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론과 ‘제3지대론’

고하승

| 2016-10-09 15:03:49

편집국장 고하승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치권 전체의 판도를 뒤흔들 변수 가운데 하나인 개헌론이 꿈틀거리고 있다. 덩달아 개헌을 매개로하는 ‘제3지대론’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개헌은 가능한 것인가?

일단 이른바 '87년 체제'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이미 정치권에 폭넓게 형성돼있는 마당이다. 국민여론도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정세균 국회의장이 20대 개원직후부터 개헌 '애드벌룬'을 띄운데 이어 '개헌 전도사'로 불리는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도 이번 국감이 끝나는 대로 여야 지도부를 만나 관련 논의를 한다고 한다. 즉 원내 개헌특위 구성을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원외도 들썩이고 있다. 지난달에는 유력인사 150여명이 '나라살리는 헌법개정 국민주권회의'를 출범, 지역별 공청회와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여야가 함께 참여하는 개헌의원모임 회원은 현재 190명을 넘어선 상태다. 아마도 국감 후면 '개헌선'인 200명은 무난히 돌파하게 될 것이다. 이들 역시 이달 내 개헌특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헌법에 명시된 개헌 의결 조건은 재적 의원 3분의 2(200명) 이상 찬성이며 개헌안이 발의되면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다.

현실적으로 개헌이 그렇게 어려운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다.

심지어 내년 4월 ‘국민투표’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윤근 사무총장은 최근 “내년 4월이 넘으면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하기 때문에 개헌 동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면서 국민투표 시한을 내년 4월 재보궐 선거로 제시한 바 있다. 그러자면 늦어도 1월 초·중순에는 개헌안이 발의돼야 한다.

개헌절차는 대통령 또는 의원 발의→국회 의결→국민투표→대통령 공포·발효인데, 공고된 날로부터 2개월 내 국회에서 의결된다. 개헌안 발의 후 국민투표까지는 약 110일이 소요되는데, 1월에 개헌안이 발의되면 4월 국민투표도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사실 청와대와 집권여당만 문을 열면 급물살을 탈 것은 불 보듯 빤하다. 그런데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이 ‘블랙홀’이라며 개헌논의를 반대해 왔으나 최근 이런 기류에 변화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도 관심을 끄는 것은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와 정의화 전 국회의장, 윤여준 전 장관 등 이른바 ‘제지대론’자들이 최근 회동, 개헌을 매개로 한 '비패권지대론' 띄우기에 나섰다는 점이다.

조만간 정계복귀할 것으로 알려진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도 ‘국민지대’라는 이름으로 독자세력화를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다.

손학규 전 대표와 정의화 전 의장은 분권형 개헌론자들이고, 김종인 전 대표는 내각제 개헌론자다. 이들은 모두 현재의 제왕적 대통령 체제가 그대로 유지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는 방식의 개헌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국민지대’를 모색하고 있는 손 전 대표와, ‘비패권지대’를 구상하는 김종인 전 대표, ‘정상지대’라는 이름으로 제3지대를 추구하는 정의화 전 의장 등이 분권형 개헌을 매개로 연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즉 분권형 개헌에 뜻을 같이하는 비문·비박 진영 유력 인사들이 중간지대로 헤쳐 모이는 '제3지대론'이 현실화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3자구도를 염두에 두고 있는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의 선택이다.

현재 안 전 대표는 정치지형 개편을 동반한 개헌엔 반대하고 있다. 국민의당 중심의 3지대론을 구상하는 마당에 개헌이 3지대의 고리가 되면 자칫 주도권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분권형 개헌’이 대세를 이루는 마당이어서 안 전 대표가 끝까지 고집을 부리긴 어려울 것이다. 결국 그 역시 분권형 개헌을 연결고리로 하는 제3지대에 합류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거듭 말하지만 이미 개헌 논의의 불씨는 지펴졌다. 여기에 곧 정계에 복귀할 손학규 전 대표가 ‘개헌’을 명분으로 ‘국민지대’라는 이름의 독자세력화를 선언할 경우, 개헌논의는 기름을 부은 듯 ‘활활’ 타오르게 될 것이다. 한마디로 ‘반기문 대망론’과 ‘문재인 대세론’을 뒤집는 경천동지할 정치지형이 변화가 이뤄질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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