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의 함정

고하승

| 2016-07-18 14:20:36

편집국장 고하승


요즘 여론조사는 믿을 게 못된다. 특히 정치적 이슈, 그 가운데서도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조사는 더더욱 그렇다.

실제 비슷한 시기에 실시한 두 개의 여론조사 결과를 비교해 보자.

한국갤럽이 7월 둘째주에 실시한 차기 정치지도자 선호도 조사를 보면 반기문 UN 사무총장 27%,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16%, 안철수 의원 11%, 박원순 서울시장 6%, 손학규 전 의원 4%, 유승민 의원 4%, 김무성 의원 3%, 이재명 성남시장 2% 순으로 나타났다. 1%는 기타 인물, 26%는 의견을 유보했다.

반 총장과 문 전 대표의 지지율 격차는 10%포인트 이상 크게 벌어졌다.

이 조사는 한국갤럽이 12일~14일까지 3일 간,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응답률은 20%,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그런데 18일 공개된 다른 여론조사 결과는 어떤가.

리얼미터가 ‘레이더P’ 의뢰로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5일간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2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반기문 21.5%, 문재인 18.9%로 두 후보간 격차는 별로 없다. 오차범위 내에서 두 후보가 팽팽하게 접전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3위인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12.1%, 4위인 박원순 서울시장은 6.2%로 한국갤럽조사와 큰 차이가 없다.

기타 후보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대표는 4.9%, 유승민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 4.5%, 안희정 충남지사 3.2%, 이재명 성남시장 2.9%, 남경필 경기지사 2.7%, 김부겸 더민주 의원 2.6%, 홍준표 경남지사 2.3%, 원희룡 제주지사 1.2%로 각각 집계됐다. ‘모름/무응답’은 0.9%p 증가한 12.1%였다.(한국갤럽 조사와 리얼미터 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현재 ‘빅4’ 후보로 분류되는 반기문 문재인 안철수 박원순 등 4명의 후보 가운데 안철수-박원순 후보에 대해선 한국갤럽조사 결과나 리얼미터 조사의 수치가 엇비슷한데 유독 반 총장과 문 전 대표에 대해서만 이런 차이가 나타나는 것은 뭔가 수상쩍지 않은가.

세간에선 두 여론조사 업체에 대해 하나는 여권편향이고, 또 다른 하나는 야권편향이라며 의혹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렇지 않기를 바라지만 만일 이런 세간의 의심이 사실이고, 그래서 여론조사 기관에 따라 이런 황당한 차이가 나오는 것이라면 정말 큰일이다. 그것은 사실왜곡이고, 진실을 호도하는 사실상의 ‘여론조작’이기 때문이다.

사실 여론조사 결과가 믿을 수 없다는 점은 이미 지난 20대 총선에서 명명백백하게 밝혀진 바 있다. 거의 대부분의 여론조사 기관은 당시 새누리당의 과반의석 확보를 예상했었다. 필자 역시 그렇게 내다보았다. 하지만 결과는 어떤가. 정당 지지율에서 3당인 국민의당보다도 낮은 지지를 받은, 특히 호남에서 대참패를 당한 더불어민주당에게 원내1당 자리를 내어주는 수모를 당했다.

따라서 여야 각 정당은 당내 경선에 여론조사 결과를 반영하는 어리석은 행위를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8월에 당 대표와 최고위원 등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실시하게 된다. 그런데 여야 모두 여론조사 결과를 반영하는 경선을 치를 것 같아 걱정이다.

‘경선 흥행’이라거나 ‘국민 참여 확대’라는 허울 좋은 명분 때문이다. 그런 명분으로 인해 정작 ‘당의 주인은 당원’이라는 ‘당원 주권’의 대원칙 크게 훼손되고 있음에도 누구하나 나서서 이의를 제기하는 정치인이 없다. 괜히 나섰다가 자신이 여론조사에서 손해를 보게 될 것을 우려하는 탓이다.

더구나 여론조사는 ‘역선택’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상대 정당 지지자들이 여론조사에 참여해 취약한 후보가 승리하도록 만드는 게 바로 역선택이다. 과거 한나라당 이명박 박근혜 대선후보 경선 당시 도덕성 문제가 제기된 이명박 후보가 승리한 것이나 야당의 문재인 손학규 경선 당시 표의 확장성이 있는 손학규 후보가 패배한 것은 모두가 역선택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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