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혁신형 비대위 필요하다
고하승
| 2016-05-09 13:23:43
새누리당은 20대 총선에서 참패했다. 원내 과반의석은커녕 원내 제1당 자리마저 더불어민주당에게 내어주고 말았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정신을 못 차리고 ‘선장 없는 난파선’처지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상태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란 점이다.
설사 새로운 선장이 나타나 키를 잡더라도 제대로 방향을 잡고 나아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재 당내에선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관리형 비대위를 꾸릴 것인지, 당의 전면적 쇄신을 이끌 혁신형 비대위를 구성할 것인지, 아니면 관리형 비대위를 구성할 것인 의견이 분분하다.
먼저 비대위 구성문제부터 살펴보자.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승리했다고 생각한다면 굳이 비대위를 구성할 필요가 없다. 곧바로 전당대회를 치르면 된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참패했다면 당 대표를 선출하는 문제보다 더 시급한 게 패인을 분석하고, 돌아선 국민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일일 것이다. 그렇다면 답은 이미 나와 있다. 비대위를 구성해야 한다.
6,7월 중 전당대회를 치러 당의 안정을 꾀한 뒤 당장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대선 준비에 착수하자는 주장은 옳지 않다. 정진석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겸임해 전당대회를 조속히 치르자는 주장도 옳지 않다.
치명적인 상처를 입어 수술대 위에 올려야 할 환자의 환부를 붕대로 싸매는 식의 응급처치로는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드시 비상대책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그 비대위는 당연히 ‘관리형’이 아니라 ‘혁신형’이 돼야 한다.
현재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할 만한 중량감 있는 인물이 없는 데다 전당대회까지 물리적으로 제대로 된 활동을 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혁신형 비대위에는 부정적인 의견을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대단히 잘못된 것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당내 일부 세력이 그런 주장을 하고 있다.
특히 친박 측에서 그런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물론 친박 측은 현재 당권주자들이 넘쳐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친박계 내에는 최경환, 홍문종, 이주영 의원 등 당권 주자들이 많다. 반면 비박계에선 김무성 전 대표의 침몰과 함께 몰락하고 말았다. 구심점이 없는 상태다.
따라서 전대를 하면 친박계가 당권을 잡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앞서 총선 참패 이후 친박계 2선 후퇴론이 나왔으나 정진석 원내대표 당선을 계기로 당내 주류세력임을 재확인한 바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 전권을 가진 혁신형 비대위를 구성해 총선 패인을 분석하고, 비대위로 하여금 당헌·당규를 개정하는 등 다시는 선거에서 패배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혁신안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우선 당장 맞지도 않는 엉터리 같은 여론조사를 경선에 반영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특히 역선택의 위험이 있는 여론조사를 상향식 공천이라는 미명아래 반영비율을 높인 것이 총선패인의 주요한 원인 중에 하나인 만큼 이번엔 이를 폐지하거나 축소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당원의 참여비율을 낮추거나 없애 당원들로 하여금 애당심이 사라지게 만든 것도 이번 총선 패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당원들의 비율을 100%로 높이거나 최소한 70%선까지 끌어 올릴 필요가 있다.
이런 일들은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당 대표가 할 경우, 차기 대권을 위한 행위로 오해받거나 실제로 그럴 가능성이 농후해 또 다른 분란의 소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것은 전권을 위임받은 혁신형 전대위에서 해야 한다.
그러자면 당내 인사가 아니라 당 밖의 인사들 가운데 국민의 사랑을 받는 인사를 혁신위원장으로 모셔 와야 한다.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반드시 그렇게 해야만 한다.
지금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이란 방문 효과 덕분에 회복세로 돌아섰고, 총선을 전후해 바닥을 쳤던 여당 지지율도 반등 기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추세를 유지하고 나아가 새누리당이 다시 국민의 사랑을 받는 건전 보수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라도 혁신형 비대위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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