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를 바로 보는 법

고하승

  | 2016-09-26 09:00:00

편집국장 고하승

“여론조사 기관은 기상청과 동급인지 오래됐다.”

22일 어느 여론조사 기관이 차기 대통령 선거와 관련, 대선주자들의 지지율을 발표하자 한 누리꾼이 언론사를 향해 “지면을 할당하지 말라”며 이같이 꼬집었다.

물론 다른 누리꾼들도 이런 지적에 대부분 공감을 표시했다.

대체 이게 무슨 말일까?

요즘 기상청을 향해 `청개구리 기상청`이라거나 `양치기 소년 예보`라고 비아냥거리는 글들이 인터넷상에 넘쳐나고 있다.

비가 온다 하면 안 오고, 안 온다 하면 오는 일이 빈번한데다가 “8월 16일부터 더위가 간다”고 예보했는데, 자꾸 어긋나서 18일, 20일, 22일, 24일로 2일단위로 미뤄지는 황당한 일이 벌어진 탓이다.

즉 여론조사 기관은 기상청처럼 믿을 수 없는 ‘청개구리’이고, 그 결과발표 역시 기상청의 일기예보처럼 항상 맞지 않는 ‘양치기소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4.13 총선 당시 모든 언론기관의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런데 이날 상당수의 언론이 한 여론조사 기관의 결과발표를 토대로 “반기문, 문재인-안철수와 양자 대결 모두 이긴다”는 기사를 내보냈으니, 누리꾼들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러면 정말 여론조사는 무용지물인가.

그렇지는 않다. 물론 현재의 수치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여론조사는 침묵하는 다수보다 적극적인 소수의 의견이 더 많이 반영될 수밖에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모든 여론조사엔 이른바 ‘무응답층’, 즉 자신의 견해를 드러내지 않고 침묵하는 ‘무언의 시위자’들이 있지만, 이들의 견해는 대선주자 지지율에 조금도 반영되지는 않는다.

반면 결집력이 단단한 소수의 적극적인 응답층, 이를테면 친박(친 박근혜) 지지층이나 친문(친 문재인) 지지층의 의견은 과다하게 반영되는 측면이 있다. 전문가들 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략 최소 5%에서 10%정도는 과다반영 되었을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런 면에서 친박 지지를 받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나 친문 지지를 받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지율은 허수(虛數)가 많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아직 대선까지는 상당한 기일이 남아 있는 만큼 현재의 지지율은 별 의미가 없다.

그럼에도 여론조사 결과는 대선을 준비하는 대선주자들이라면 참고할 필요가 있다.

대체 청개구리 같고 양치기 소년 같은 여론조사를 참고하라는 것은 또 무슨 말인가.

한마디로 구체적인 수치는 무시하고 ‘트렌드(trend)’만 살펴보라는 것이다.

즉 어느 후보가 상승세를 타는 후보이고, 어느 후보가 등락을 거듭하는 후보이고, 어느 후보가 하락세를 보이는지 단지 그것만 눈여겨보라는 뜻이다.

구체적으로 누가 몇%라는 식의 지지율 수치는 침묵하는 다수의 의견이 배제되고 극렬한 소수의 의견만 많이 반영되는 탓에 믿을 수 없지만, ‘추세’는 다르다. 의도적으로 여론조작을 하지 않는 한 믿어도 된다는 말이다.

그러면 누가 상승세를 타고 있는가.

손학규 전 민주통합당 대표가 단연 으뜸이다.

데일리안이 의뢰해 여론조사기관 알앤써치가 실시한 9월 셋째 주 정례조사는 물론 매일경제·MBN ‘레이더P’ 의뢰로 ‘리얼미터’가 실시한 9월 3주차 여론조사 모두 손 전 대표의 지지율이 상승했다. 비록 현재 지지율 수치는 미미하지만, 지속적인 상승세를 타고 있는 후보인 것이다.

반면 이른바 ‘양강후보’라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문재인 전 대표의 지지율은 이번에도 동반하락 했다. 두 사람 모두 적극적인 지지층의 응답에 힘입어 ‘대세론’ 후보가 되기는 했지만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후보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국민이 때로는 ‘제3지대’를 표방한 그에게 기대를 걸기도 하지만, 이번 사드배치 문제를 놓고 오락가락한 것처럼 때로는 불안한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 실망하기도 한 때문일 것이다.

아무튼 대선 주자들은 이런 추세를 살피는 방안으로 여론조사를 참고하고,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 고민하고 대응책을 마련해 나가면 좋을 것 같다.

다만 앞서 지적했듯이 맞지도 않고, 도저히 맞출 수도 없는 구체적인 수치엔 얽매일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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