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지대’ 중심은 손학규
고하승
| 2016-08-25 14:02:14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도, 이쪽의 친문(친문재인)도 15% 정도의 확고한 지지기반은 각각 있지만, 그것만 갖고 대통령이 될 수 있겠는가.”
오는 27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끝으로 퇴임하는 김종인 대표는 2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대한민국 유권자가 4000만명 가까이 되는데 그렇게 똘똘 뭉치는 힘만 가지고 과연 (대통령이)될 수 있을까 하는 것은 상당히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이는 필자가 평소 “결집력이 강한 30%의 ‘친박’과 ‘친문’은 그 결집력으로 인해 당내 경선에선 승리하겠지만 나머지 70%에 대해선 배타적이어서 본선에선 결코 승리할 수 없다”고 주장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친박과 친문은 15%의 콘크리트 같은 단단한 지지자들이 포진해 있지만 그것이 되레 표의 확장성을 방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말이다.
필자가 줄곧 ‘제3지대’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 역시 이 때문이다.
그러면 ‘제3지대론’이라는 게 무엇이고 그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 것일까?
먼저 필자는 ‘제3지대’에 대해 친박패권주의 세력과 친문패권주의 세력을 제외한 모든 정치세력이 한 곳에 모이는 것으로, 이를 ‘중도대통합’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어떨까?
별반 다를 바 없는 것 같다. 실제 김종인 대표는 최근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새누리당의 친박은 총선에서 심판을 받았지만 현재 도로 친박이 됐고, 친문도 심판을 받았는데 여기도 과거로 돌아가고 있다"면서 "여야 모두에서 양 극단이 기승을 부리면 그것을 견디지 못하는 세력들이 중간에서 헤쳐모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 역시 최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양극단 중 한쪽이 정권을 잡는다면 또다시 절반의 국민만으로 나라를 이끌게 되는 불행한 사태를 맞게 된다"며 "양극단을 제외한 합리적 개혁을 원하는 모든 사람이 힘을 합쳐야 대한민국이 당면한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말했다. 안 의원이 지칭한 양극단은 여권의 친박과 야권의 친문을 지칭한 것이다.
그러면 그런 제3지대가 만들어질 가능성은 있는 것일까?
김종인 대표는 더민주 전대에 대해 “일개 계파가 전체를 다 쓸어 잡는 선거 결과가 나올 것 같다”며 “그렇게 되면 과연 당이 외연 확장의 가능성을 가질 수 있겠느냐”고 우려했다. 김 대표가 말한 ‘일개 계파’는 문재인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친문’을 뜻하는 것으로 문재인계가 장악한 당은 표의 확장성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제3세력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필자 역시 최근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위원장과 경기도당위원장, 인천시당위원장 등 수도권 지역위원장 경선에서 문재인계가 싹쓸이함에 따라 당 지도부를 문재인계가 독식하는 거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제3세력의 탄생이 불가피하다는 취지의 칼럼을 쓴 바 있다.
그렇다면 그렇게 탄생된 ‘제3지대’의 성공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김 대표는 부정적이다. 실제 그는 '제3지대에서 헤쳐모여를 하면 사람들이 많이 모일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현역 의원들이 얼마나 움직이느냐에 달려 있다"며 "과연 현역의원들이 쉽게 움직일 수 있겠느냐"고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물론 금배지들이 쉽게 움직이지는 않겠지만, 그 주체가 누구이고, 어떤 방식을 취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일 김 대표가 제3세력의 주체가 되겠다는 생각을 가진다면 현역 국회의원은 물론 국민들도 관심을 갖지 않겠지만 손학규 전 민주통합당 대표가 제3세력의 주체가 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지난 총선과정에서 손 전 대표로부터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받은 이른바 손학규계 의원들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에 많이 포진해 있다.
이들을 손 전 대표가 불러 모은다면 거부하기 어려울 것이다. 다만 그것이 ‘신당’ 깃발이면 곤란하다.
형식은 ‘개헌’ 혹은 ‘국정운영시스템 개조’ 등 특정 아젠다를 위한 정치결사체를 만드는 형태로 진행돼야 한다. 그래야 현역 의원들도 당을 장악하고 있는 친문 세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연스럽게 참여 할 수 있는 것이다. 손 전 대표라면 그런 정치결사체 형태의 제3지대를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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