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독립문화원
홍문종 국회의원
홍문종
| 2016-08-08 10:57:12
어느 정도냐면 과거 국회의원 시절, 일본을 경유하는 해외 출장 중 일본 땅을 밟지 않겠다며 비행기 안에서 버티거나 공항에 머무르는 내내 물 한 모금 넘기지 않는 결기를 실행할 만큼 일본에 대한 결벽증이 남달랐다.
평생을 철저한 항일정신으로 무장된 상태로 지내오신 분이시다.
일제 강점기 당시 일본 경찰에 잡혀가 대나무 꼬챙이 고문을 받고 손발톱이 뽑히는 고통을 직접 겪으셨다. (그 때의 상흔을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일본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교육자료로 활용하셨다)
또한 온갖 핍박에도 불구하고 창씨개명을 끝까지 거부, 독립운동가 후손의 명예를 지켰다는 자부심이 대단하시다.
경민학원이 학교 설립 이후 빼놓지 않고 3.1절 8.15 기념식을 가장 큰 행사로 치루는 것도, 운동회 때마다 일본기가 빠진 만국기로 운동장을 장식하고 있는 배경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하와이독립문화원과의 인연도 항일정신’, 이 단어 하나면 설명이 가능하다.
하와이 독립문화원 부지는 2001년 당시 국민회본부가 있던 땅을 일본기업이 매입한다는 소식을 접한 아버지께서 ‘덜컥’ 55만불 사재를 턴 결과물로 시작됐다. 그렇게 마약소굴로 허물어져가던 폐허가 독립문화원이라는 명찰을 달고 세상에 얼굴을 내밀게 된 것이다.
그러나 매입 이후 독립문화원 운영 과정은 녹록치 않은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누구하나 관심 갖고 손을 보태는 이가 없는 상황에서 개인의 의지 하나로 지금까지 버텨온 것만 해도 보통 일이 아니다.
그나마 십수년간 유지가 가능했던 건 오로지 아버지의 개인적 의지가 발휘한 뒷심 덕이 아니었을까 싶다.
실제 아버지는 거동이 불편하지 않았던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틈만 나면 하와이로 날아가 직접 삽자루를 쥘 만큼 독립문화원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다.
어떻게든 유지해보고자 애쓰시더니 94세에 이른 노구로는 더 이상 여력이 없다고 판단하셨는지 매각을 결정하셨다. (이 매각대금은 국가와 민족을 위해 어떤 식으로 쓰실까 고민하시는 기색이다. 진작부터 자식들에게 한 푼도 주지 않겠노라 천명하셨고 우리 모두 동의한 내용이기도 하다.)
그런 아버지가 최근 하와이 독립문화원 매각 건으로 온갖 음해 속에서 ‘친일파’, ‘땅 투기꾼’으로 매도되고 있으니 억장이 무너진다.
무엇보다 아버지께 가해지는 이 말도 안되는 ‘린치’들이 정치를 하는 아들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이르면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아무리 세상이 뒤죽박죽이라고 해도 정치적이든 개인적이든 이유가 있다고 해도 할 수 있는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에 대한 분별은 있어야 한다.
정확한 사실 확인 없이 ‘항일’을 평생화두로 살아오신 어른을 이런 식으로 욕보이는 행위는 범죄행위와 다를 바 없다. 심지어 사실관계를 설명했는데도 여전히 허위사실로 폄훼를 멈추지 않는 건 불순한 의도가 개입돼 있는 게 분명하다.
그런 만큼 차제에 시시비비를 가릴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더불어 묻고 싶다.
내 아버지 홍우준 박사가 하와이독립문화원 유지를 위해 어려움을 호소하던 그 때 마다 당신들은 무엇을 했는가.
무슨 염치로 독립운동가 후손의 명예를 지키며 평생을 애국지사의 결기를 잃지 않았던 그를 모욕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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