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몽니’이번에도 통할까?
‘셀프공천’반발엔 당무거부로 ‘전대연기’반대엔 ‘휴가’로 압박?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 2016-05-02 09:26:31
[시민일보=이영란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가 원내대표 선거 직후인 오는 5일부터 10일까지 휴가를 떠난다는 계획에 대해 김종인 대표 체제 연장을 위한 무언의 시위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20대 총선과정에서도 이른바 ‘셀프공천’ 논란이 불거질 당시 당무거부라는 강공책으로 자신의 뜻을 관철시킨 바 있다.
더민주 관계자는 2일 “김 대표는 지난 1월15일 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을 때부터 쉰 적이 없다"며 "그래서 총선이 끝나고 휴가를 계획했고, 휴식 차원에서 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엿새간의 휴가 기간을 지방에서 시간을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3일로 예정된 당선인-당무위원 연석회의에서 조기 전당대회 개최 결론이 내려지면 김 대표는 시한부 대표로 전락한다.
김 대표가 이에 반발해 당을 떠날 경우 더민주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당대회 연기 반대론자들이 조기 전대개최를 주장하면서도 "김종인 대표에 대한 책임론처럼 비춰져서는 안된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런 우려 때문이다.
그동안 당내에서는 비대위 체제를 끝내고 새로운 지도체제를 구성해야 한다는 '조기전대론'과 계파경쟁이 표출되는 전대를 굳이 지금 열어 민심을 잃을 필요가 있겠느냐는 주장의 '전대연기론'이 팽팽히 대립하는 양상이었다.
더민주 4선 이상 '중진모임'과 중도파 모임인 '통합행동'도 각각 회동하고 전대 개최 시기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 문제는 3일 열리는 '20대 총선 당선자-당무위원 연석회의'에서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 자리에서 연기론이 우세하면 '김종인 지도체제'가 이어지고, 사실상 '김종인 추대론'이 승리를 하는 셈이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당 대표 선출을 위한 경선이 이뤄지면서 김 대표 체제는 막을 내리게 된다.
그런데 최근 무게 중심이 조금씩 전대연기 반대쪽으로 쏠리는 분위기다.
비상체제를 더 이상 유지할 명분이 없으니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여성 지역구 의원으로는 최다선인 5선 고지에 오른 추미애 의원은 전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호남 참패를 가져온 현 비대위(비상대책위) 체제를 유지한다는 것은 더민주의 심장인 호남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조속한 전당대회 개최를 통한 새지도부 구성을 촉구했다.
당 대표직 도전을 선언한 송영길 전 인천시장도 “과도적인 비대위는 민주적 정당성이 취약하다”며 “전당대회를 통해 민주적 정당성을 갖는 지도부를 구성해 정기국회를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당내 최대 계파인 친문(친 문재인) 측에서도 당헌·당규대로 전대를 조속히 개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홍영표 의원은 “우리도 당헌당규가 있고 규정이나 절차를 엄격히 지키는 것이 민주정당”이라며 “그것을 (기준없이) 이렇게 바꾸는 것은 안된다”고 전대 연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문재인 전 대표 시절 최고위원을 지낸 이용득 비례대표 당선인도 페이스북 글에서 김 대표를 겨냥, 전대연기론에 대해 "이 무슨 꼼수냐"며 "당헌당규대로 비대위원장은 내려놓고 당대표로 출마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그는 "비례 자리 쓸어담고 멀쩡하게 임기 남은 (민주정책)연구원장도 갈아치운다 하고 경제대변인 자리 만들고 등등 친정체제를 구축하시겠다는데 다음은 뭔지요"라며 "왠지 먹튀 투기자본이 우리당에 들어온 것 같다는 느낌"이라고 격한 말을 쏟아냈다.
원내대표 경선에 나선 범주류 성향의 우상호 우원식 의원도 조기 전대 개최 쪽으로 기울어 있다.
광주에서는 더민주 소속 지방의원 50여명이 2일 기자회견을 하고 조기 전대 개최를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휴식’을 명분으로 ‘휴가’라는 압박 카드를 꺼내 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김 대표의 한 측근은 "김 대표의 휴가는 총선 이후 지방순회가 끝나고 당초 그 시기에 가려고 했던 것으로 달리 해석할 필요는 없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한편 일부 비대위원들은 전대 연기론에 힘을 싣기 위해 전대 연기 불발시 비대위원을 사퇴하겠다는 배수진을 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실제 이춘석 비대위원은 주변에 "호남 몫으로 비대위원이 되었으니 호남민심이 반영되지 않는 방향으로 당의 운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며 비대위원 사퇴불사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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