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친문 장악한 與野, 이대론 안 된다

고하승

| 2016-09-29 09:00:00

편집국장 고하승


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의도 정가를 떠도는 ‘제3지대론’이 심상치 않다.

역대 대선을 앞두고 늘 존재해왔던 과거의 ‘제3후보론’과는 사뭇 양상이 다르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이렇게 많은 잠룡과 책사들이 군웅할거(群雄割據)한 적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이토록 빨리 제3지대론이 부상한 적도 없었다.

이는 여야를 통틀어 그 어떤 대권주자도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음 의미하는 동시에 기존 양당 체제에 대한 국민의 거부감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로 최근 ‘개헌’의 필요성과 함께 ‘정치 새 판짜기’를 주장하며 조만감 전남 강진에서 내려올 것으로 보이는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국민지대론’, 4·13 총선에서 수도권 대승을 바탕으로 더불어민주당을 원내 1당의 반열에 올려놓았던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의 ‘비패권지대론’, 국회의장직을 마치고 새누리당으로 복귀하지 않은 정의화 전 국회의장의 ‘정상지대론’,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제3당론’ 등이 언론의 관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 8월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전당대회에서 여야 모두 패권세력인 ‘친박(친박근혜) 이정현 체제’와 ‘친문(친문재인) 추미애 체제’가 출범하면서 제3지대론은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대체 제3지대론이라는 게 무엇이고, 이토록 국민의 관심을 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는 “양대 정당(새누리당과 더민주)이 어느 한 계파(친박, 친문)로 쏠려 그 계파가 전체를 장악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면서 “친박도, 친문도 국민 15% 정도의 지지 기반밖에 없는데 그것만 가지고 대통령이 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따라서 비패권지대라는 새로운 정치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른바 ‘플랫폼론’이다.

그가 강호를 주유(周遊)하면서 야권의 손학규 전 대표를 비롯해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여권의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등 천하의 인재를 두루 만나고 다닌 것은 그 플랫폼에 이들을 참여시키기 위함이다.

반면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국민의당’이 ‘플랫폼 정당’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안 전 대표는 “다음 대선은 양극단 대 합리적 개혁세력 간의 대결이 될 것”이라며, “국민의당은 당의 문호를 활짝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여권 비박계와 야권 비문계가 모두 국민의당으로 들어와야 한다는 것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이 더민주 전당대회가 열린 8월 27일 전남 강진 백련사를 찾아가 손 전 대표를 만나 국민의당 입당을 권유하면서 안 전 대표와 ‘강한 경선’을 하자고 제안한 것이나, 바로 다음날인 28일에는 안 전 대표가 손 전 대표를 찾아간 것은 모두 이런 이유 때문이다.

사실 상당수 정치평론가들은 제3지대론의 파괴력을 결정할 변수로 손학규 전 대표를 꼽고 있다. 잠룡 중에서 새누리당 소속의 김무성 전 대표는 이미 지지율이 바닥까지 추락한 상황이고, 더민주 소속의 김부겸 의원과 안희정 충남지사는 8·27 전당대회 직후 대선 출마 선언과 함께 당내 경선을 선택했기 때문에 결정적 변수로 작용하기는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제3지대론의 당위성은 있는 것일까?

만일 국민이 납득할만한 당위성이 있다면 제3지대론은 ‘태풍의 눈’이 될 수 있겠지만, 단지 선거만을 위한 결속이라면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이다.

그런데 친박·친문 장악한 여야의 극단적 갈등을 지켜보는 국민의 마음속에는 이미 ‘제3지대’가 자리 잡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김재수 농림부장관 해임건의안 국회 의결과 관련, 정세균 국회의장의 부적절한 처신이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정 의장 사퇴를 촉구하는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가는가 하면 국정감사마저 ‘보이콧’하는 초강수를 두고 있다.

이에 맞서 야당은 ‘단독국감’ 강행방침을 밝히는 등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식의 응수를 하고 있다. 여야 모두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제로섬 게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국회에서 안보와 경제, 민생은 실종된 지 오래고, 오직 정쟁만 난무하고 있는 상황이다.

과연 이런 여당과 야당을 믿고 정권을 맡겨도 되는 것일까?

국민은 그런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그런 걱정 때문에 국민은 전남 강진 토굴에 있는 손학규 전 대표의 하산을 강력히 요구하는 지도 모른다.

모쪼록 이번 대선과정에서 ‘손학규의 국민지대론’이 성공을 거두고, 손 전 대표가 그토록 염원하는 새로운 ‘국민정권’이 창출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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