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남의 甲質 vs. 박원순의 甲質
고하승
| 2016-06-17 23:58:03
가수 조영남씨가 자신의 전시회에 낼 작품을 한 무명화가에게 맡겨 대신 그리도록 한 사건으로 전국이 떠들썩하다. 조 씨는 우리나라에선 모르는 이가 없을 만큼 제법 유명한 가수다. 그런 그가 최근에는 ‘화투’를 소재로 하는 그림을 그리는 화가로도 유명세를 타게 됐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가 그린 것으로 알려진 그림들 가운데 상당수가 그를 대신한 한 무명화가의 그림이었다. 결과적으로 그의 그림을 수백만 원 혹은 수천만 원을 들여 사들인 사람들은 모두 사기를 당한 셈이다.
그런데 그보다 더 국민을 분노케 하는 일은 따로 있다.
조 씨가 그림 한 점당 대가로 고작 '10만원’을 지불하면서도 운반비까지 지급하게 하는 등 갑질 횡포를 부렸다는 사실이다.
사실 조 씨는 엄청난 부자다. 그가 해마다 노래로 벌어들이는 돈은 어마어마하다. 우리 같은 월급쟁이 소민들은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는 액수다. 그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그는 수십 억 원이 넘는 거대한 저택에서 속된말로 잘 먹고 잘 산다. 아쉬울 게 없는 그다.
반면 그를 대신해 그림을 그린 화가는 미국 유학까지 다녀왔지만 생활고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래 등 같은 대저택에 살고 유명인이 강원도 속초에서 별채를 월세로 얻어 생활하는 딱한 처지의 무명인을 상대로 엄청난 노동착취를 한 셈이다.
이에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이다.
그런데 박원순 서울시장이 수장으로 있는 서울에서도 갑질이 난무하고 있다.
그로인해 한 젊은 청년이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하기도 했다. 실제 최근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는 서울시 산하 서울메트로의 갑질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김상훈 의원은 “서울메트로와 은성PSD가 맺은 과업지시서를 보면 승강장 안전문 고장 사고 발생 시 원상복구와 손해배상에 대한 모든 민형사상 책임은 하청에 떠넘기고 있다”며, “애초에 서울메트로는 사고가 나면 빠져 나갈 궁리만 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서울메트로가 하청업체 은성PSD에 갑질을 했듯이 박원순 시장은 서울메트로에 갑질을 했다.
서울시 고위관료출신 '관피아'와 박원순 시장 선거캠프 출신의 '낙하산' 인사들을 서울메트로의 요직에 임명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실제 서울 지하철 1-4호선 운영기관인 서울메트로의 역대 사장 16명 가운데 무려 10명이 서울시 고위공무원출신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2013년 2월부터 2014년 6월까지 서울메트로를 이끈 15대 장정우 전 사장이 대표적이다. 또 서울메트로 지용호 감사는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 상근부위원장으로 있다가 그해 11월 임기 3년의 서울메트로 감사가 됐다. 조중래 비상임이사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를 지냈던 시절 함께 활동한 경력이 있다. 이숙현 비상임이사는 2012년 안철수 당시 대선후보 선거캠프에서 부대변인을 지냈다.
이런 박 시장의 갑질 인사가 서울메트로로 하여금 은성PSD에 갑질을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셈이다.
실제로 서울메트로 직원들은 퇴직 후에도 은성PSD로 자리를 옮겨 상당한 연봉을 받을 수 있도록 자리를 보장해 줬다. 그 대신 이번에 구의역에서 사망한 19세 청년과 같이 아무런 힘도 없고 백도 없는 현장직원들은 고작 144만원의 월급만 받아야 했다.
조영남 씨가 대작 화가를 노동 착취한 것 못지않게 그 청년 역시 박 시장의 횡포, 서울메트로의 횡포로 노동력을 착취당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을지로위원회를 만들고 약자인 을(乙)을 보호겠다고 했지만, 정작 같은 당 소속 박원순 시장의 갑질 횡포에 대해선 침묵하고 있으니 답답하고 화가 치밀 뿐이다.
이래선 안 된다. 돈보다 귀한 게 사람이다. 그리고 권력은 약자 편에 서 있을 때 아름다운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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