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탈당파+비박, ‘여권發 신당’만드나

고하승

| 2016-05-13 12:58:03

편집국장 고하승


요즘 여권 내부에서 내년 4월 정계개편설이 ‘솔솔’흘러나오고 있다.

정의화 국회의장과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 정두언 의원 등 옛 친이계 인사들은 이미 20대 총선 직전부터 '제3의 정치결사체' 조직을 위해 물밑에서 움직여왔다는 소리가 들린다.

특히 친이계는 최근 이명박 전 대통령(MB)과의 회동에서 이 같은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MB는 “더 이상 박근혜 대통령과는 같이 갈 수 없다”며 새누리당 밖에서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을 강하게 어필했고, 상당수의 참석자들이 이에 동의했다고 한다.

친이계 좌장인 이재오 의원이 선거 후 일부 인사들과 만나 “새누리당은 갈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 것을 보면 풍문만은 아닌 것 같다.

실제로 정의화 국회의장은 "중대선거구제, 권역별비례대표제 등 선거제도 개혁을 통해 양당제보다는 다당제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나의 소신"이라고 밝혔다.

정 의장은 전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치 대립구도 완화를 위한 과제' 학술회의에 참석해 "선거제도 개혁을 통해 '정치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꿔 정쟁의 정치구도, 승자독식의 갈등 유발적 정치구조를 끊어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도 같은 날 저녁 TBS라디오 인터뷰에서 “보수가 (새누리당을) 떠났고, 이번 총선에서 소위 보수라는 사람들, 우파라는 사람들이 그나마 국민의당에 표를 던졌다”며 “(새누리당은)나중에는 영남당이 됐다가 열린우리당처럼 소멸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따라서 새누리당을 대신할 새로운 제3의 보수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유승민 의원을 비롯한 탈당파 의원들의 새누리당 복당이 좌절될 경우, 이들의 합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위기의식을 느낀 수도권 비박계가 가세할 수도 있다.

정두언 의원은 “새누리당이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면 수도권 비박계부터 흔들릴 것”이라며 수도권 비박계도 신당합류 세력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마디로 이재오 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옛 친이계와 유승민 의원 등 탈당파에 수도권 비박계가 모두 손을 잡고 이른바 ‘여권발(發) 신당’을 만들 수도 있다는 말이다.

만일 신당이 만들어진다면 그 시기는 언제쯤일까?

정두언 의원은 “(내년 4월 재보선을 전후해) 대권국면에 들어가니까 여러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며 내년 4월쯤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 여권발 신당이 만들어질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현 상황으로 볼 때 그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사실 야권발 신당인 국민의당이 이번 총선에서 기대이상의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은 호남에서의 ‘반(反) 문재인 정서’영향이 크지만, 그보다도 거기엔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라는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반면 정의화, 이재오, 유승민 등 ‘여권 신당’의 주축 인물로 거론되는 인사들은 그에 비하면 ‘오합지졸’이다. 유력대권주자가 없는 신당은 설사 만들어지더라도 탄력을 받기 어렵다.

따라서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전 대표나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를 능가하거나 그와 버금가는 대권주자를 찾아야 하는 데 그게 쉽지 않다.

적어도 문재인, 안철수 등 유력대권주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나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과 같은 거물급 인사가 신당에 참여해야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이 반 총장과 손 전 고문을 향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김무성 전 대표가 비박계의 신망을 잃으면서 김무성계로 분류되던 비박계 일부 인사들이 ‘반기문 띄우기’에 나섰는가하면, 손학규 전 고문을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실제 비박계면서 충청권인 홍문표 의원은 총선 후 친박계와 각을 세우는 동시에 반 총장에 대한 우호성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또 비박계 김성태 의원은 “당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손학규 전 의원을 모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들의 ‘러브콜’에도 불구하고 반 총장이나 손 전 고문의 ‘여권발 신당’합류 가능성은 별로 없다.

반 총장은 이미 새누리당 친박계에서 공을 들이고 있는 상태이고, 기존의 기득권 정당구조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 손 전 고문은 ‘국민의 후보’가 아니면 출마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친이계, 탈당파, 수도권 비박계 중심의 여권발 신당은 ‘그들만의 희망사항’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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