’를 꺼내들면서도 정작 실천에는 옮기지 않기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다.
실제 문 전 대표는 더민주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 당권도전에 나서면서 정계은퇴를 암시하는 발언을 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성명을 통해 "이번에 당 대표가 안 돼도, 당을 제대로 살리지 못해도, 선거를 승리로 이끌지 못해도, 그 다음 제 역할은 없다"고 말했다.
당권을 손에 넣기 위한 절박한 마음에 '정계은퇴' 카드를 사용해 지지층 결집을 유도하겠다는 전략이었다. 결국 전략은 성공했다. 그러나 그가 당 대표가 된 이후 실시된 각종 재.보궐선거에서 단 한 차례도 승리하지 못했음에도 그는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지 않았다.
문재인 대표는 총선 직전 광주를 방문해 “호남민심이 지지하지 않으면 정계은퇴하고 대선에도 출마하지 않겠다”고 ‘겅계은퇴 카드’를 또 꺼내 들었다.
그러나 결과는 참혹했다. 20대 총선에서 광주는 더민주 후보 8명이 모두 전멸했고, 전남에선 10명 중 한명만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승리를 장담하던 전북에서조차 더민주 후보는 10명 중 2명만 당선됐을 뿐이다. 그런데도 그는 자신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전 대표의 정계은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상식일 것이다.
그런데 친노의 생각은 보통의 상식을 가진 사람들과는 다른 것 같다.
실제 당 밖 대표적 친노 인사인 조국 서울대 교수는 25일 문 전 대표의 호남완패 책임론에 대해 “경쟁자 흠집 내기 의도”라고 맹비난하고 나섰다.
조교수는 이날 <프레시안>에 기고한 글에서 “2007년 정권교체는 가용(可用) 자원을 모두 다 모아야 가능할 것인데, 문재인을 끌어내리면 누가 제일 좋아하겠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심지어 호남에서 완승한 국민의당에 대해선 “호남과 비호남 민주진보세력을 갈라 치고, 후자에게 ‘친노패권’이라는 낙인을 찍는 것은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당을 사실상 ‘호남 자민련’으로 격하시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여전히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정당 지지율에 있어서 더민주는 국민의당에 추월당했을 뿐만 아니라. 문재인 전 대표의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게 밀렸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런 민심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혹시 문재인 전 대표에게 이제 ‘양치기 소년’노릇은 그만하고 정계은퇴를 해달라고 간청하는 것은 아닐까?
앞으로 2년 후에 있을 지방선거를 위해서라도 문 전 대표가 물러나고 새롭게 야권이 재편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권에 눈이 먼’그와 그의 추종세력에게는 들리지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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