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중도통합’ 용광로가 되라

고하승

| 2016-08-17 14:00:00

편집국장 고하승


국민의당 소속 이상돈 의원이 손학규 전 민주통합당 대표의 ‘정치 새 판짜기’에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같은 당 안철수 전 대표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를 반대한 것에 대해선 “너무 성급했다”며 실망감을 드러낸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실제 이 의원은 16일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이 손학규 전 대표에게 입당 러브콜을 보낸 데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손 전 대표는 ‘새판짜기’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저녁 교통방송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에 출연, "(손 전 대표는)정치 재개 생각이 있으나 국민의당에 그냥 단신으로 입당해서 비대위원장을 맡거나 당 대표로 출마하는 모습은 좀 아니지 않느냐"며 "손학규 전 대표는 좀 더 큰 구상을 해서 정국을 한 번 기본적으로 흔드는, 판을 흔드는 구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재인 전 대표가 이끄는 정국에 대해서는 회의적이고 비판적인 사람들이 많다"면서 "손학규 대표가 우리 당의 대표가 된다는 것은 명분에서 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실 손학규 대표가 진정으로 정치를 다시 하고 싶다면 자신의 개인 입장을 떠나서 크게 이 한국 정치를 바꾸기 위한 판을 흔들어야 된다. 본인이 그런 언급을 한 적이 있지 않나"라고 거듭 새판짜기를 주문했다.

필자 역시 같은 생각이다. 손 전 대표는 손쉬운 국민의당을 선택할 것이 아니라 좀 어렵더라도 정치 새판짜기의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즉 ‘친박패권주의’와 ‘친노패권주의’라는 양극단의 세력의 배격한 ‘중도통합’의 용광로가 돼야 한다는 뜻이다. 아마 손 전 대표도 같은 생각일 것이다.

따라서 그가 정계복귀를 하더라도 당장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당 등 분열된 야당 가운데 어느 한 쪽을 선택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것은 국민이 바라는 바도 아니다.

그러면 손 전 대표는 어떤 형식으로 정계에 복귀하는가.

이른바 ‘제3지대’에서 ‘국민통합’과 ‘개헌’을 화두로 하는 ‘정치결사체’를 만들고 그를 중심으로 정치 새판짜기에 돌입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손 전 대표가 당장 신당 깃발을 든다면 더민주나 국민의당에서 따라 나설 금배지가 별로 없겠지만, 느슨한 형태의 정치결사체를 만드는 것이라면 달라진다. 적어도 더민주나 국민의당에서 손 전 대표와 함께할 전.현직 의원들이 20여명 이상은 족히 될 것이고, 그 파괴력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당장 손 전 대표가 ‘중도 통합’의 기수로 부각될 것이고, 나아가 국민의당마저 흡수통합을 할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이상돈 의원이 손 전 대표에게 국민의당 입당보다 ‘새판짜기’를 주문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사실 손 전 대표라면 그만한 폭발력이 충분히 있다.

최근 정치권, 특히 새누리당에서 버림받은 옛 친이계 인사들이 새로운 판을 짜보겠다며 신당창당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손 전 대표를 의식한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우선 이재오 전 의원 등이 중심이 되어 창당 준비 중인 ‘늘푸른한국당(늘푸른당)’은 내달 6일 발기인대회를 거쳐 내년 1월 창당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손 전 대표가 나아가려는 방향과 너무나 흡사하다.

손 전 대표가 이미 ‘개헌’과 ‘중도’라는 방향을 설정해 놓았는데, 늘푸른당이 그걸 따라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늘푸른당의 그런 모습이 손 전 대표 입장에서 보자면 굉장히 얄미운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이재오 전 의원도 이상돈 의원처럼 손 전 대표의 파괴력을 믿고 있다는 뜻 아닐까?

즉 손 전 대표가 새판짜기에 나설 경우, 그가 비박계와 비노계의 중심인물이 되어 용광로처럼 모든 것을 녹여내고 중도통합, 나아가 국민통합을 이루어 낼 수 있을 터인데, 거기에 무임승차하겠다는 생각을 지니고 있지 않느냐는 말이다.

사실 현 정치인들 가운데 새누리당 비박계와 더민주 비노계, 국민의당 등 제반 세력을 끌어안을 수 있는 정치인은 손학규 전 대표가 유일 할 것이다.

어쩌면 이재오 전 의원의 ‘늘푸른당’은 손학규 신당에 합류하기 위한 ‘꼼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선택은 전적으로 손학규 전 대표에게 달렸다. 손 전 대표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분명한 것은 내년 대선정국을 앞두고 손학규라는 용광로에 국민의당과 늘푸른당은 물론 여당 비박계 인사들과 야당 비노계 인사들이 모두 녹아들어갈 것이란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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