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오세훈에게 기회가 올까?

고하승

| 2016-08-31 15:15:03

편집국장 고하승


“태풍의 눈이냐, 아니면 찻잔 속의 태풍이냐.”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에 친박(親朴) ·친문(親文) 체제가 들어서면서 제기되고 있는 이른바 '제3지대론'을 놓고 정치권을 강타할 ‘태풍의 눈’이 될 것이란 전망이 있는가하면 ‘찬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이란 견해도 있다.

회의론의 근거는 대체는 이렇다.

이미 독과점 체제인 양당, 그러니까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에선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문재인 전 대표라는 확실한 ‘대세론 주자’가 있는 반면, ‘제3지대’쪽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를 제외하고는 아직 이렇다 할 주자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아직까지 제3지대 후보가 성공한 예가 없다는 점도 회의론의 근거가 되고 있다.

특히 여야 각 정당 소속의 마이너리그 주자들이 제3지대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점도 ‘제3지대’ 성공 가능성을 낮게 보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래서 여야 비주류 진영 일각에서 시끌시끌하게 소리를 내긴 하지만, 결국 제3지대론은 ‘찻잔 속의 태풍’일 뿐이란 것이다.

얼핏 보면 맞는 말 같지는 역설적으로 이는 ‘제3지대론’이 간단치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우선 더민주의 김부겸 의원은 31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제3지대라는 게 탈당하거나 신당을 창당해야 된다는 그런 말 아닌가"라며 “나는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제3지대론’에 대해 “비주류 정치인들의 이합집산 정도로 보인다”면서 “그런 움직임에 전혀 합류할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

더민주는 지금 친문 독식체제다. 따라서 그 당에서 ‘문재인’이라는 벽을 뛰어 넘는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는 게 맞다. 그리고 새누리당은 친박 독식체제다. 거기엔 친박계가 대권주자로 내세우려는 반기문 유엔총장이 준비하고 있다. 따라서 김부겸 의원이나 오세훈 전 시장이 문재인 전 대표나 반기문 사무총장을 밀어내고 소속 정당의 대선주자가 된다는 것은 한낱 꿈에 불과할 뿐이다.

그런데도 그들이 ‘제3지대’에 대해 관심이 없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물론 차기가 아니라 차차기를 노리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김 의원과 오 전 시장은 이미 사실상 대권출마의지를 직간접적으로 피력한 상태다. 그들뿐만 아니라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 더민주의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 등도 출마의지를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는 마당이다. 한마디로 ‘도토리 주자’들이 모두 대선출마의지를 밝히고 있는 셈이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헌재 거론되고 있는 대선주자들 가운데는 절대 강자가 없다는 뜻이다.

어쩌면 여야 잠룡들은 반 총장이나 문 전 대표 등이 중도에 무너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들이 무너지면 자신에게 기회가 돌아 올 것으로 보고, ‘제3지대론’을 평가절하하며 기다리고 있다는 말이다. 실제 더민주에서 문 전 대표가 무너지면 김부겸 전 의원이, 새누리당에서 반기문 총장이 무너지면 오전 시장이 가장 강력한 대선주자로 떠오를 것이다.

그리고 그럴 가능성은 매우 농후해 보인다. 문 전 대표는 이미 호남에서 버림을 받았고, 반 총장은 후보 검증 과정에서 스스로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은 그런 방식으로 후보가 교체되더라도 독과점 체제인 양당 후보를 지지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실제 야당의 전통 텃밭인 호남에서 안철수 전 대표의 지지율은 15.3%, 문재인 전 대표는 12.8%로 두 사람의 지지율을 합해도 ‘지지 후보 없음’이라는 응답 31.4%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는 데일리안이 여론조사기관 알앤써치에 의뢰, 28일부터 29일까지 이틀간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76명을 대상으로 설문지를 이용한 유(86%)·무선(14%) 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다. 전체 응답률은 3.4%고 표본추출은 성, 연령, 지역별 인구 비례 할당으로 추출했다. 표본오차는 95%의 신뢰수준에 ±3.0%p다. 통계보정은 2016년 7월말 행정자치부 발표 주민등록 인구를 기반으로 성 연령 지역별 가중 값을 부여했다. 그 밖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는 호남 지역주민들이 문재인, 안철수와 같은 기존의 인물은 물론 이미 출마의사를 밝힌 김부겸, 오세훈 등이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서주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들이 간절하게 기다리는 대통령 감은 손학규 전 민주통합당 대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근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