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고리 ‘새 판짜기’이뤄지나

고하승

| 2016-06-07 14:48:48

편집국장 고하승


<조선일보> 김대중 고문이 7일 친박과 친노를 제외한 나머지 정파들이 똘똘 모여 '분권형 개헌'을 하자고 주장했다.

김 고문은 이날 <분권형 개헌과 정계 개편>이라는 제하의 기명칼럼을 통해 "개헌을 추진하려면 정계 개편이 선행돼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대통령제의 효율성도 이제 한계에 왔다. 권력의 집중화가 문제다. 그나마 그 권력은 무슨 친(親)자 돌림의 형태로 개인 숭배화돼 있다"며 "새누리당의 친박과 더불어민주당의 친노는 그들의 '다음 권력'에 대한 욕심과 기득권 때문에서라도 개헌에 찬동할 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즉 친박과 친노는 대통령 권한을 축소하는 개헌을 당연히 반대할 것이기 때문에 이들을 제외한 비박-비노 진영이 분권형 개헌을 고리로 ‘새 판짜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필자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앞서 필자 역시 지난 달 26일 <손학규, 어찌해야 하나>라는 제하의 본란 칼럼을 통해 “이미 정치권과 국민들 사이에서는 87년에 제정된 헌법 개정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특히 지나치게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돼 있는 '5년 단임 대통령 중심제’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손학규 전 대표 역시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며 개헌을 반대하는 친박과 친노세력을 제외하고, 분권형 개헌에 동의하는 여야 제반 세력을 하나로 묶어내는 정치결사체를 만들라고 조언 한 바 있다.

사실 정치권에서 개헌논의는 이제 돌이킬 수 대세가 되어 가고 있다.

이에 따라 여의도 정가에선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와 정의화 전 국회의장, 손학규 전 민주통합당 대표가 ‘새 판짜기’를 위한 연대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물론 현재로선 실현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우선 손 전 대표가 정의화 전 의장과 함께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다.

실제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전날 한 방송에 출연, “손 전 대표에게 '정의화 전 의장과 ‘제4세력’에 함께 할 것이냐'고 물었더니 '함께 하지 않는다' 이것만은 확실하게 답변을 했다”고 밝혔다.

또 김종인 대표와 손 전 대표 사이에는 아직도 앙금이 남아 있다.

4.13 총선 당시 손 전 대표는 야권이 더민주와 국민의당으로 분열돼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어느 특정 정당의 손을 일방적으로 들어주기보다는 ‘좋은 후보’라고 판단되면 당적과 상관없이 개별적으로 지지를 보낸 바 있다. 실제 그는 더민주 후보 16명, 국민의당 후보 5명에 대해 지원 메시지를 보냈었다.

그런데 김 대표 입장에선 그게 못마땅했던 거 같다. 자신이 지원요청을 했음에도 손 전 대표가 거부한 것으로 인해 그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던 것 같다. 손 전 대표를 향해 노골적으로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반면 김종인 대표와 정의화 전 의장 사이에는 이미 ‘분권형 개헌’이란 교집합이 형성돼 있다.

실제 김 대표는 정 전 의장의 싱크탱크 출범 기념식에서 “오늘날 모든 갈등구조는 지난 25년 이상의 (압축경제 성장) 세월 동안 의회 민주주의란 것이 제대로 작동을 하지 못해서 발생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사실상 개헌론에 불을 지폈다.

정의화 의장 역시 지난 달 25일 퇴임 기자회견을 열고 새로운 정치질서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개헌 논의를 제안한 바 있다.

정계복귀 시동을 건 손학규 전 대표 역시 내년 대선의 화두를 개헌으로 제시하며 개헌론을 통한 '새판짜기'에 닻을 올렸다. 사실 이들 가운데 대권주자가 될 만한 인물은 손학규 전 대표밖에 없다. 만에 하나라도 김 대표가 그런 욕심을 가졌다면 그건 ‘노욕’이고 정 전 의장이 그런 생각을 지녔다면 그건 ‘시기상조’로 국민의 비웃음만 사게 될 것이다.

결국 이들 3인의 유력 정치인들이 손을 잡는다는 것은 손 전 대표가 대권자로 나선다는 전제하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즉 손학규 전 대표와 김종인 대표, 정의화 전 의장이 분권형 개헌을 고리로 연대할 경우, 그것은 국민의당에게도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고, 결국 ‘비박+비노+국민의당’이라는 거대한 ‘새 판짜기’의 주체가 새롭게 탄생될 수 있지만, 그것은 전적으로 손 전 대표의 선택에 달렸다는 말이다.

부디 손 전 대표가 분권형 개헌에 동의하는 여야 제반 정치세력을 묶는 구심점이 되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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