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도로친문당’ vs. 손학규 ‘제3지대론’

고하승

| 2016-08-23 14:48:14

편집국장 고하승


야권에선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도로친문당’과 손학규 전 민주통합당 대표의 ‘제3지대론’이 팽팽하게 줄다리기 하는 양상이다.

지금 더불어민주당은 수도권지역 위원장 선거에서 문재인계가 싹쓸이 하는 등 문재인 전 대표의 ‘독주체제’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 더민주의 시도당위원장 선거 결과 전국 16곳 가운데 13곳에서 친노. 친문 성향의 인사들이 당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로 인해 당 지도부가 문재인 전 대표의 손아귀에 놀아나게 될 것이란 점이다.

왜냐하면 더민주의 혁신안은 ▲서울·제주 ▲인천·경기 ▲영남 ▲호남 ▲강원·충청 등 5개 권역으로 나누고 각 시도위원장들이 호선(互選)을 통해 권역별 1명씩 총 5명의 최고위원을 선출하도록 하고 있는 탓이다. 즉 권역별 최고위원 5명 전원이 친문성향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실제로 인천·경기 지역의 경우 전해철 경기도당위원장과 박남춘 인천시당위원장 중 한 명이 최고위원을 맡게 되는데, 두 사람 모두 친문 핵심 인사로 꼽힌다. 강원·충청권 최고위원 후보인 박범계 대전시당위원장, 도종환 충북도당위원장, 심기준 강원도당위원장 역시 친문 성향으로 분류된다. 박완주 충남도당위원장은 안희정 충남지사와 가까운 편이지만 친노 주류에 속한다.

이런 상황이라면 당 대표 경선 역시 친문의 지지를 받고 있는 추미애 후보의 승리가 확정적일 수밖에 없다. 실제 현재 판세는 ‘1강 2중’ 구도라는 게 중론이다. 추미애 의원이 앞서고 추격을 시도하는 이종걸·김상곤 후보가 ‘친문 일색’의 지도부 구성을 우려하며 중도·비주류의 결집을 노리고 있으나 쉽지 않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8.27 전당대회는 ‘더민주=문재인당’, 즉 ‘도로친문당’이라는 점을 확인시켜주는 대회에 불과한 셈이다.

이로 인해 더민주 당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장 김상곤 당 대표 후보가 이날 한 방송에 출연, "(추 후보가) 문재인 전 대표의 확장력을 막고, 문 전 대표를 옥에 가두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공세를 폈다.

이래서는 사실상 내년 대선을 승리로 이끌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 후보는 또 문 전 대표에 대해 "문 전 대표에 대한 실망이라든가 또 아쉬움들은 호남에서 상당히 큰 것은 사실"이라며 "호남 정치인들이 부풀린 면도 있고 호남인들이 오해한 면도 있지만 결정적으로는 문 전 대표를 그토록 열심히 지지했는데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되지 못하고 대통령이 안 된 다음에 호남인들과 여러 가지 형태의 교류와 소통에 조금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급격하게 문재인 전 대표 족으로 기울어가는 당을 바로 잡을 방법은 없어 보인다.

그래서 친문.강성 친노 세력을 제외한 야권인사들이 주목하는 것은 손학규 전 대표의 ‘제3지대론’이다.
손학규 전 대표가 언급한 ‘새판짜기’는 자신이 분열된 두 개의 야당 중 어느 한 쪽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제 3지대에서 친박-친문을 제외한 제반 세력을 하나로 묶는 정치결사체를 만들고, 이후에 국민의당까지 흡수하는 것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지난 13일 김종인 대표가 손 전 대표와 극비 회동하며 정계 복귀를 재촉한 것도 ‘제3지대론’을 염두에 둔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심지어 더민주 당 대표 경선에 나선 이종걸 의원마저 “이대로 가면 친박과 친문을 제외한 제3의 정치세력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그동안 줄곧 손학규 전 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냈던 국민의당이 손 전 대표의 ‘제3지대론’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 역력하다.

실제 김영환 국민의당 사무총장은 이날 YTN라디오 '출발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손 전 고문은) 더민주에 가서는 희망이 없다는 것을 잘 알아 실질적으로 제3지대에 있으면서 서로 힘을 키우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지금 당장 국민의당에 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제3지대론'에 힘을 실었다.

황주홍 의원도 이날 열린 의총에서 “현재 우리 당으로의 외부인사 영입이 가능하냐”며 “제3지대에서 만나는 것도 논의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즉 손 전 대표를 작은 국민의당에 입당시킬 것이 아니라, 그가 제3지대에서 새로운 정치결사체를 만들도록 하고, 나중에 국민의당과 합당해 ‘중도대통합신당’을 만들어야 파이가 커진다는 뜻이다. 문재인 전 대표의 ‘도로친문당’에 맞서는, 중도대통합의 시발점이 될 ‘제3지대론’의 파괴력은 과연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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