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제3지대’ 앞만 보고 가라
고하승
| 2016-08-30 15:51:25
오늘도 손학규 전 민주통합당 대표의 ‘제3지대론’을 놓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신경전을 벌였다.
8.27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추미애 당 대표가 선출되는 등 친문체제가 강화됨에 따라 야권 비주류 진영에서는 ‘제3세력화’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 그 중심인물로 부각된 손학규 전 대표가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를 놓고 아무 관계없는 양당이 자기들끼리 물고 뜯는 난타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실제 김영환 국민의당 사무총장은 30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오늘! 윤재선입니다’에 출연, “손학규 전 고문은 중도개혁 노선 플랫폼 참여 외 다른 선택이 없다”며 손 전 대표가 사실상 제3지대의 중심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내다본 반면 전해철 더민주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손 전 고문은) 우리당의 소중한 자산”이라며 “결국 더민주와 함께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 손 전 대표는 어느 쪽을 선택하게 될까?
먼저 김영환 의원의 말을 더 들어보자.
그는 “지금 양당이 완전히 친문, 친박 진영으로 짜이지 않았느냐.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중도개혁주의 노선과 친노패권을 반대하는 분들을 하나로 모으는 것, 그것을 플랫폼으로 만드는 것이 우리의 당론”이라며 “여타의 세력들과 인물들을 영입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문턱을 과감히 낮추고 그렇게 해서 정권을 창출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손 전 대표에게 문턱을 낮출 터이니 입당해 달라는 요구인 셈이다.
같은 당 박지원 비대위원장도 ‘안철수 전 대표 한 사람만으로는 대선을 치를 수 없다’, ‘대선을 앞두고 외부 유력 정치인 영입이 없는 국민의당은 그대로 안철수당이 되는 거 아니냐, 문재인당인 더민주와 똑같아진다’고 언급하면서 손학규 전 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낸 바 있다.
그런데 더민주 전해철 의원은 ‘펄쩍’ 뛴다.
그는 “각 당이 자체적으로 강한 당을 만들고 또 신뢰받는 정당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지, 다른 당의 중요한 분(손학규)에게 (입당을)이야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불쾌한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그는 또 “(손학규는)우리당 당적을 가지고 계시고, 또 우리 당 대표도 지내셨고 대선 후보도 하셨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당의 소중한 자산”이라며 “(손학규가)정치를 재개한다는 선언을 한다면 당연히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할 것으로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손 전 대표가 아직까지는 탈당의사를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히 더민주 소속이고, 따라서 정계복귀를 할 경우 더민주로 돌아 올 것이란 주장이다.
하지만 손 전 대표가 정계 복귀한다면, 분열된 양당 가운데 어느 한 쪽을 선택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사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그것은 정계복귀 명분을 만들어 내기도 어렵다.
만일 손 전 대표가 정계복귀를 한다면, 그것은 사사건건 충돌하고 국민갈등을 부채질하는 친박(친박근혜) 패권 세력과 친문(친문재인) 패권 세력에 맞서겠다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손 전 대표의 정계복귀 일성(一聲)은 ‘증오와 갈등의 시대를 마감하고, 국민대통합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어야 한다. 나아가 ‘통일 대통령’이 되겠다는 선언이 있어야 한다.
그 방편으로 ‘중도대통합’ 혹은 ‘민생-개혁세력 대통합’이라는 제3의 정치세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당으로 들어가 ‘손쉬운 패배자’가 되는 게 자신에게는 더 편안한 선택일지 모른다. 지금 더민주에 남아있는 측근들은 더민주로 오라하고, 국민의당으로 옮아간 측근들은 국민의당으로 오라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안위를 위한 조언일 뿐, 손 전 대표나 국민을 위한 것은 결코 아니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은 양당 독과점 체제를 허물고 지금의 3당 체제를 만들어 주었다. 이는 ‘제 3세력’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국민의 의지가 담겨 있는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제3당인 국민의당은 아직 ‘호남자민련’이라는 한계를 뛰어 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문정서’로 인해 호남에선 싹쓸이가 가능했으나, 다른 지역에선 안철수 전 대표와 김성식 정책위의장 등 고작 두 명만 당선되었을 뿐이다.
그 한계를 뛰어 넘는 세력화가 필요하고, 그게 바로 손 전 대표가 중심이 되는 ‘중도개혁세력대통합’이다.
비록 어렵더라도 손 전 대표가 이런 길을 걷고자 할 때 국민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낼 것이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