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계파 없는 ‘신당’나왔으면...

고하승

| 2016-08-04 23:58:04

편집국장 고하승


8.9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새누리당이나 8.27 전대를 앞둔 더불어민주당이나 계파갈등으로 진흙탕 싸움을 벌인다는 점에선 쌍둥이처럼 너무나 닮았다.

물론 양상은 다르다. 새누리당은 총선 때까지는 ‘친박패권주의’가 문제였으나 지금은 비박계가 문제다. 반면 더민주는 총선 때나 그 이후에나 변함없이 ‘친문패권주의’가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실제 새누리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이주영 의원은 4일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 김무성 전 대표가 주말에 정병국-주호영 단일화가 될 것이라며 비박 지지를 천명하고 나선 데 대해 “이번 전당대회까지 계파 대결 구도로 간다면 당의 미래는 참 암울하다”며 "당 대표까지 지낸 분이 뒤에서 특정계파, 비박 단일화를 말씀하시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중단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당 대표까지 지낸 분인데 계파갈등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잘 알지 않느냐"며 "지난 총선 공천 과정에서 그랬던 것이 총선 참패의 결과로 나타나지 않았느냐"고 거듭 성토했다.

그는 특히 김무성 전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과 TK(대구·경북) 의원들 간 회동을 정면 비판한 것에 대해서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이 대선주자를 부각시키는 길이라고 해도 국가와 국민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며 "자신의 대선주자로서의 이미지 높임, 이게 먼저 돼선 안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사드의 성주 배치와 군민들 반대하는 문제는 지금 아주 시급한 국정 현안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주영 의원이 이 같은 비판은 옳다.

김무성 전 대표가 전날 비박 당대표 후보인 정병국 의원과 주호영 의원의 단일화를 주문한 것은 자신의 입지 강화를 위해 계파갈등을 조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김무성 전 대표는 전날 전국 민생투어 중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나 박근혜 대통령과 대구·경북(TK) 의원들의 면담을 비판하고, “이번에는 비주류가 당대표가 되는 것이 당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며 비박계 단일화를 강조했다.

과연 이 같은 발언이 당의 발전에 도움이 되겠는가.

계파를 청산해야할 시점에 비박계의 계파주의를 강화하는 후보단일화 요구는 친박계에 자극을 주어 친박계의 후보단일화를 압박하게 되고, 그것이 결국 친박-비박 간 전면전을 초래하는 요인이 될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김 전 대표의 발언은 비난 받아 마땅하다.

그러면 더불어민주당은 어떤가. 한 술 더 뜬다.

계파 문제로 이전투구를 벌인다는 점에선 새누리당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실제 유일한 비문계 당권주자인 이종걸 의원이 4일 당내 최대계파인 친노무현·친문재인계를 겨냥, "일정 계파가 독주하면 '더 민주 아닌 덜 민주'가 된다"고 날을 세우고 나섰다가 친문계 당권주자들로부터 몰매를 맞았다.

실제 이 의원은 “승리를 위한 첫 번째 조건은 계파척결인데, 세 후보가 계파에 등대고 있고, 오히려 계파를 더 보전할 수 있는 위험성까지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추미애 의원은 이날 오전 BBS라디오 '고성국의 아침저널'에 출연, 이 의원을 향해 "정치인의 자세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안 되겠다 그런 생각이 많이 든다"며 "당을 흔들던 분들이 국민의당으로 떨어져 나갔지만 또 한편 보면 계파주의를 탓하면서 또 계파를 만들고 있다. 계파가 탄생이 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고 쏘아붙였다.

또 다른 당권주자인 김상곤 전 혁신위원장도 같은 날 평화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아무리 선거라고 해도 말을 너무 하는 것 아니냐”고 반발했다.

이어 “더구나 이종걸 후보는 여러 가지로 훌륭하기는 하지만 이런 말할 자격은 없는 것 아니냐”며 “지금도 스스로 비문의 대표라고 자임하고 있고, 이 비문의 대표라는 게 계파프레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종걸 후보가 지난해에 당이 계파 갈등으로 흔들리고 쪼개질 때 한 일은 명확하게 한 쪽 계파주의 갈등이 한 쪽 축에서 대표 역할을 해왔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당권주자들이 단지 ‘친문’이냐 아니냐하는 것 때문에 이전투구(泥田鬪狗)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여야의 이런 계파갈등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어쩌면 계파수장이 아니라 오직 국민만 바라보는 신당이 나오기를 갈망하고 있는지 모른다는 생각이다.

부디 박근혜 대통령이나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 등 각 당의 계파 수장보다 국민을 우선하는 정당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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