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비패권지대” vs. 손학규 “국민지대”
고하승
| 2016-10-04 15:27:38
차기 대권주자들과 연쇄 면접하듯 접촉해 온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대표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의 연대가능성을 시사했다.
김종인 전 대표의 한 측근은 "여러 채널로 (반기문 총장)의중이 어떤지 서로 모색을 해보는 단계"라며 “김 전 대표는 최근 ‘반기문 총장이 비패권지대로 온다면 연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른바 ‘비패권지대’란 김 전 대표가 지난달 윤여준 전 장관, 정의화 전 의장과 만난 후 기자들에게 언급한 것으로 사실상 언론에서 일컫는 ‘제3지대’를 의미하는 것이다.
당시 김 전 대표는 “제 3지대는 안철수가 자꾸 자기가 3지대라 그러니까 헷갈려서 안 돼”라며 ‘비패권지대’라는 새로운 용어를 꺼내들었다.
아무튼 김 전 대표가 반기문 총장을 향해 구애를 보낸 셈이다.
반면 추미애 더민주 대표는 최근 반 총장에게 견제구를 날렸고, 심지어 '친노 좌장' 이해찬 의원의 경우는 “반 총장은 깜이 아니다”라며 혹평하기도 했다.
김 전 대표의 생각과 당내 친문 혹은 친노의 생각이 서로 다른 것이다.
더구나 김종인 전 대표는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해서는 만날 계획이 없다며 확실한 선긋기에 나선 상태다.
결국 김종인 전 대표의 ‘비패권지대’란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 패권세력과 더민주 친문(친문재인) 패권세력은 물론 국민의당 친안(친안철수) 패권세력 등 여야 모든 패권세력을 제외한 정파가 제3지대에서 모여야 한다는 주장인 셈이다.
사실 여권의 합리적 보수세력과 야권의 온건 중도세력이 힘을 합쳐 새로운 정치 공간을 창출해야한다는 당위성에 대해선 국민들도 어느 정도 공감하는 분위기다.
특히 최근 김재수 농림부장관의 해임건의안 사태로 촉발된 여야의 극단적 대립양상을 지켜보면서 ‘제3지대’에 대한 국민의 공감대 폭은 더욱 커졌다. 더구나 ‘제3당’으로서 그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던 국민의당이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자, 국민의당을 대체할 새로운 ‘제3지대’에 대한 국민의 갈망이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비패권지대론’은 좀처럼 힘이 실리지 않고 있다. 그래서 ‘제3지대’는 말만 무성한 ‘무인도’라는 비아냥거림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대체, 그 이유가 무엇일까?
물론 거대 양당에 안주하고 있는 ‘금배지’들이 당장 움직이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제일 큰 요인일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요인은 제3지대론이 단순히 차기 대선을 위한 전술적이고 단기적인 이벤트성 연합처럼 비쳐진다는 데 문제가 있다. 그러다보니 명분이 약하하다.
실제 김종인 전 대표가 말한 ‘비패권지대’에는 가장 중요한 ‘국민’이라는 요소가 빠져 있다.
그래서 제3지대를 추구하는 모든 정치인들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국민지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손 전 대표는 여야의 합리적이고 온건한 정치인들은 물론, 대한민국의 주인인 국민이 함께 힘을 모아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들어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게 바로 ‘국민지대’다.
그런 의미에서 손 전 대표는 여당 단독으로 집권하는 ‘정권재창출’도 아니고, 야당이 정권을 거머쥐는 ‘정권교체’도 아닌 ‘국민정권 창출’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상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명제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지금껏 ‘국민주권’을 말하기 어려울 만큼 정당정치에 함몰된 측면이 많았다.
이를 혁파하고 당당하게 ‘국민주권시대’를 열겠다는 것이 손 전 대표의 이른바 ‘국민지대론’이다. 그러자면 당연히 개헌이 전제돼야 한다.
손 전 대표의 개헌방향은 그동안 그의 어록에 비추어 볼 때 ‘분권형’이다. 따라서 그가 강진에서 내려온다면 그는 분명히 ‘분권형 개헌’을 매개로 국민과 함께 새로운 세력을 만들어 나가지 않겠는가.
그 때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 정치인들은 물론 새누리당에서도 그의 뜻에 공감하는 전현직 의원들이 참여할 것이고, 거기에 국민까지 힘을 실어 준다면 단숨에 ‘패권정당’을 압도하는 세력으로 발돋움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어쩌면 손학규 전 대표의 등장으로 ‘국민지대’는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즉 ‘찻잔 속의 태풍’이 아니라 차기 대선에서 ‘태풍의 눈’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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