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 정말 무섭고 더럽다

고하승

| 2016-07-19 15:16:49

편집국장 고하승


새누리당 친박계는 최경환·윤상현 의원이 4·13 총선 공천에 부적절하게 개입했다는 녹취록 보도로 치명상을 입었다.

결국 친박계가 옹립할 움직임까지 보였던 '큰형님' 서청원 의원은 19일 전대 불출마를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녹취록을 폭로한 비박계는 승자인가. 아무래도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국민들로 하여금 정치, 특히 새누리당에 염증을 느끼도록 했다는 점에서 비박계의 ‘저질 폭로 정치’가 부메랑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 같다.

앞서 종합편성채널 TV조선은 전날 서청원 의원 지역구에 예비후보로 나선 김성회 전의원에게 ‘지역구를 바꾸라’며 압력을 넣는 윤상현 최경환 의원의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최 의원은 예비후보에게 “사람이 세상을 무리하게 살면 되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 자꾸 붙으려고 하고 음해하면 XXX도 가만 못 있지”라며 “감이 그렇게 떨어지면 어떻게 정치를 하나. 우리가 도와드릴게”라고 말했다.

특히 윤상현 의원은 해당 예비후보에게 “내가 형에 대해서 별의별 것 다 가지고 있다. 내가 대통령 뜻이 어딘지 안다”라며 협박성 발언까지 내뱉었다.

최 의원의 발언은 해석여하에 따라 지역구를 바꾸라는 ‘압력’으로 비쳐질 수도 있고, 당내 다선 중진의원으로서 교통정리를 위한 ‘중재’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문제는 윤 의원의 협박성 발언이다. 실제 그는 김 전 의원을 향해 ‘별의별 것 다 가지고 있다’고 노골적으로 협박하는 등 안하무인(眼下無人)이다.

대체 뭘 믿고 그런 태도를 보이는가. 알고 보니 그가 믿는 구석은 박근혜 대통령이다.

실제 그는 “내가 대통령 뜻 어딘지 알잖아”라며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그가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은 예전에도 있었다. 박 대통령이 국회연설을 마치고 본회의장을 나설 때 대통령의 팔을 잡는 일이 있었는가하면, 사석에서 대통령을 ‘누나’라고 부르는 일도 있었다.

그러면 정말 박 대통령이 녹취록 파문의 ‘몸통’에 해당하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래도 윤 의원의 과장이거나 허풍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즉 윤 의원이 대통령의 이름을 팔아 호가호위하고 공천에 개입했을 것이란 뜻이다. 따라서 윤 의원은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당장 정계은퇴를 선언해야 한다. 조폭들이나 사용할법한 협박성 발언을 서슴없이 내뱉는 사람이 새누리당에 남아 있는 한 새누리당은 절대로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8.9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에 이런 녹취록을 폭로한 사람들의 태도는 올바른 것인가.

전당대회를 앞둔 하필 이 시점에 그런 폭로가 있었다는 점에서 뭔가 모를 ‘음모’의 악취가 풍겨 나온다.

한 친박계 의원은 "최·윤 의원 언행의 적절성 여부를 떠나 녹취록이 공개된 시점만 놓고 보면 불순한 의도가 엿보인다"며 "녹취록 공개의 배후에 특정인이 있는 것 아니냐"고 의구심을 보였다.

물론 그는 ‘특정인’에 대해선 실명을 거론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지칭하는 ‘특정인’이란 바로 김무성 전 대표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실제 김 전 대표는 ‘비박계 후보단일화’에 자신이 역할을 하겠다고 밝히는가 하면 자신의 지지자들을 대거 모아 세력을 과시하기도 했었다.

따라서 그가 녹취폭로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는 않았더라도 최소한 간접적으론 관여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이 있는 것이다.

서청원 의원의 최측근인 이우현 의원이 이번 녹취 공개에 비박계가 영향력을 행사한 게 아니냐는 관측에 “그런 생각도 할 수 있다”면서 “지저분하다. 왜 그렇게 하느냐”고 비난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이런 정치현장을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은 씁쓸하기 그지없다.

대통령을 들먹이며 거들먹거리는 것도 모자라 동료를 협박하는 조폭과 같은 정치 세력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동료정치인을 죽이기 위해 ‘폭로정치’, ‘음모정치’를 일삼는 세력 역시 사라져야할 집단이다.

이렇듯 조폭과 같은 협박정치, 저질 폭로정치가 판치는 우리나라 정치가 정말 무섭고 더럽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제 국민의 힘으로 이런 정치를 몰아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지금이야말로 민심혁명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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