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은 ‘페이스메이커’...김부겸은 ‘들러리’

고하승

| 2016-09-06 16:00:00

편집국장 고하승


4·13 총선과 8·27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더불어민주당의 친문 체제가 더욱 공고해짐에 따라 문재인 전 대표가 유력한 대선 후보로 굳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야권 잠룡으로 꼽히는 김부겸 의원과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대권 도전을 선언했다.

실제 김의원은 지난 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당권 불출마 선언 이후 사실상 대선 경선 출마를 준비해왔다. 우리 민주당의 생명은 역동성과 다양성이다. 당이 대세론에 빠져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대세론은 무난한 패배의 다른 이름”이라며 ‘문재인 대세론’을 깨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그 다음 날 바로 사실상 대권 출마를 선언했다.

안 지사는 자신의 SNS에 “동교동도 친노도 친문도 비문도 고향도 지역도 뛰어 넘을 것이다. 더 나아가 대한민국 근현대사 100여 년의 시간도 뛰어 넘어 극복할 것”이라며 “나는 김대중, 노무현의 못 다 이룬 역사를 완성하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대권출마를 시사하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이들이 문재인 대세론을 깰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 더민주 당내에서 ‘대선후보경선은 해보나마나’라는 얘기가 파다하다.

그러다보니 친노 안희정 지사가 대선출마의사를 밝힌 것은 “짜고 치는 고스톱”으로 ‘경선흥행을 위한 도우미’라는 비아냥거림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즉 문재인 전 대표의 압승이 예상되는 재미없는 대선후보 경선의 흥행을 위해 안희정 지사가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안 지사는 경선에서 패하더라도 당내 대선 주자로 각인될 수 있는 전국적 인지도를 쌓을 기회를 갖게 된다는 점에서 손해될 것 없는 장사다.

그러면 김부겸 의원의 출마는 어떻게 봐야 하나.

물론 안 지사처럼 “짜고 치는 고스톱”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가 문재인 대세론을 깨는 이변을 연출하는 주인공이 될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문재인 대세론 굳히기’를 위한 ‘들러리’로 전락할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왜 그런가. 지난 전당대회에서 당원들이 워낙 큰 표 차로 친문 지도부를 선택했다. 따라서 설사 문재인 전 대표에게 어떤 문제가 발생하거나 그의 측근들이 문제를 일으키더라도 당내에서의 ‘대세론’은 전혀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문재인 지지 세력이 김부겸 전 의원의 출마를 반기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문재인을 지지하는 한 당직자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솔직히 우리 입장에선 ‘땡큐’다. 김 의원이 대세론을 깬다고 했지만 별로 신경이 쓰이진 않는다. 스스로 와서 들러리를 서주겠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 어차피 어떤 방법과 규칙을 도입해도 김 의원은 문 전 대표를 이길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안희정 지사는 문재인 대세론을 위한 ‘페이스메이커’이고, 김부겸 의원은 대세론을 굳히는 ‘들러리’가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물론 이들은 ‘선수’로 뛰기로 결심하고 출마를 택한 것이지 ‘불쏘시개’ 역할을 자처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안 지사와 김 의원, 여기에 박원순 서울시장이 가세해 ‘비문 3자연대’가 이뤄지더라도 문재인 대세론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그만큼 문 전 대표의 당내 입지가 탄탄하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더민주는 친문패권 세력이 장악하고 있으며, 전체 비주류 세력이 연대하더라도 그 벽을 뛰어 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뜻이다.

손학규 전 민주통합당 대표가 언급한 ‘새판짜기’는 그래서 필요한 것이다.

새판을 짜자는 것은 기존 정당구조와 체제를 창조적으로 파괴하고, 새로운 정치지형을 만들자는 것으로 ‘제3지대’가 필요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제3지대는 새누리당 친박패권 세력과 더민주 친문 패권 세력에 염증 느낀 국민에게 새로운 정치를 기대하게 만드는 것으로 ‘희망의 정치’이기도 하다.

그래서 손 전 대표는 정계복귀를 하더라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기존 정당에 합류하지 않고 국민운동체 건설이라는 독자적인 복귀 방식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이런 혁명적 움직임을 ‘루저 집단의 세력화’ 쯤으로 매도하는 것은 국민을 우습게 아는 처사로 비난 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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