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아직도 정신 못 차렸다

고하승

| 2016-05-19 10:46:38

편집국장 고하승


새누리당이 17일 전국위원회를 개최해 비박계 김용태 혁신위원장 및 비박계가 다수를 차지하는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을 논의한다고 한다.

새누리당이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없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최근 비대위원으로 당연직인 김광림 정책위의장, 홍문표 사무총장 권한대행 외에 이혜훈, 김영우, 홍일표, 한기호(원외), 김세연, 이진복, 정운천 의원 및 당선인을 선임했다. 혁신위원장에는 김용태 의원이 선발됐다.

비대위원 10명 가운데 무려 6명이 비박계이고, 특히 혁신위원장으로 선발된 김용태 의원은 강경 비박계다. 비박계 의원이 당내 다수파라면 몰라도 친박계가 다수인 상황에서 이런 지도부가 구성된다는 것은 뭔가 어색하다.

대체 왜 이런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일까?

박대출 김선동 의원 등 친박계 당선인 20명은 전날 오후 4시 국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완장 찬 정진석 원내대표의 쿠데타”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실제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이번 인선은 국민들의 준엄한 명령에 부합되는 것인지 근본적인 의문”이라며 “당내 의견 수렴을 거치지 않고, 편향된 친이계 위주로 혁신위원장과 비대위원을 뽑았다”고 비판했다. 따라서 인선을 전면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내용은 급조됐고, 절차는 하자를 안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국민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지 우리 스스로 솔직하게 되돌아봐야 한다"며 "무엇보다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국민만 바라보고 가라'는 국민들의 요구에 부합되기에는 미흡하다. 계파를 초월하라는 시대정신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맞는 말이다. 정진석 원내대표의 이번 인선은 누가 봐도 비박편향 인선임이 분명하다.

그런 식의 편향된 인선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친박편향도 문제이지만 비박편향도 문제인 것이다. 그러면 정 원내대표는 왜 이런 식의 편향된 인사를 한 것일까?

아무래도 당내에서 제기되는 ‘친박 2선 후퇴론’을 잠재우기 위한 고육책인 것 같다. 즉 반대 목소리가 큰 비박계 인사들을 비대위원이나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해 더 이상 반대 목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는 뜻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이는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 그러면 침묵하고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뭐가 되는가.

또 목소리 큰 사람이 중용되는 선례를 남긴다면 앞으로 새누리당은 분출되는 반대 목소리로 인해 제대로 당을 운영해 나갈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면 친박을 중용해야 하는가. 그건 또 아니다.

전날 공동기자회견에 참석한 의원 들 역시 그런 인사를 요구하는 게 아니다.

그들은 "진정 새누리당이 뼈를 깎는 혁신으로 국민 지지를 회복하고 정권 재창출을 이루기 위해서는 '국민 눈높이' 인선으로 출발해야 한다"며 "유능한 분을 삼고초려라도 해서 모셔 와 혁신을 주도하는 길을 열어야 한다. 비상대책위원들도 유능한 인재로 채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외부인사를 삼고초려해서라도 혁신위원장으로 영입해야 하고, 비대위원들은 반대 목소리만 큰 사람이 아니라 유능한 인재로 채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인사가 바람직한 것이다.

사실 당선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역시 김황식 전 국무총이라 인명진 목사 등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그들을 모셔 오는 게 맞다.

그런데 한 두 차례 형식적으로 의사를 타진하고는 그들이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는 이유로 손쉬운 당내 인사들로 자리를 채우고 말았다. 물론 그로 인해 당내 비박계의 반대 목소리를 잠재울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총선에서 새누리당을 심판한 국민의 목소리, 국민의 분노는 어떻게 잠재울 것인가.

당내에서 목소리 큰 비박계 의원들은 ‘사탕발림’으로 적당히 끌어안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국민에겐 통하지 않는다.

즉 국민은 친박-비박 양측이 적당히 ‘타협’하고 정치개혁 요구를 외면하는 방향으로 나갈 경우 그것을 결코 좌시하거나 용납하지 않을 것이란 말이다.

국민은 새누리당의 친박-비박 계파 싸움엔 관심이 없다. 오직 국민의 관심사는 이번 총선에 나타난 민의를 반영해 새누리당이 새롭게 거듭나는지 여부다.

경고하거니와 변화 없는 새누리당,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당의 모습으로는 등 돌린 민심을 되돌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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