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살인 예방못한 경찰관… 징계 정당"

여영준 기자

yyj@siminilbo.co.kr | 2016-08-30 18:30:00

法, 매뉴얼따라 중복신고 확인않고 출동지연
경찰관 견책처분 취소소송서 원고 청구 기각


[시민일보=여영준 기자]중복신고 확인을 제대로 하지 못해 살인사건을 막지 못한 경찰관에 대한 징계처분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는 서울 용산경찰서 상황실에서 근무하는 이 모 경찰관이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견책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30일 밝혔다.

앞서 지난해 9월 용산에서는 60대 여성 박 모씨가 아들의 여자친구와 말다툼을 벌이다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사건 발생 전 박씨의 아들에게서 112신고를 받았음에도 인근에서 먼저 신고가 들어온 다른 사건으로 오인하고 시간을 허비하다 결국 범행이 일어나고 나서야 경찰관이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씨는 지연 출동 등의 이유로 지난해 10월 견책 징계를 받았다. 이씨는 당시 용산경찰서 상황실에서 지령요원으로 근무하던 중이었다.

이에 이씨는 "출동 경찰관들에게 이 사건 신고와 앞서 들어온 신고가 같은 건인지 재차 확인하도록 했지만 출동 경찰관들이 두 사건이 동일 건이라고 보고했다"며 "신고자에게 직접 전화해 동일 사건인지 확인하는 등의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징계하는 건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다.

그러나 재판부는 경찰청의 '112 신고 접수·지령 매뉴얼'을 근거로 이씨가 초동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며 징계 사유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는 매뉴얼에서 중복 신고를 확인하는 요령으로 '이전' 신고의 사건 현장에 순찰차가 도착한 경우 112상황실 근무자가 '최근' 신고자에게 전화해 '순찰차가 도착해 사건 처리 중인지' 여부를 물어보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원고는 중복 신고가 의심되는 상황에서 매뉴얼에 따라 신고자에게 전화를 거는 등의 방법으로 동일 사건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신고 현장에 경찰관의 출동이 지연됨으로써 살인 사건을 예방하지 못했다"며 "이는 국가공무원법상 성실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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