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절’ 논란, 학계내에서도 이견 보여

전용혁 기자

dra@siminilbo.co.kr | 2016-09-01 12:10:34

이영훈 교수, “해방보다 나라를 세운 사건이 더 중요”
박태균 교수, “광복절의 의미가 폄하될 수 있을 것”


[시민일보=전용혁 기자] 새누리당이 1948년 8월15일을 ‘건국절’로 법제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정치권내에서 찬반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학계의 전문가들도 입장차를 드러내고 있다.

이영훈 서울대 교수와 박태균 서울대 교수는 1일 오전 MBC <신동호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건국절 법제화 논란에 대해 각각의 입장을 밝혔다.

먼저 이영훈 교수는 “해방보다 우리가 나라를 세운 사건이 훨씬 더 중요하다”며 건국절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에는 4대 국경일이 있는데 어느 하나도 우리가 새로운 나라를 세운 것을 경축하는 국경일이 없다”며 “어떤 이념에 기초해서 세워진 나라인가를 경축을 통해 국민적 통합을 강화해보는 국경일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헌법에 보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는 19세기까지, 또는 일제 억압의 시기까지의 정치이념과는 상이한 것”이라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우리가 받아들여서 새로운 나라를 세운 사건은 한국의 긴 문명의 역사에서 대단히 중요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1919년 이미 나라는 세워졌다’는 반대측 주장에 대해서는 “헌법 전문에 보면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돼 있는데 세워진 것은 어디까지나 대한민국 임시정부”라며 “대한민국이 세워졌다는 얘기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헌법 전문의 말미를 보면 ‘1948년 7월에 제정되고 8차례에 걸쳐 개정돼 온 헌법을 이제 국민투표로 개정한다’고 돼 있는데 오늘날 우리의 헌법은 어디까지나 1948년 7월에 제정된 헌법 기초 위에 있다”며 “그런데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대한민국 임시헌장이란 헌법을 뒀는데 이게 1919년부터 1941년까지 네 번, 다섯 번 개정됐는데, 오늘날 우리 국가의 기초가 되는 헌법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임시헌장과는 관계 없다는 게 헌법 전문에 명시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우리가 일제 하에서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기 위해 3.1운동으로 건립됐다. 우리가 해마다 3.1절을 또 하나의 성대한 경축일로 경축하는데 그건 다시 말해 3.1운동을 통해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건립된 것을 경축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임시정부는 불행하게도 국제적 승인을 받거나 해외에서 자기 국민이나 영토를 확보한 것은 아니었다”며 “한 국가를 만든다는 건 몇 사람의 선언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모든 독립이나 건국은 그 자체가 국제적 사건이고 세계가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태균 교수는 “광복절이라고 하는 의미가 폄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박 교수는 “독립을 한 날이라는 건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중국이라든가 북한도 창건일, 건국절을 기념한다고 하지만 그것보다 더 크게 기념하는 게 승전기념일”이라면서 “그래서 사실 이승만 대통령이나 박정희 대통령 시대에도 광복절이라는 이름을 썼지, 건국절이라든가 심지어는 정부수립 기념일이라고 해서 축사를 하신 적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승만 대통령만 해도 우리가 독립을 하고 나라를 세웠는데 이것 자체가 사실 이후 반쪽밖에 안 된 게 아니냐, 그래서 우리는 이걸 하나로 만드는 데 큰 힘을 쏟아야 한다는 얘기를 스스로 했다”며 “저희가 광복을 하고 나라를 세우긴 했지만 그것 자체가 온전하게 다 돼 있는 상태는 아니라는 것인데 그런 상황에서 건국절을 광복절보다 더 기념한다고 하면 우리 민족이 통일이라고 하는 분단을 극복하고 이 문제들을 어떤 방식으로 기억을 하고 앞으로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나갈 수 있나, 이런 고민들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이전에는 왕정이었는데 이후 민주공화제로 갔다는 게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라며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됐기 때문에 이후에 사회적인 합의가 우리는 왕정복고로 가는 게 아니라 민주공화국으로 간다는 합의들이 일제 강점기를 통해 이렇게 진행돼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것이 결국 대한민국이라는 정부를 수립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이념적 뒷받침이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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