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반기문 대항마’가 누구냐

고하승

| 2016-06-09 23:58:03

편집국장 고하승


각 언론은 차기 유력 대선주자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를 꼽고 있다.

이들 외에도 박원순 서울시장이나, 안희정 충남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유승민 무소속 의원 등도 거론되고 있지만 지지율이 극히 미미해 어디까지나 ‘마이너리그’에 불과하다.

따라서 현재 상황이 지속될 경우, 차기 대선은 여권의 반기문 후보와 야권의 문재인, 안철수 후보가 3파전을 벌이는 구도가 될 수밖에 없다.

만일 차기 대선에서 이들이 맞붙으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한국일보가 창간 62주년을 맞아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5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가 9일 공개됐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여권후보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반 총장은 차기 대선지지율 33%를 얻어, 문재인 전 대표(16.8%)와 안철수 대표(12.1%)를 밀어내고 선두에 올랐다.

1위인 반기문 총장의 지지율은 2위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지율보다 무려 두 배 가량 높고, 문 전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의 지지율을 단순 합계한 것보다도 높다.

정치판의 ‘새 판짜기’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야권의 ‘필패’가 불 보듯 빤한 상황이다.

그러면 국민은 반 총장이 대선에 출마하는 것을 적극 찬성하는 것일까?

아니다.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비록 오차범위 이내이긴 하지만 오히려 반대(45.7%) 의견이 찬성(44.3%)의견보다 1.4%포인트 높다. 적어도 반 총장의 대선출마를 국민이 쌍수 들고 환영하는 분위가 아님은 분명하다.

그런데도 반 총장 지지율이 야권 유력주자인 문 전 대표나 안 대표의 지지율을 압도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혹시 국민이 정권재창출을 간절히 희망하고, 그래서 여권후보가 예상되는 반 총장에게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는 것은 아닐까?

알고 보니 그렇지도 않다.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정권 교체를 바라는 응답이 정권 재창출을 기대하는 응답보다 무려 2배가량이나 높았다.

실제 ‘차기 대선에서 어느 정당이 집권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야당이 집권해야 한다”는 응답은 57.8%로, “새누리당이 집권해야 한다”의 28.9%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모름ㆍ무응답은 13.3%였다.

심지어 여당 전통 텃밭 가운데 하나인 경남,부산지역에서도 “야당이 집권해야 한다”는 응답이 53.2%로, 새누리당의 재집권을 원하는 의견(33.5%) 보다 20%포인트 가까이 많았다.

한마디로 새누리당 재집권을 바라지도 않고, 반기문 총장이 대선에 출마하는 것을 적극 찬성하지도 않지만, 그래도 반기문 총장을 지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현재의 민심이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현재 언론에서 거론되는 유력 야권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와 안철수 대표 가지고는 안 되니까 다른 주자로 바꾸라는 엄중한 민심의 경고다.

실제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 총선 과정에서 호남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정계은퇴를 선언하겠다고 배수진까지 쳤음에도 호남 유권자들로부터 외면당했다. 안철수 대표는 ‘전국 정당’을 표방하고 나섰지만 ‘호남 자민련’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고 말았다.

정부의 국정운영과 집권 여당에 대한 불만이 높고, 4.13 총선 전후 공천파동과 계파갈등으로 이탈한 여권 지지층 다수가 여전히 실망을 거두지 않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문재인 전 대표나 안철수 대표를 지지할 수 없다는 국민의 뜻이 이런 여론조사 결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야권은 새로운 ‘반기문 대항마’를 찾아야만 한다. 문재인-안철수와 같은 ‘필패후보’나나 박원순-안희정 같은 ‘도토리후보’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새판짜기’가 이뤄질 때쯤이면 그런 인물이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가져 본다.

그런데 굳이 반기문 총장이 아니더라도 믿고 지지할 수 있는 대선주자가 과연 우리나라에 있기는 있는 것일까?

있다면 그가 어디에서 칩거하고 있든 찾아가 ‘국민을 위해 나서달라’고 애원하고 싶은 심정이다.

(이번 여론조사의 표본추출은 지역ㆍ성ㆍ연령별 인구비례에 따라 할당 추출했고, 2016년 5월 말 행정자치부 주민등록인구통계를 기준으로 가중치를 부여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전체 응답률은 10.4%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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