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尊敬)

고하승

| 2016-05-29 12:32:15

편집국장 고하승


"손학규 선배가 우리 당(새누리당)에 있을 때 제가 초선이던 때였다. 굉장히 가까웠다. 인간적으로도 가깝고 제가 존경하는 분이다. 당을 달리하는 바람에 거리가 멀어졌지만 마음으론 늘 훌륭한 선배라 생각한다." (정의화 국회의장)

“손학규 전 대표의 정치적인 경륜과 ‘저녁이 있는 삶’으로 대표되는 진정성 있는 생각들을 후배 정치인들이 존경하고 높이 사고 있다. 경륜과 지혜를 꼭 부탁드리고 싶다.”(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

“사실 손학규 전 대표는 저 개인적으로도 좋아하고, 존경하고, 대화도 하고 있다.”(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

“그분이 경기도 지사할 때 저를 경기도부지사로 발탁한 적이 있다. 인간적으로도 제가 아주 존경하는 선배님이시다.”(김성식 국민의당 정책위의장)

"균형적인 시각으로 문제를 보고 해결하려는 손학규 전 대표는 참 존경스런 인물이다."(김병욱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손학규 전 대표를 존경하고 또 훌륭한 정치인으로 생각한다. 또 정치권에서 할 일이 있으신 분이다."(전현희 더민주 당선인)

“손학규 전 대표는 많은 국민들이 존경하고, 그 분이 정치를 다시 해주길 바라는 분들도 꽤 많다고 생각한다.”(정장선 더민주 총무본부장)

“민족문제, 통일문제, 핵 문제에 대해 열띤 토론을 수십차례 해오면서 생각을 조율했다. 그 과정에서 이 분(손학규)을 존경하게 됐다.”(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이는 손학규 전 민주통합당 대표에 대해 유력 정치인들이 내린 평가다.

그런데 거기에 공통적으로 들어간 단어가 있다. 바로 ‘존경(尊敬)’이란 단어다.

존경이란 단순히 그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인격이나 행위 따위를 받들어 공경하는 것을 의미한다. 어의(語義) 그대로 ‘높이여 공경하는 것’이 바로 존경이다. 인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는 다양하지만 그 중에서도 존경은 정치에서 특히 중요하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지금의 정치인들은 존경보다 멸시, 조롱거리, 비판의 대상이 돼 왔다. 자기 것만 챙기고 국민은 아예 안중에도 없는 사람들, 오로지 자기 앞길만 모색하는 사람들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치인들은 상당히 이기적이다.

어떤 야권의 유력 정치인은 자신이 당 대표로 재임하던 시절에 실시된 각종 선거에서 번번이 패배했음에도 전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었다. 이번 총선에서 호남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정치현장에서 물러나고, 대선에도 출마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마저도 지키지 않고 있다.

또 여권의 어떤 유력 정치인은 자신의 정치적 야욕을 실현위해 당의 간곡한 ‘험지출마’요청을 뿌리치고 제 살길을 찾아 나서는 씁쓸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반면 손 전 대표는 어떤가.

자신이 출마를 원하지도 않는 지역, 그것도 무려 20여년간 야권 후보가 단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지역에 가서 출마해달라는 당의 간곡한 요청을 차마 뿌리치지 못해 2014년 7.30 재보궐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하자 그 책임을 지고 전남강진으로 내려가 무려 2년 가까이 고행의 길을 걷고 있지 않는가.

책임을 지지 않는 야권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나 ‘선당후사’정신을 보여주지 못하는 여권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이기적인 정치행보와 비교할 때 너무나 신선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손 전 대표의 마음을 알기에 여야 정치인들이 이구동성으로 그를 ‘존경’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정치를 잘 아는 정치부 기자들은 물론 국회의원 보좌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 대통령 감’선호도 조사에서도 모두 1위를 차지한 일이 있다.

어쩌면 그들의 마음 깊은 곳에선 손 전 대표에 대한 ‘존경심’이 자리하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왜 그는 아직도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그의 ‘쇼맨십 부족’을 주요원인으로 꼽는다. 실제 그는 진정성 없이 오로지 이미지 정치에 치중하는 다른 대선주자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정작 투표권을 지닌 국민들은 그런 사실을 잘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걸 알릴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필자는 손 전 대표가 광부 옷을 입은 채, 입가에는 환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사진을 발견했던 그때의 그 감동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당시 그의 온몸은 석탄으로 뒤범벅이 된 초라한(?) 모습이었지만 언론인의 한 사람으로 특정 정치인을 향해 ‘존경’의 마음을 갖게 하기에는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사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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